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숭동(韓崇東)의 힐링캠프] 학교체육은 국력이다
[한숭동(韓崇東)의 힐링캠프] 학교체육은 국력이다
  • 한숭동 前 대덕대 총장·국립한국교통대학교 석좌교수
  • 승인 2013.06.30 18: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월 20일 논산훈련소에 입대한 막내가 지난 주 수료식을 마치고 자대 훈련을 받기 위해 의정부로 떠났다. 막내아들은 미국유학 시절 네브래스카 주 링컨 시에서 태어나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지만, 스스로 모국의 국방의무를 다하기 위해 자원입대한 것이다. 참으로 고맙고 자랑스럽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자란 막내는 미국과 우리 교육 시스템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가 바로 체육수업이라고 한다. 미국 중·고등학교에서 미식축구와 수구 그리고 배드민턴 등으로 기초체력을 단련한 덕분에 논산훈련소의 전과정을 즐기면서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학교 체육시간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주당 3시간이며, 중학교 3학년은 주당 2시간이다. 고등학교는 체육 수업시간이 학교 유형별로 제각각이다. 현재 고교 체육 필수 이수단위(6학기)는 일반고 10단위(1단위는 1학기 주당 1시간), 특목고 5단위, 특성화고 10단위(예술포함), 자사고 5단위다.
미국에선 일주일에 두 번꼴로 체육 수업이 있다. 체육시간에 운동 말고도 여러 가지를 가르친다. 마약이나 술 담배의 해악, 성교육, 운전교육은 물론이고 아이들의 인성과 관련된 교육도 체육시간에 한다. 운동 후에는 학교에 샤워 시설이 있어 개운하게 씻고 다음 수업을 준비할 수 있다. 방과 후 스포츠 활동도 아주 다양하다.
반면 한국에선 축구, 농구, 배구 등 일부 구기 종목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시설이 연약한 학교는 남학생들은 화장실, 여학생들은 교실에서 옹색하게 체육복을 갈아입는다. 땀 흘린 뒤 씻지도 못하고 다음 수업을 들어야만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체육이 중요한 이유는 반드시 체력단련 때문만은 아니다. 대부분의 체육활동은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라 팀으로 한다. 체육을 통해 급우들과 몸을 부디치며 끈끈한 팀워크와 리더십을 배양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학교 때 미식축구부, 야구부나 농구부 선수였다면 대학입학 사정에 보다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대학 입학 자격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얼마나 많은 봉사활동을 했고, 체육이나 예술과 같은 특별활동을 열심히 했는가 이다.
오는 2017년까지 모든 초등학교에 체육 전담교원이 배치되고, 중학교 체육수업도 확대된다. 6월 말 교육부는 이 같은 ‘학교 체육 활성화 추진 계획’을 내놨다. 내년부터 중학교는 학교장 재량으로 중3 체육수업시간을 주당 1시간 더 확대할 수 있도록 학교에 자율권을 부여했다.
한편 학교 스포츠클럽 활동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서 내년부터 지역 공공·종합형 스포츠클럽과 연계해 운영하고, 부모와 함께하는 가족참여 스포츠 활동을 더욱 늘려 나간다는 방침이다. 여학생의 체육활성화 방안도 마련됐다. 여학생들이 스포츠를 보고 즐기기 쉬운 것부터 참여할 수 있도록 스포츠 관람을 지원하고, 여학생들이 선호하는 종목의 학교 스포츠클럽 팀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 학생들 가운데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학생은 3명 중 1명꼴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비만율도 해마다 늘어만 가는 실정이다. 지난해의 경우 약 15%정도 늘었다. 그나마 남학생(42.3%)은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이 좀 많고, 여학생(24.2%)은 훨씬 더 적다. 여학생이 즐길 수 있는 학교 스포츠 종류를 확대하고 시설을 확충하는 게 시급하다.
초·중·고 남녀공학 학교에선 남·여학생이 따로 체육 수업을 받는 게 좋다. 여학생들이 더 이상 교실 한구석에서 옷을 갈아입지 않게끔 전체 학교에 탈의실도 추가 설치해야 한다. 중·고등학교 때, 체육선생님하면 무조건 학생들의 훈육만을 담당하는 무서운 선생님이셨던 기억이 떠오른다. 체육 활동은 아이들에게 팀워크와 리더십, 그리고 좋은 품성을 길러주기 위한 소중한 시간이다.
학교에서 체육선생님의 역할과 체육시간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체육시간이 더욱 확대되길 기대해본다. 학교체육은 국민체력의 바탕이고, 국민체력은 국력의 기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