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찍 찾아온 무더위 전력관리체계부터 개선해야
[사설] 일찍 찾아온 무더위 전력관리체계부터 개선해야
  • 충남일보
  • 승인 2012.05.08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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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보다 일찍 시작된 무더위로 전력공급에 불균형이 우려되면서 전 국민 절전운동과 함께 전기요금 현실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는 지난해 발생한 9·15 정전대란에 대한 정부와 전력당국의 전력관리에 대한 불안과 함께 전기료를 올리려는 것에 대한 국민적 불안이 함께 작용한 때문이다.
정작 정부가 전력수급에 대한 국민적 노력과 캠페인은 소홀히 하면서 전기요금이 낮아 잘못된 전기사용을 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전기사용습관을 오히려 질책한 요인도 적지않은 상태에 나온 걱정이어서 더욱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여진다.
안이한 전력관리를 해오던 한전과 당국은 지난해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9월 15일, 서울을 비롯한 국내 대도시 소재 119센터에는 작동 중이던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멈춰섰으니 구해달라는 전화가 빗발쳤다. 이날 서울 강남과 여의도 일대를 비롯해 경기, 강원, 충청 등 전국 곳곳이 갑자기 정전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전기가 끊긴 곳이 가정과 공장, 병원 등 162만여 곳에 달했다. 갑작스러운 기온 상승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한 것이 이날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밝혀졌다.
전력 수급을 관리하는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당시 전력 사용량은 오후 3시를 기해 6700만㎾를 넘어섰다. 예비전력이 역대 최저치인 148만9000㎾까지 떨어지자 전력거래소는 국민에게 예고할 겨를 없이 순환 단전조치부터 취했다. 예비전력이 400만㎾ 이하로 떨어질 경우 전력거래소와 한전은 ‘비상시 수급조절 운영계획 매뉴얼’에 따라 전국적인 정전을 막기 위해 지역별로 순환단전을 하도록 돼 있다.
9·15 전력대란으로 이름 붙여진 이날의 정전사태는 5시간 만에야 정상을 되찾았다. “북한의 테러 아니냐”며 불안해하던 국민들은 정확한 사태 원인을 파악한 후 ‘한국도 블랙아웃될 수 있는 국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때문에 지난 겨울은 극심한 한파에도 전 국민이 실내 적정 온도 준수하기, 내복 입기 등의 에너지 절약 운동에 동참, 동절기 최대전력(7383만㎾)을 300만㎾ 절감했다.
정전대란이 발생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지난 4월 말 이후 5월 들어서까지 낮 기온이 섭씨 30도에 육박하자 도심상가들이 문을 열어놓은 채 에어컨을 가동해 언론으로부터 전력낭비라는 질타를 받았다.
이날 전력예비율은 7.1%로 나타났다. 전력예비율은 최소 10%가 돼야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우려할 만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올 여름 제2의 전력대란이 발생하는 건 아닌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한여름도 되기 전에 전력예비율이 이렇듯 떨어진 데는 때 이르게 찾아온 무더위 외에 기름값 상승이 큰 이유다. 가스나 석유 등에 비해 저렴한 전기요금이 최근 기름값 상승으로 상대적으로 싸지자 기름 대신 전기를 사용하는 기기가 늘어난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웃 나라들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이 인상됐지만 여전히 정부는 원가 대비 판매 요금을 나타내는 원가보상률이 90%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다며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하지만 귀한 줄 모르고 물쓰듯 하고 있다는 정부의 주장도 전력요금을 올리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전력사용은 충분한 노력과 협조를 통해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적절한 전력관리가 이루어지면 부족함 없이 잘 사용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전력요금 인상을 부추기는 측을 보면 마치 담뱃값을 올리기 위해 흡연인구를 줄이기 위해서는 답뱃값을 올려야 한다는 넋빠진 주장을 하는 것과 같다.
국민들의 삶이 어렵고 생활이 점차 힘들어지는 시기를 감안한다면 이같은 주장은 할 수 없을 것이지만 정부의 시각에는 대수롭지 않은 사항인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전력관리 책임도 묻지 않고 전력관리도 제대로 못한 정부가 전력부복을 이유로 전기요금만을 구실삼아 인상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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