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전통시장 죽이는 정책
[충일논단] 전통시장 죽이는 정책
  • 박해용 편집국 경제행정팀 부국장
  • 승인 2013.09.12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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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 명절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재래시장은 명절 특수를 누리지 못한 채 여전히 한산했다. 특히 일본의 방사능 공포 때문에 생선을 파는 상인들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이러한 풍경은 전통시장뿐만 아니다. 대형마트건 어디건 생선이라는 이름이 올 가을에는 거의 실종지경에 이르렀다. 직접적인 원인은 ‘반사능’이다.
후쿠시마에 터진 원자력발전소 사건이 해를 넘겼지만 여전히 태평양을 향해 쏟아지는 방사능으로 인해 일본산수산물의 수입이 최근들어 금지됐다.
하지만 국민들이 이토록 생선 전체를 외면한 이유를 들여다 보면 심각한 정책불신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의 방사능 유출이 연일 대서특필 되면서 방영되고 있지만 수입규제 움직임이 없었던데다 상인들이 판매하는 물품의 원산지 변조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일본산이 국내산으로 둔갑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를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했고 방사능 방출이 현실화되고 있는데 수입생선을 제때에 규제하지 못한 이유가 국민들의 전체 수산물 외면의 결과로 나타났다.
민족 최대의 명절이 다가오면서 정부는 예전과 같은 매뉴얼을 통해 전통시장을 살리자며 연일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전통시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한산하기만 하다.
대형마트처럼 종합적인 생필품을 취급하는 곳이 아닌 전통시장은 주로 1차 상품위주로 매출을 올리는 곳이다. 이곳에 생선수요가 줄면서 다른 상품 전체가 팔리지 않는 현장으로 바뀌었다.
전통시장은 경기침체로 최근 3~4년동안 극심한 어려움을 겪어 온 곳이다. 하지만 명정 특수도 ‘방사능 생선’으로 침몰했다. 시장 상인들은 원산지를 표시하고 일본산이 아니라고 설명해도 손님들이 믿지 않고 발걸음을 돌린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러 생선의 원산지 표기가 잘 보이도록 배치하고 있지만 손님들은 정말 국내산인지를 두 번 세 번 묻는 경우도 허사하다. 이 때문에 재래시장의 재미와 묘미로 알려진 ‘덤’이나 ‘인정’이 올 들어 사라져 버렸다.
예기 단궁편에 보면 가혹한 정치가 얼마나 백성들을 힘들게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어느날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태산 기슭을 지나고 있는데 한 부인이 무덥 앞에서 울며 슬퍼하고 있었다. 공자는 제자인 자로에게 그 까닭을 묻게 하였다. 그 부인은 대답하길 “오래 전에 시아버님이 호랑이게 죽음을 당하였고 저의 남편 또한 호랑이에게 변을 당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저의 아들마저 호랑이에게 목숨을 잃게 되었답니다.”라고 하였다.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묻는 말에 그 부인은 “가혹한 정치가 없기 때문입니다.”(無苛政)라고 짧게 대답하였다.
자로의 말을 듣은 공자는 제자들에게 “잘 알아두어라.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이다(苛政猛於虎也).”라고 하였다.
춘추 말엽 노(魯)나라의 대부 계손자(系孫子)의 폭정으로 고통받던 백성들은 차라리 호랑이에게 물려죽는 쪽을 선택하였던 것이다. 가정(苛政)이란 번거롭고 잔혹한 정치를 뜻한다. 잔혹한 정치, 무거운 세금이나 노역은 결국 예나 지금이나 백성들에게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들이다.
지금이 그렇다. 대통령은 혹독한 시련에 빠진 국민을 위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라고 각료들에게 독려하고 있다. 동분서주 정부공직자들이 뛰고 있다. 하지만 추석 한가위 명절을 앞두고 우리 전통시장에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옛말이 전혀 다른 나라의 말로 들리는 곳으로 변모했다. 그러니 어찌 정부더러 국정을 잘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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