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라져 가는 보행 법칙
[기고] 사라져 가는 보행 법칙
  • 이병수 전 개금고 교장
  • 승인 2012.08.05 1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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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목에서 두 사람이 다투고 있다. 원인을 살펴보니 우측통행하던 사람과 좌측통행하던 사람이 서로 부딪혔기 때문이다. 우측통행하던 사람의 고함소리가 좀 크기는 하나 좌측통행하던 사람도 이에 질세라 맞고함을 지르고 있다. 본의 아니게 내가 끼어들었다. 좌측통행하던 사람을 보고 “자기가 잘못한 듯하니 솔직히 시인하고 사과하는 것이 좋겠네요” 해 주었다. 그길로 진정이 되어 헤어져 가기는 했으나 기분이 찜찜하였다.
우리나라 통행 법칙이 좌측통행에서 우측통행으로 개정된 지 1년이 넘었다. 그런데 법칙을 바꾸어 놓고도 이에 따른 홍보를 철저히 하지 않았다. 앞서 예거한 바와 같은 건널목에서 부딪히는 경우를 자주 본다. 뿐만 아니라 보행도로상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통행법칙만 개정해 놓고 그 후에는 거의 방치상태였으므로 국민의 인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그런 충돌이 초래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선의적으로 보면 우리 국민의 교양수준을 믿기 때문이라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철두철미한 봉사행정 차원에서나 확고한 질서 확립의 차원에서 보다 적극성을 띠어야 할 것으로 믿는다. 모두가 조금만 신경을 쓰면 서로가 편할 것인데 그 작은 것을 실천을 못하기 때문에 질서가 흐트러지고 있는 것이니 안타깝다 하겠다.
보행법칙은 차량통행규칙과 더불어 교통법규이니 모든 국민이 지켜야 할 기본법규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중요한 기본법규를 지켜도 좋고 안 지켜도 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소홀히 여기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 법규를 개정한 정부가 공포만 해 놓고 국민들의 실행 여부 점검에는 관심이 부족해서야 되겠는가.
보행규칙 실행에 보다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현재 오직 지하철(교통공사)에서만 볼 수 있다. 지하철에서는 그래도 우측통행 안내도를 곳곳에 표시해 두고 방송으로 안내를 하기도 한다. 자치행정부나 교통부 당국에서는 방치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지 않도록 적극성을 띠어 주었으면 한다.
차량들이 교통법규를 준수하지 않으면 사고를 유발한다. 보행자가 보행법칙을 준수하지 않으면 준법정신을 소홀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대부분 보행법칙 준수를 소홀시하는 현상은 보행법칙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민·형사법 준수를 소홀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요즘 우리 사회가 이념 간의 갈등을 비롯하여 노사 간 갈등, 계층 간 갈등, 세대 간 갈등 등으로 인해 사회가 혼란해지고, 이에 따라 국민의 준법정신이 극도로 해이해지고 있다. 더욱이 이에 부채질을 한 것이 국회였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이다.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 등 지도층에 있는 이들이 솔선수범하여 깨끗한 생활로 준법정신 실천에 모범을 보여 주어야 하는데, 오히려 그들이 비리에 앞장서고 있으니 국민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
근래에 국회에서 스스로가 만든 법을 지키지 않고 난동을 부림으로써 폭력국회의 모습을 보였다. 또 4·11 총선으로 국회의원에 선출되고도 7월이 오기까지 국회 개원조차 못하기도 했다. 이런 것들이 모두 국민의 기본법규인 보행법칙 시행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오늘날 개정된 보행법칙 시행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결코 예사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를 중시하고 법을 제정한 정부 당국에서 적극 나서서 홍보를 하고 아울러 보행법칙 실천 여부의 확인과 계도에도 앞장섬으로써 국민의 인식을 바로잡아 준법정신을 고양하는 데 전력을 쏟아 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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