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개성공단 이대로 멈출 것인가
[충일논단] 개성공단 이대로 멈출 것인가
  • 서중권 편집이사
  • 승인 2013.08.0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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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개성공단 재개협상과 관련해 최후통첩이 일주일 째 묵묵부답이다.
이제 시작인가 했던 남북대화가 또 다시 막혔다. 어쩐지 어째 쉽게 풀린다 했다. 사실 대화가 진행 되더라도 큰 성과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기 때문에 대화재개 자체에 의미가 있었다.
또 한 사람의 한국인으로서 혹시 개성공단 문제만이라도 해결을 볼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조금 더 큰 기대를 한 것도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막판에 대화를 무산시키고 이내 직통선 마저 끊어 버렸다. 마치 미리 계획이라도 해 놨다는 모양새다.
우리가 대화무산 소식에 망연자실하고 있을 때 북한은 곧바로 미국에게 대화제의를 하고 나섰다. 우리를 약 올리려는 속셈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한국과 미국이 전에 없이 대북정책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저런다고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북한은 사실 남북대화보다 북미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솔직히 말해 외교협상에 있어서 북한은 항상 한국보다 한 수 위였다. 우리의 외교적 약점은 물론이고 국내 정치적인 약점까지 지능적으로 이용하여 항상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남북협상을 이끌어 왔다.
이번 박근혜 정부가 북한과는 엄격하게 원칙을 적용하여 협상에 임하겠다고 다짐하는 것도 임기 초에 첫 단추를 제대로 껴야 북한에게 끌려 다니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원칙에 입각해서 대화를 그냥 무산시킨 것도 전략적으로는 올바른 판단이었다. 이번을 계기로 북한이 변화하기를 기대해 본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바탕으로 북한에 대해 일관된 모습을 보여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의 원칙은 지금쯤이면 북한에 충분히 전달됐을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이번에 또 다시 북한이 벼랑 끝으로 돌아가며 대화를 무산시킨 것은 북한이 아직도 뭔가 믿는 구석이 아직 있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게 해 준다.
북한의 대외전략은 지금까지 ‘강강약’의 전략을 취했다. 한국과의 협상에서는 강압적인 위치에서 협박과 도발을 일삼으며 한국을 위협하는 입장에서 협상을 진행했다. 또한 중국에게는 생떼를 쓰는 어린 아이처럼 자신들의 입장만을 고집해 왔다.
그 때문에 중국에서는 북한에 대한 불만이 지속적으로 고조되어 왔었다. 반면 유독 미국에 대해서는 오히려 낮은 자세에서 현실적인 협상을 하는 의외의 자세를 보였다.
북한에게 동정적인 한국과 중국에게는 배은망덕하게 굴면서 북한을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미국에게는 오히려 타협적인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북한이 이러한 대외전략을 가지게 된 배경은 북한과 미국이 지난 1994년 제네바합의를 체결한 시점으로 되돌아가 살펴보아야 한다.
당시 북한은 비밀리에 진행하던 핵 프로그램이 미국에 발각되어 국제적인 문제로 부각되었을 시점이다.
미국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의 핵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실제로 미국은 북한을 폭격하기 위한 준비를 마쳐 놓은 상태에서 물밑에서 북한과 협상을 진행시키고 있었다. 물론 당시 한국의 김영삼 정부도 가능한 모든 채널을 통해 북한과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결과는 북한과 미국이 단계적인 핵폐기에 합의하는 제네바합의를 하면서 모든 것이 일단락되었다. 문제는 제네바합의는 북한과 미국이 막후에서 체결한 협상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사실상 결과만 통보받았다.
북한이 미국과 다소 불리한 조건으로 합의를 하더라도 미국과의 합의 이후 북한은 한국과의 합의에서 더 많은 것을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일단 미국과 합의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한국이 그 합의를 깰 수 없을 것이고 북한이 무리한 요구를 해도 한국이 거부하기 힘들다는 것을 북한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자신 있게 한국과의 통신을 단절한 것은 지금 북한이 미국과는 어떤 형태로든 소통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이럴 때 일수록 한국은 미국과의 정책공조를 더욱 공고히 하면서 북한에 대해 한국과 미국이 기침소리 하나도 같이 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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