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탐욕의 경제학
[충일논단] 탐욕의 경제학
  • 한내국 기자
  • 승인 2012.08.08 1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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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의 행태가 가관이 아니다. 끝없는 탐욕과 반성없는 경제논리를 앞세운 비도덕적인 행동들이 그렇다.
우리 고사에는 옛적 한 농부가 자신이 심은 곡식들의 싹 주변에 엉겨붙은 잡초가 많아 잘 자라지 않자 무리하게 잡아당겨 잡초를 뽑아냈지만 뿌리가 들린 곡식들이 자라지 못하고 죽어버린 바람에 농사를 망친 일화가 전해온다.
그 농부는 자기가 심은 곡식 싹이 자라지 않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그 싹들은 뽑아 올렸으나 그 싹들은 모두 말라 죽고 말았다는 것이다.
무리해서라도 잘 되게 하려고 했던 농부의 행동은 오히려 무익(無益)의 정도를 넘어서 해악(害惡)이 되었던 것이다.
이는 곧 조장(助長)이라고 불리우고 있다. 뜻은 문자적으로 ‘도와서 성장시키다’라는 좋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쓸데없는 일을 해서 일을 모두 망쳐버리다라는 부정적 의미가 훨씬 강하다.
국민들을 상대로 상호 이익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우리 은행들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쫓다가 들통나는 바람에 부랴부랴 대출금리를 앞다퉈 내리고 있는 모양이다.
고객들 몰래 CD금리를 조작하고 경기가 나빠지는 틈을 타 편법으로 금리를 올리는가 하면 대출을 핑계로 보험을 강요하고 또 다른 적금 등의 상품을 들게하면서 자신들의 끝없는 탐욕에 몰두하다가 그만 들통나 혼쭐이 나고 있다.
심지어는 빌려쓴 카드대금을 돌려막는 이른바 대환대출제도까지 만들어 이자로 폭리를 취하는 등 ‘허가받은 도둑짓’까지 해오다 탐욕을 질타하는 여론에 뭇매를 맞고 금융당국의 압박이 들어오자 슬그머니 유화적인 대출금리 인하라는 제스츄어를 보이는 것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국민 덕에 먹고 사는 영업을 하면서 오히려 고객을 속이는 짓을 해왔다면 이는 심각한 상도덕을 위반한 것이다.
그런 은행들이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짬짜미 의혹과 대출서류 조작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데다 감독 당국이 가산금리 비교공시안을 내놓는 등 대출금리 인하를 압박하자 속보이는 반성을 하는 것이니 참으로 가증스럽다.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조작은 주택을 구입하는 등 대출시 부과받는 이자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 지표다. 은행들은 담보로 돈을 빌려주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고정금리 대신 변동금리를 적용시키고 있다. 변동금리는 이자율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동하는 양도성 정기예금을 말하며 주로 유로커런시시장에서 이용되고 있다.
유로커런시예금은 전통적으로 이자율이 고정적이었으나 70년대에 들어 국제금융시장의 이자율변동이 격심해짐에 따라 유로은행들이 자금의 조달이자가 운용이자를 상회하는 역마진의 위험을 배제하기 위해 고안한 예금방식이다.
이 방식은 유로본드시장의 변동금리채(FRN)를 유로커런시예금에 원용한 것이다. 이 변동금리 CD는 예금은행에만 유리한 것이 아니라 예금주의 측면에서도 자금시장의 현실적 이자를 취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예금증서의 이자율은 통상 LIBO rate에 일정 스프레드를 가산하여 결정한다. 즉 프리미엄 금리가 가산되는데 기본금리는 보통 6개월물의 LIBOR가 적용된다. 이와 같은 변동금리방식은 롤오버(roll-over) 방식이라고 한다.
즉 시장유동성에 따라 CD금리가 바뀌는데 이에 따라 대출이자가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한다. 때문에 CD금리를 조작했다는 뜻은 이자를 내는 고객으로부터 더 많은 이자를 편취해 온 혐의가 드러났다는 것인데 이는 범죄행위다.
하지만 은행들이 새삼스럽게 금리를 앞다퉈 인하하는 조치를 내놓고 있다. ‘자금 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과 `빚 폭탄’을 안은 가계의 부담을 은행이 덜어줘야 한다는 여론을 고려한 조치라는 것이다.
예기(禮記) 단궁편(檀弓篇)에는 다음과 같은 고사가 실려있다.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태산 기슭을 지나고 있는데, 한 부인이 무덤 앞에서 울며 슬퍼하고 있었다.
공자는 제자인 자로에게 그 까닭을 묻게 하였다. 그 부인은 대답하길 오래 전에 시아버님이 호랑이게 죽음을 당하였고, 저의 남편 또한 호랑이에게 변을 당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저의 아들마저 호랑이게 목숨을 잃게 되었답니다라고 하였다.
그 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묻는 말에 그 부인은 ‘가혹한 정치가 없기때문입니다(無苛政)’라고 짧게 대답하였다.
자로의 말을 듣은 공자는 제자들에게 ‘잘 알아두어라.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苛政猛於虎也)’이라고 하였다.
춘추 말엽 노(魯)나라의 대부 계손자(系孫子)의 폭정으로 고통받던 백성들은 차라리 호랑이에게 물려죽는 쪽을 선택하였던 것이다.
가정(苛政)이란 번거롭고 잔혹한 정치를 뜻한다. 정(政)을 징(徵)의 차용으로 보아 번거롭고 무서운 세금과 노역의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잔혹한 정치, 무거운 세금이나 노역은 결국 예나 지금이나 백성들에게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들이다.
98년 광풍처럼 불어닥친 구제금융위기로 국가가 부도나는 바람에 소위 메이저은행으로 불리우는 우리 은행들의 대부분은 외국계 은행으로 바뀌었다. 지배주주가 외국이라는 뜻인데 하지만 겉은 한국산으로 포장돼 있다. 막대한 익을 갈취해 자국으로 보내는 국부유출을 감안하면 말로만 으르렁거리는 우리 정부는 종이호랑이에 가까워 보인다.
허가받은 도둑보다 더 나쁜 건 그러나 도둑을 키우는 우리 정부라는 뜻이다. 혹정은 말 그대로 ‘가증스러운 정치’를 말한다. 탐욕에 물든 은행과 관리감독이 소홀한 정부로 인해 가혹한 정치에 깔린 국민들이 받는 핍박을 어디에 호소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한내국 부국장 편집국 정치행정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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