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위험물관리 종합메뉴얼이 없다
[충일논단] 위험물관리 종합메뉴얼이 없다
  • 박해용 부국장 편집국 경제행정팀
  • 승인 2012.10.25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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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공단 휴브글로벌에서 발생한 불산가스 누출사고가 많은 인명·재산피해를 가져오면서 유독물질 관리에 느슨한 정책이 가져 온 재앙에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불산가스 누출로 마을이나 집단 대피시설에서 만난 피해지역 주민은 하나같이 사고 당일의 기억을 잊을 수 없다며 불산가스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고 발생지와 가까운 산동면 봉산리와 임천리의 논·밭은 초토화되고 인근 공장 건물과 기계는 부식됐다.
그러다 보니 구미에선 가을철에 정상적으로 누렇게 변한 나뭇잎만 봐도 불산가스 때문이 아니냐고 할 정도로 불산 사고가 심각한 상처를 남겼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문제는 불산으로 신체와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다.
사망자를 빼더라도 현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 공무원, 주민 등 1만1000명이 병원에서 호흡기 질환 등으로 검진과 치료를 받았다.
이 가운데는 중복 치료를 받은 사람도 있으나 대구 등 다른 지역 병원을 찾은 사람은 포함되지 않았다.
상당수의 사람은 불산 흡입에 따른 후유증 때문에 중복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평소 담배를 피우지 않는 데에도 사고 이후 폐에 이상이 생겼고 호흡에 어려움을 겪는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외상도 심각한 상황이지만 흔히 트라우마라고 부르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현지정부종합대책반이 대피시설에 있는 피해주민 중 52명을 상대로 정신건강을 검사한 결과 전체의 69%인 36명이 정신과 진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대부분 불안, 우울, 수면장애, 두통 등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 이들 중 19명은 증세가 심해 의사 처방으로 약을 먹었다.
현재 2개 대피시설에는 구미시 정신보건센터와 대구 광역정신보건센터에서 파견한 간호사와 임상심리사가 각각 심리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주민은 누렇게 변한 농작물과 생계 걱정 등으로 밤에 잠을 잘 못 이루고 있다.
한 달이 되도록 사고 현장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에 대해서도 구미시민은 불안해 한다.
사고가 난 휴브글로벌에는 불산이 남아있는 탱크로리가 방치돼 있다. 정부는 휴브글로벌의 설비가 손상돼 다른 불산업체로 옮겨 처리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고심하고 있다.
사고 인근 지역인 산동면 봉산리와 임천리의 논·밭 212㏊의 농작물도 그대로 남아 있다.
정부는 피해조사를 거쳐 폐기하기로 했으나 주민은 정부가 피해 증거를 없애려는 의도가 있다며 폐기에 합의하지 않고 있다.이러다 보니 수확이 끝난 다른 지역 빈 논·밭과 달리 봉산리와 임천리는 말라 죽은 농작물로 스산한 분위기다.
주민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불산가스 노출에 따른 장기 영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추가적인 신체 피해 발생 가능성이 작고 사고성·일회성 노출의 경우 합병증이 뒤늦게 나타날 가능성도 작다고 발표했다.
의사협회는 시중에 떠도는 ‘10년 후 뼈가 녹는다’란 말은 과장된 소문이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그러나 의사협회도 장기적으로 합병증이 나타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현재 불산에 관한 연구가 그만큼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로 정부는 2년 정도에 걸쳐 주민의 건강영향조사를 진행하고 피해지역 소도 22마리 구입해 불산 가스 흡입에 따른 영향을 조사할 예정이다.
비단 구민뿐만 아니라 발암성 물질을 함유한 폐기물을 공중에 방류해도 이를 단속할 권한을 갖지 못한 공장들이 전국 지자체에 널려있다. 하지만 이런 정보에 대한 종합적인 통계하나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 정부다.
심각한 사고가 터져도 이르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정부라면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하지만 화학물질로 인한 유독가스 피해가 곳곳에 방치된 현실에 종합대책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이상하다.
그런 점에서 임기말이라고 시급한 현안이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면 그 책임을 누구에 물어야 하는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믿을 수 있는 정부라는 신뢰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신뢰성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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