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 불산사고 책임있는 대응 부탁한다
[사설] 삼성 불산사고 책임있는 대응 부탁한다
  • 충남일보
  • 승인 2013.02.0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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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불산이 누출돼 1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불산은 피부에 닿으면 중화상을 입고 호흡기로 들어가면 마비나 호흡 부전을 일으키는 매우 유독한 화학물질이다. 지난해 9월 구미에서 대규모 불산 누출사고가 일어나 인근 주민과 농작물, 가축, 임산물 등이 커다란 피해를 입은 기억이 생생하다. 이후에도 전국 각지에서 불산과 염산 등 유독화학물질의 누출, 폭발사고가 잇따라 재발방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이런 가운데 국내 최고 기업인 삼성전자에서 불산 누출사고가 났다니 더욱 불안하고 사태가 심각해 보인다.
삼성전자 불산 누출 사고의 경위와 대응 과정을 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다. 화성사업장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불산 누출 경보기가 울린 건 지난달 27일 오후 1시 22분. 불산 용액이 누출돼 방울로 떨어지는데도 삼성전자와 협력사인 STI서비스가 취한 조치는 고작 비닐봉지로 유출부위를 막아놓는 것이었다. 이후 10시간도 넘게 지난 밤 11시 38분에야 누출이 일어난 밸브교체 작업에 들어가 다음날 오전 4시 59분께 수리를 마쳤다. 그러나 한심하게도 수리에 나선 작업자들은 방제복 등 안전장구조차 갖추지 않았다. 그 결과 수리를 마친 작업자 5명은 목과 가슴의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고 이중 박모(34) 씨는 오후 1시께 숨지고 말았다.
삼성의 늑장 신고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삼성이 관할인 경기도청에 사고를 신고한 건 28일 오후 2시 40분께였다. 불산이 누출된지 만 하루가 넘어 사람이 죽고난 다음이었다. 그나마 소방서와 경찰서는 직접 신고를 받지 못해 초동 대처에 나서지도 못했다. 환경부와 관할 한강환경청 역시 나중에야 사고 사실을 알고 현장에 도착해 뒤늦게 불산 탐지와 유해물질 제독작업을 벌여야 했다. 불산탱크의 가스킷이 낡아 유독물질이 새도록 방치하고, 불산이 누출되자 비닐봉지로 막아놓고, 방제복도 안입은 채 수리작업을 강행하고, 하루가 지나도록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는건 어느 것 하나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삼성은 그 사이 직원들에게 대피명령도 내리지 않았다.
녹색기업이요, 국내 최고기업이라는 자만심이 사고를 키웠을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유독물질을 다루는 공장의 시설ㆍ장비 규격에 대한 허술한 법규정의 정비도 서두를 과제다. 국내 최고기업인 삼성전자의 화학물질 사고에서도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소 잃고도 외양간 고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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