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가재 잡자고 도랑물 다 퍼내려 하는가
[충일논단] 가재 잡자고 도랑물 다 퍼내려 하는가
  • 박해용 부장 편집국 경제행정팀
  • 승인 2012.07.05 1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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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서둘러 발표한 영유아 무상보육이 거대한 먹구름을 만들어 한국사회를 엄습해 오고 있다. 전면 시행에서 선별시행으로 선회한 무상보육 정책은 오직 표를 얻기 위해 포퓰리즘 정책이 현실에서는 어떤 결과를 가져 오는지 영유아 보육정책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무상급식에 이은 무상보육정책이 현재의 한국정책의 난맥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데 무상정책은 그러나 근원이 정치권이라는 점이고 이를 가감없이 도입하려는 행정부가 2차적 원인이 되고 있다.
문제는 재원, 일찍이 무상급식이 전면이냐 선별이냐를 놓고 싸우면서 지금같은 재앙이 시작됐다고 보여진다.
당시에도 재원문제로 지자체와 교육당국이 매우 난색을 표했다. 무상급식 예산때문에 학교가 추진 중인 다른 예산이 줄어든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 결과는 드러나지 않은 채 참혹한 미래를 예고 중이다. 일선 학교들은 환경개선과 교육의 질을 높이는 예산을 줄여야 했으며 누적되는 부실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전국 모든 교육기관이 동일하다.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반분해 지원하는 예산때문에 불요불급한 정책손실이 누적되고 있다.
이번에는 부상보육이다. 지난 4·11총선을 앞두고 불을 지핀 정치권의 강공에 대책없이 정부가 말려든 것이 화근이다.
이렇듯 영·유아 무상보육이 중단위기를 맞게 된 배경에는 한마디로 무책임한 정치권이 자리하고 있다. 무상보육은 출산율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와 관계되므로 긍정적 측면이 있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면도 적지 않다. 만 2세 미만의 영아는 가정보육이 바람직한 데도 정부가 돈을 대면서 시설보육을 하도록 하는 것은 비교육적이다.
무엇보다 무상 시설보육 발표가 나자 영아시설 이용률이 2009년 50.5%에서 30% 포인트나 증가했다고 한다.
전업 주부조차 자녀를 교육적으로 좋지 않은 시설에 맡기도록 유도한 꼴이다.
이러니 당초에 17만명으로 잡았던 지원대상자가 13만명이나 늘었고, 3700억원으로 예상했던 중앙정부의 예산만 2800억원이 증가했다.
지자체의 부담분도 급증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것이야말로 무상보육 정책이 충분한 검토와 준비를 거치지 않고 졸속으로 시작됐다는 반증이다.
더구나 정치권은 무상보육에 소요될 재원의 절반을 감당할 지자체와 사전 협의를 하지 않은 실책을 범했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예산 자립도가 낮은 데다 최근 계속된 경기부진으로 지방세 수입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매년 급증하는 복지비용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지자체에 예산 확보 대책은 마련해주지 않고 부담만 떠넘기고 있으니 지자체들이 감당할 이유도, 방법도 없다고 나서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결국 무상보육이 시작된 지 반년도 못돼 중단위기를 맞은 데는 표만 좇고 앞뒤 안 가리는 정치권에 절대적 책임이 있다.
정책은 국민과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 하고, 혈세로 시행되는 정책은 최대한의 효율과 효과가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검토와 준비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섣부른 추진으로 비합리적인 정책운영과 국고 낭비를 불러왔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보육시설에 맡겨야만 지원하기로 하면서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0~2살 영유아가 지난해 말보다 2만2906명(23.8%) 늘었고, 새로 무상지원 대상에 포함된 소득 상위 30% 가정도 지원 대상의 45.5%(4만5750명)나 될 만큼 수요가 늘어난 점도 재정난을 가속화했다.
보건복지부는 맞벌이 부부라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생후 24개월 이하 아기를 시설에 맡기려는 부모가 많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아이를 맡기지 않으면 손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50% 선에 머물던 영아시설 이용률이 80%까지 치솟았다.
심지어 전업주부의 아이만 맡는 어린이집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고 정작 맞벌이 부부들은 애 맡길 곳이 없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그러나 지금껏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복지부는 부랴부랴 “내년부터 부모가 가정 양육과 시설 보육 가운데 한 곳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대안을 내놨지만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지는 못하고 있다.
급기야 지경부가 나서서 정책선회를 촉구하고 선별지원으로 방향을 돌렸다. 시작되지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정책은 잘못을 수정할 수 있는 권한 역시 행정부에 있다.
이번 무상보육 사태를 계기로 여야 정치권과 정부는 이 점을 반성하고 명심해야 할 것이다. 특히 연말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런 무책임한 공약과 정책이 또 다시 쏟아져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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