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떠넘기기식 은행약관 왜 이제야 손보나
[사설] 떠넘기기식 은행약관 왜 이제야 손보나
  • 충남일보
  • 승인 2012.07.18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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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은행 약관들이 한꺼번에 개선된다. 은행들이 수 십년 동안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사용된 불공정약관을 이제야 정부가 소비자를 위한 약관으로 고친다는 것이다.
이번에 손보는 약관은 11개 시중 은행이 판매하는 각종 금융상품 약관 중 문제가 있는 36개 조항이다.
이번 약관시정을 통해 드러나는 것들을 보면 매우 충격적이다.
문서위조 사고에 대한 은행의 면책 조항, 은행 스스로 관리책임을 져야 할 전산장애 손해, 고객과 거래하면서 은행 편의대로 일을 처리할 수 있게 한 불공정 약관, 자동이체 업무와 관련해 은행의 고의ㆍ중과실이 없으면 고객의 이의제기를 금지한 조항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중 문서위조 사고에 대한 은행의 면책 조항이 대표적인 사례다. 은행이 ‘팩스거래 지시서와 관련된 손실에 대해 은행은 책임을 지지 않고, 고객은 은행을 면책해야 한다’는 식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소비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 불공정 조항이다.
또 은행이 기업고객과 외환거래과정에서 ‘거래처의 인감이 날인된 서면청구서가 있으면 누구든지 은행이 발행하는 자기앞수표를 받을 권한이 있으며, 문서의 위조로 인한 손해는 거래처가 부담한다’고 강제하는 경우다.
은행 스스로 관리책임을 져야 할 전산장애 손해까지 고객에게 떠넘기는 불합리한 약관도 있다.
은행이 외화자동송금 거래약관에 ‘컴퓨터의 고장이나 장애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서비스가 지연ㆍ불능되거나 기타 오류가 발생해도 어떤 의무도 지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해외자동송금 서비스를 하면서 ‘중계은행을 포함한 다른 은행의 잘못으로 손실이 발생해도 은행은 책임지지 않는다’는 약관을 사용한 곳도 있다. 뿐만 아니라 고객과 거래하면서 은행 편의대로 일을 처리할 수 있게 한 약관도 있다. 저축예금 만기가 되면 은행이 고객에게 통보하지 않고 일반예금 등 다른 상품으로 자동 전환할 수 있게 한 조항과 적금 계약기관 만료시 자동으로 재예치할 수 있게 한 조항이다.
공정위가 이같은 약관을 조사하기 시작하자 은행들이 스스로 고친 약관도 22개 은행, 40개 약관에 이른다.
이번 조항개선으로 앞으로 소비자들의 은행에 대한 불이익이 조금은 줄어들 것이다. 자동이체 업무와 관련해 은행의 고의ㆍ중과실이 없으면 고객의 이의제기를 금지한 조항, 은행이 고객의 정보를 제휴기관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한 조항, 고객에게 주는 혜택을 은행 사정에 따라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모두 없어진다.
또 은행들은 앞으로 고객이 약관상으로 알 수 없었던 우대혜택 제공기간과 금융상품 중도해지시 적용 이율은 반드시 약관에 명시해야 한다.
남은 문제는 이번에 문제가 된 것과 비슷한 약관도 함께 시정해야 하고 신용카드ㆍ금융투자ㆍ저축은행 약관도 모두 밝혀내서 없애거나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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