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말만 믿었다”… 충북 ‘전국 망신’ 자초
“교수 말만 믿었다”… 충북 ‘전국 망신’ 자초
“전화 한 통화만 했어도 논란 없었을 것”

도립교향악단 지휘자 졸속검증 시인
  • 뉴시스
  • 승인 2013.05.0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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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말만 믿었다.”
충북도가 도립교향악단 상근지휘자 공모과정에서 인사검증을 소홀히 함으로써 전국적 망신을 자초했다는 점을 6일 공식시인했다.
지난달 16일 도는 한국교통대 이강희(54) 음악학과 교수를 3대 충북도립교향악단 지휘자 겸 예술감독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지만 교통대는 ‘국립대 교수 겸직제한 규정(국가공무원법)’을 이유로 이 교수의 겸직은 물론 휴직까지 허가하지 않았다.
결국 도는 지난 3일 이 교수와 교통대에 ‘이 교수의 지휘자 겸 예술감독 내정자 자격을 박탈한다’는 내용의 ‘합격자 취소 통보문’을 보낸 데 이어 6∼7일 중 지휘자 모집공고를 다시 내기로 결정했다.
공개모집 당시 지역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공모 범위는 ‘전국’이었고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음악인 20명이 지원했었다.
핵심적인 자격조건은 ‘2년간 상시근무’였고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였다.
도가 이 교수의 내정자 자격을 박탈하자 지역언론과 음악 관련 단체는 “도의 어설픈 인사검증이 희생양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충북음악협회는 4일 성명서를 내고 “도가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만들며 음악인을 우롱했다.”고 비난했다. 이 교수의 합격자 취소 결정 철회와 합격취소 통보에 대한 공식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논란에 대한 도의 공식해명은 궁색했다.
김우종 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회견에서 “도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은 2년 동안 상시근무해야 하는 조건이 있기 때문에 국립대 교원인 이 교수는 학교로부터 겸직허가를 받거나 휴직해야 한다.”며 “이 교수가 총장의 겸직·휴직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위촉불가 통보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음악협회는 합격취소란 표현을 쓰는데 ‘위촉불가’가 정확하다.”면서 “이 교수측이 1년 계약(임기 축소)이나 비상근, 객원수석 지휘자 전환 등 여러 가지 ‘절충안’을 제시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을 근거로 무리하게 임용할 순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을 인정해주더라도 내정자를 발표하기 전에 도가 간단한 인사검증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 교수를 내정자로 확정하기 전에 겸직 가능 여부를 교통대측에 파악해보지 않았느냐’고 취재진이 묻자 김 국장은 “이 교수가 (면접 과정에서)겸직이 가능하다고 말하길래 그렇게만 믿었다.”고 했다.
이 교수의 말만 철석같이 믿고 별다른 검증을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때문에 최종 합격자를 정하기 직전에라도 교통대 인사관련 부서에 공문이나 유선전화를 통해 이 교수의 겸직·휴직 가능 여부를 타진했더라면 이런 망신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참에 지휘자 모집요건을 ‘2년간 상근’으로 정한 관련 조례를 개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김 국장은 “장기적으로 조례 개정을 검토할 필요는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상근 조건은 고치기 어렵다.”고 했다.
기자회견 내용은 전해들은 음악인 A씨는 “도가 대학(교통대)에 전화 한 통화만 했어도, 공문 한 장만 보냈어도 이런 논란은 빚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말 그대로 어처구니없는 일, 있어선 안될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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