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 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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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대륙으로 (129) 경박호의 문학의 밤
  • 김우영 작가
  • 승인 2007.08.30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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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박호성민족휴양소(境泊湖省民族休養所)의 숙소에서 잠시 쉬던 일행은 저녁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갔다. 중국은 어디를 가도 원탁에 모듬접시의 요리가 특징이다. 경박호 식당도 마찬가지였다.
미리 한국에서 부탁했지만 오늘의 식탁 메뉴는 개고기이다. 중국식 발음은 단고기 개장국이다. 그류와 한국에서 간 일행은 그간 여행으로 땀을 흘린 댓가로 몸 보신을 위해 개고기와 국물을 땀을 흘리며 후룩후룩 마셨다.
또한 이런 만찬 자리에 술이 빠질 수 없겠다. 건배의 능수로 평가되는 은희태 시인이 건배 준비를 하며 일어선다.
“자, 여러분 오늘같이 뜻이 깊고 의미있는 날 그냥 술을 마실 수 없지요? 앞에 있는 술잔을 잡으세요. 제가 오늘 경박호를 오면서 버스안에서 몇자 쓴 시를 낭송하지요.”
그러자 중국의 전선옥 작가와 한국의 늘풀든 총무팀장이 좋다며 박수를 친다.
“어머나, 시 좋아요. 저도 시를 무척 좋아하거든요.”
“맞아요. 오늘은 건배 제의보다 시를 한 수 듣고 술을 마셔요.”
은희태 시인이 일어서서 술잔을 들고 조용히 생각하는가 싶더니 시를 읊기 시작한다.
‘제목 제1회 한·중 문화교류모임을 생각하며’ 중국 동포 핏줄 찾아/ 문인 작가와 결연/
오랜 친구처럼/ 가족처럼/ 피의 진함 가슴에 묻어 주고 / 얼 어린 지난 발자국/ 보둠아 꽃 심고 가꾸어 / 우리의 꿈 꽃 피우고 / 겨레 가슴에 수 놓으리//
“오, 좋아요. 시가 짧으며 의미가 깊어요.”
중국북방시조사랑회의 김성우 회장이 일어나 크게 외친다.
“자, 지금 시를 읊으신 은희태 시인의 건강과 건필을 위해서 건배!”
“건배-----------”
한국과 중국의 작가들은 서로 반가운 마음으로 식사를 하며 만남을 즐거워했다. 식사를 마치고 양국 문화교류 행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행사진행은 한국의 그류와 중국의 김성우 회장이 맡았다. 양국의 진행자는 우선 작가를 소개했다. 그리고 이 행사를 위하여 애 쓴 중국의 구호준, 김성우에게 한국측에서 감사장을 주었다. 또한 반대로 한국의 그류와 이희석에게 중국측에서 감사장을 주었다.
이어서 중국측 환영사가 있었다. 먼저 중국의 최화길 작가가 인사말을 한다. 한국에서는 은희태 시인이 답례를 한다. 서로 칭찬하고 만나 반갑다는 흐믓한 자리이다. 축가는 중국측의 김동숙 작가, 한국은 한혜원과 기타리스트로 김동현, 길다가 참여를 했다. 조용한 실내에 축가와 싱그럽게 울려퍼지는 키타소리의 빛고운 음색은 까아만 경박호 밤하늘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이제는 축시 낭송순서이다. 한국에서는 소란 시인이, 중국에서는 전선옥 시인이 시낭송을 하는데 키타반주에 맞춰했다. 그리고 대금과 가야금의 전통 국악연주는 가히 일품이었다. 끝에는 가임의 밸리댄스가 중국 작가들의 눈요기감으로 충분했다.
끝으로는 한국 중구문학회와 중국북방시조사랑회가 자매결연을 맺고 개별로는 서로 이미 짝꿍을 맺어준 사람끼리 서로 서명을 하고 주고 받는다. 이를 기념으로 서로 결연장을 가슴에 품고 사진을 찍곤 하는 즐거움이 묻어난다.
한국과 중국의 작가들에 뜻깊은 만남은 2차 식당으로 옮겨져 시와 노래 등 가무로 승화하고 있다. 까아만 경박호 밤하늘에서 별똥 하나가 저편으로 떨어진다. 이들의 만남을 축하라도 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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