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찰관이 마주치는 다양한 얼굴들
[기고] 경찰관이 마주치는 다양한 얼굴들
  • 구재연 세종경찰서 한솔파출소장
  • 승인 2012.07.24 2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람은 다양한 얼굴 표정으로 서로에게 많은 것을 전달할 수 있다. 희노애락의 기본적인 감정뿐만 아니라 미세한 차이 하나로 완전히 다른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특권이라고 할 것이다.
인류 진화학적으로 직립보행을 그 대표적인 원인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자신과 마주하고, 공동체를 형성해 살아가는 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랑을 나눌 수 있는 풍부한 수단이 바로 얼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중히 만들어진 우리 얼굴에 대해서 혹자들은 ‘불혹 이후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얼굴에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나는 변한 게 없는데…’라고 느낄지 몰라도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점, 주름살, 피부색, 모공 등 객관적으로 변화된 모습을 알아본다. 수시로 거울을 바라보고 내가 어떻게 변해왔나 진단해보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은 것이 바로 나의 얼굴이다.
본론에 앞서 얼굴 이야기가 지나치게 길어졌다.
오늘 이 시간에도 전국의 경찰관들은 소명의식을 갖고, 많은 민원인들을 상대한다. 길을 안내받기 위해서, 분실물을 신고하기 위해서, 교통사고를 처리하기 위해서, 사건사고를 처리하기 위해서, 생활불편을 개선하기 위해서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이 오고간다.
요즘은 학교폭력, 주취폭력, 성폭력을 비롯한 5대 폭력 근절과 노인, 장애인, 아동 등 사회적 약자를 우선적으로 배려하고 보호하기 위한 활동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러면, 1년 365일 무한한 치안 고객과의 접촉 과정에서 상대방의 얼굴 표정을 제대로 읽을 수만 있다면 좀 더 빠르고 수월하게 문제 해결에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당장, 예를 들어 용변이 급해 지구대, 파출소를 찾아오는 민원인들의 들어올 때 표정과 나갈 때 표정을 생각해보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생리적인 문제와 복잡한 사회현상과의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겠지만 말이다.
실종아동, 미아 방지를 위한 지문등록시스템이 도입된 후, 세종시 첫마을 7개 단지 3000여 세대 가정에서 초등학생, 유아를 동반하여 파출소를 방문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보호자의 표정은 물론이고, 아이들의 순진무구함은 지치고 힘들어 때로는 무기력한 얼굴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매사에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경찰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빛도 달라질 것이다.
현실과의 괴리는 분명히 있을 것이고, 경찰관서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이 근심어린 표정, 상기된 표정, 우울한 표정, 찡그린 표정, 화난 표정 등 원치 않는 결과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어떻게 이들의 표정을 풀어줄 수 있을까, 웃음을 안겨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애쓰는 것이 국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경찰로 나아가는 지름길일 것이다.
사람의 얼굴은 하나의 풍경이요, 한권의 책이다. 용모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발자크
위 명언처럼 거짓이 없는 나의 얼굴 표정에 10점 만점이라는 점수를 줄 수 있고, 상대방의 얼굴에서 10점 만점이라는 점수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정답이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