[충일논단] 할리우드 액션
[충일논단] 할리우드 액션
  • 한내국 정치부장
  • 승인 2012.04.05 1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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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민간인 무차별 불법사찰 사건이 선거정국을 뒤흔든 가운데 목전에 둔 유권자들의 표심도 거세게 흔들리고 있다.
선거때마다 터지는 악재가 이번에 누구에게 손을 뻗칠 것인지는 선거결과가 보여줄 것이지만 혹자는 정치권의 이같은 설전을 두고 ‘꼼수’이거나 ‘할리우드 액션’이라고 평가하는 이가 적지않다.
마치 눈 가리고 아웅하면서 허둥대는 그들의 구애가 너무 교묘해서 착가을 할 정도라는 점 때문이다. 정작 주인인 국민들은 뒷전에 두고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는 정치권의 모습이 아귀다툼 그 자체처럼 보이기 시작하면서 남은 4년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러나 총선이 끝나면 숨 돌릴새 없이 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행사가 바로 시작된다는 점이 마치 그들에게 면죄부라도 줄 것처럼 착각하게나 하지 않은 지 걱정이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전현직 정권을 두고 벌이는 싸움의 중심에는 국민이 있다. 축구경기로 보면 국민들이 바로 경기운영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심판이라는 점에서 이번 총선거는 축구경기나 진배없어 보인다.
축구경기에서 이따금씩 드장하는 할리우드 액션의 최종 목표는 심판을 교묘하게 속여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는 과장된 사기행각이다.
경기중 반칙 판정을 유도하기 위해 선수가 심판을 현혹하는 속임동작으로 파울이 아닌데도 속임 동작을 통해 페널티킥이나 프리킥을 얻어내려는 것이 할리우드 액션이다.
이를 달리 말하면 시뮬레이션 액션이라고도 불리운다. 축구에서는 2002 한일월드컵 경기부터 ‘시뮬레이션’에 대해서 옐로카드(경고)는 기본이고 상황에 따라 곧바로 레드카드(퇴장)를 주도록 처벌이 강화되었고 2000스위스프랑(약 150만원)의 벌금이 함께 부과된다.
자체 규정을 만들어서까지 축구경기에서 이같은 행동을 처벌했던 것은 지난 1998년 프랑스월드컵 당시 심판들이 선수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경우가 많았다는 FIFA의 자체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토록 자칫 할리우 액션은 판정의 오류를 가져올 만큼 정교한 술책이 숨어있는 것인만큼 판단의 근거마련도 쉽지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반칙이고 또 상응하는 벌칙을 받아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반칙을 통해 얻게 되는 페널티킥이나 프리킥이 큰 변수로 작용하는 축구에서 할리우드 배우를 뺨치는 연기력을 가진 선수들이 나타나는 것은 필연인지도 모른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통계에는 상대팀의 반칙을 통해 페널티 킥을 얻어낼 경우 팀이 승리할 가능성이 18% 증가한다고 한다. 이만하면 누구나 한번쯤 스치기만 해도 다리를 부여잡고 오만상을 찌푸리고 싶어지지 않을까.
총선을 앞두고 선거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 역시 선거를 코앞에 두고 터지는 바람에 심판인 국민들이 시뮬레이션인지 여부를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순간의 판단으로 진위를 가리는 축구심판이나 우리 국민이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만 한다. 행여 오판이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은 무엇보다 강력한 할리우드 액션으로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다. 이는 정작 자신들의 과오인정은 없이 서로 네탓공방을 하고 있고 정작 심판인 국민들은 아예 뒷전에 물러나게 하고 있다는 이유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너만 못났으며 나만 잘났다는 정치계의 승리공식이 있는 한 국민은 불안하다. 그런 세력에 맡긴 국정이 언제나 파탄지경에 이르렇고 그 결과 불행한 시대를 살아가게 됐다.
과거 정권들은 무력과 강제력을 통한 호도로 국민을 억압아래 두고 통치력을 악용했다. 반강제적 할리우드 액션으로 말이다. 하지만 민주화가 진전된 지금은 강제력보다는 이같은 시뮬레이션 액션이 강제력 대신 더욱 정교한 위장으로 신종 선거무기화되어 등장했다.
국민들은 혼돈에 빠졌고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공포수준의 우려감을 만드는 것도 이런 액션으로 희망이 가려진 정국이 만들어진 때문이다. 국민들은 선거과정을 지켜보면서 나만 있고 너는 없는 그런 현실에 개탄하고 있을 것이다. 상생이 침몰하고 독선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극단적 상황보다 오히려 옳고 그름을 쉽게 판단할 수 없는 그런 형국이 더욱 힘든 법이기 때문이다.
당장 정치권의 불법사찰 책임은 선거 이후에나 가려질 것이다. 그 방법이야 정치권에서 결정하겠지만 정작 선거과정에서 판단의 근거가 되는 정당정책과 후보별 지역발전에 대한 비전이 상호공방으로 본질이 가려져 있다는 게 더 큰 걱정이다. 이번 선거는 국민들이 심판인 만큼 정치권의 가려진 위선을 벗기고 미래를 위한 비전을 향해 투표장에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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