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 고아성, 뜻대로 하소서…
‘요나’ 고아성, 뜻대로 하소서…
윌포드 봉준호에게 충성서약… ‘괴물’ 이어 ‘설국열차’까지 탑승
  • 뉴시스
  • 승인 2013.08.1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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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아성(21)이 봉준호(44) 감독을 “진정한 윌포드”라고 말하며 크게 웃었다. “봉 감독님은 직접 메시지를 절대 말하지 않으세요. 배우들이 알아서 해석하거나 각자 느끼길 바라죠. 촬영장에서 스태프들이 다 감독님을 윌포드라고 불렀어요. 촬영장의 ‘절대자’라는 뜻이에요. 다른 사람들은 영화 속 사람들처럼 감독님을 맹신하죠”
고아성은 다른 배우들보다 봉 감독을 더욱 믿을 수밖에 없다. 7년 전에 찍은 봉 감독의 영화 ‘괴물’은 고아성에게 첫 영화이자 첫 1000만 관객의 기쁨을 안겨준 작품이다. 그때 만 14세, 중학교 2년생이었다. 그리고 7년 후 봉 감독은 고아성에게 틸다 스윈턴(53) 크리스 에번스(32) 존 허트(73) 등 할리우드 스타들과 함께 ‘설국열차’에 탑승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이 영화는 이틀 만에 관객 100만명을 넘어 8일 만에 450만명을 태웠다. 역대 최단기록으로 질주 중이다.
“이런 반응이 너무 오랜만이에요. ‘괴물’ 때는 얼떨떨해서 느끼지 못하고 지나갔거든요. 이례적인 반응인지도 몰랐고요. 하지만 지금은 이런 반응이 쉽게 찾아오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즐기게 되는 것 같아요”
고아성은 “봉준호 감독님은 나의 연기에 기준점이 됐다.”고 말했다. “첫 영화에 이어 ‘설국열차’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에요. 알게 모르게 감독님과 송강호 선배님이 해준 디렉션이나 칭찬이 저에게는 원점이 됐거든요. 그런 분들과 이번 작품을 함께 할 수 있던 건 너무 행복한 일이죠”라는 마음이다.
부담은 있었다. “송강호 선배님은 이름만으로도 믿음이 가는 배우이니 봉 감독님의 작품과 배우의 시너지 효과가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그런 배우가 아니니 과분하게 느껴졌죠. 독이 될 수도 있거든요”라고 고백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캐스팅 됐을 때 너무 들뜨고 자랑도 하고 싶었지만 최대한 나를 가라앉히려고 노력했어요. 아니면 감독님이 나를 캐스팅한 게 무의미하게 느껴질 듯싶었거든요. 전에 ‘괴물을 만난 건 행운이지만 처음 만난 건 불행이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다른 영화를 경험한 후 ‘괴물’을 찍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았거든요. 이후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은 기회가 ‘설국열차’로 왔어요. 탑승한 데 후회는 없어요”
고아성은 ‘설국열차’에서 ‘남궁민수’(송강호)의 딸이자 기차에서 태어난 트레인 베이비 ‘요나’를 연기했다. 땅에서 태어나 기차에 오른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사고 구조를 가지고 있고 규칙과 질서를 모른다. 꼬리 칸 사람들과 함께 열차의 앞을 향해 돌진해간다. 트레인베이비·마약(크로놀) 중독·감옥 등 모두 경험해보지 못한 생소함이었다.
고아성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캐릭터의 핵심은 의외로 간단했어요. 실제 나이는 열일곱 살이지만 정신은 완전히 학습되지 않은 다섯 살 같죠. 벌레를 잡아서 다 뜯는 것도 순수하고 악의는 없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악한 아이인 거예요”라고 설명했다.
또 “감옥 칸 같은 경우 무척 좁고 무서운 공간이에요. 하지만 요나에게는 크게 무서움이 와 닿지 않은 곳이죠. 열차에서 태어나서 감옥 칸이 너무 좁게 느껴지지 않는 거예요. 나오자마자 하품하고 트림하는 모습도 전혀 불편하지 않은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서였어요”
크로놀 중독에 대해서는 “딸이 마약에 중독이 되면 말려야 하잖아요. 하지만 아빠는 말리지 않아요. 윌포드가 ‘기차에서 생활하려면 살짝 미쳐있는 게 좋아’라고 말하잖아요. 아빠도 그렇게 생각했을 거예요”라고 극에서 보이지 않는 배경까지 귀띔했다.
언어도 스스로 만들어냈다. 영화에서 고아성은 영어와 한국어를 자유롭게 오가면서도 미세하게 억양을 변주한다. 미국식도 아닌 영국식도 아니다. 중간에 필리핀 영어, 인도 영어를 다 섞어 연습했다. “영화에 등장하지 않지만 요나는 일본어, 에스키모어 등 다양한 언어를 했을 거예요. 열차에서 배운 거죠. 하지만 말만 할 줄 알지 쓰지는 못할 거예요. 네이티브가 아닌 모습을 톤의 높낮이, 단어를 끊는 타이밍, 강조 등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어요”
고아성은 네 살 때 CF모델로 데뷔해 2004년 KBS 어린이 드라마 ‘울랄라 블루짱’으로 연기자가 된 지 10년이 됐다. ‘설국열차’는 고아성의 10번째 작품이다. 나이는 어리지만 고아성에게는 베테랑 여배우의 기가 느껴진다. 봉 감독과도 중학생 때 처음 만나 어느덧 성인이 됐다.
스스로를 “아역과 성인의 중간 지점”이라고 좌표를 뒀다. 하지만 10대 역할을 맡는 데는 거부감이 없다. “완전히 10대도 아니고 성인도 아니라면 더 익숙한 연기를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관객들이 보기에 10대가 더 자연스러우니까. 또 나이 더 먹으면 10대를 하고 싶어도 못 하잖아요”라며 웃었다.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에 재학 중인 그녀는 교환학생을 고려 중이다. ‘설국열차’가 실어다 준 새로운 꿈이다. “외국 시스템에 적응하는 과정이 즐거웠어요. 할리우드가 아니더라도 해외에서 일을 할 때 영어는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하니까요. 다양한 경험도 쌓고 싶어요. 또 배우는 30대부터가 진짜인 것 같아요. 20대 때는 내가 잘하는 연기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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