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랑 속에 김해숙 있다
그 사랑 속에 김해숙 있다
다른 듯 닮은영화 ‘깡철이’와 ‘소원’
  • 뉴시스
  • 승인 2013.10.0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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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기대작인 설경구(45) 엄지원(36) 이레(7)의 휴먼 드라마 ‘소원’(감독 이준익)과 유아인(27) 김해숙(58)의 휴먼 액션 드라마 ‘깡철이’(감독 안광태)가 2일 나란히 개봉했다.
누아르적 액션이 있고 없고의 확연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두 영화는 닮은 점이 많다. 극의 배경이 ‘소원’은 경남 창원, ‘깡철이’는 부산으로 같은 PK권이다. 주제도 크게 ‘사랑’이다.
‘소원’은 등굣길에 성폭행을 당한 소녀 ‘소원’(이레)과 가족,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다. 상처 입은 딸을 따뜻하게 감싸 안는 가족들, 소원의 가족들이 일상으로 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어깨를 두드려주는 이웃과 친구들의 사랑이 가슴을 벅차게 한다.
‘깡철이’는 세상의 밑바닥에 살지언정 어머니 ‘순이’(김해숙)를 위해 바르게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청년 ‘강철’(유아인)의 이야기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자신을 남편으로 착각하기도 하고, 어린 아들로 여기기도 하는 등 가뜩이나 힘든 인생을 더 힘들게 하지만 싫은 내색은 커녕 정신이 황폐화된 어머니가 몸이라도 편하게 살 수 있도록, 손상된 어머니가 장기 이식을 받을 수 있도록 동분서주하는 사랑이 귀감이 된다.
두 영화 모두 가을에 걸맞게 눈물샘을 자극한다. 그렇다고 두 작품 다 작정하고 울리려고 만든 ‘신파’는 아니다. 관객들이 영화에 빠져들면서 자연스럽게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욕심내지 않은 감독들과 탁월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누름의 묘를 살린 배우들의 절제력이 만족스럽다.
이들 두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김해숙의 존재감이다.
김해숙은 ‘소원’에서는 성폭행을 당한 뒤 몸도 마음도 벼랑 끝에 내몰린 소원과 상처 입은 그 가족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는 정신과 전문의 ‘정숙’을 호연했다. 겉으로는 전문의답게 냉철한 듯하지만 속으로는 소원의 가족보다 더 큰 상처를 안고 살아온 정숙이 그 사연을 담담히 털어놓을 때 관객으로서 느끼게 되는 가슴 속 울림은 크기만 하다.
‘깡철이’에서는 치매로 인해 여전히 20대 시절을 사는 귀여운 엄마 순이를 열연하며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치매에 걸린 엄마가 장성한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사랑의 표현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만 김해숙은 그녀가 어떻게 ‘국민엄마’라는 타이틀을 이어 받게 됐는가를 다시 한 번 입증한다.
비록 ‘소원’에서는 조연, ‘깡철이’에서는 주연이라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것은 당연하나 두 영화가 흥행성적을 떠나 관객의 뇌리에 오래도록 남도록 하는데 있어 김해숙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소원’을 연출한 이준익(54) 감독은 “내가 뒤늦게 연출을 맡았을 때 김해숙씨가 이미 캐스팅돼 있었다. 웬 떡이냐 싶었다. 우리나라 배우 중 김해숙씨만큼 연기할 수 있는 분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면서 “실제로도 그랬다. 예를 하나 든다면 극중 소원이와 병원에서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는 신이 있다. 이때 이레가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받아주는 것이 필요했다. 바로 그 역할을 김해숙씨가 해줬기 때문에 정말 좋은 장면이 나올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안타까운 것은 두 영화가 같은 날 격돌해 ‘소원’의 강력한 조력자가 가장 위험한 경쟁상대가 됐다는 점이다. 어쩌면 김해숙이 안방극장에서 쌓은 인기에 지난해 1298만명을 모은 범죄 액션 ‘도둑들’(감독 최동훈)의 성공이 더해지며 스크린에서도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잡은 이상 김해숙을 전면에 내세운 ‘깡철이’가 뒤에 자리한 ‘소원’보다 유리할 수도 있다.
김해숙 스스로도 그런 점을 가장 미안해 하고 있다. 당초 ‘깡철이’는 지난 겨울부터 이른 봄까지 촬영했고, ‘소원’은 봄에 촬영했다. ‘깡철이’가 먼저 개봉하고 ‘소원이 늦게 개봉하는 것이 맞았지만 공교롭게도 같은 날이 돼버렸다. 더군다나 ‘소원’의 엄지원은 MBC TV 드라마 ‘황금마차’(2002)와 종편 JTBC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2012)를 공연하며 친모녀처럼 지내는 사이이기도 하다.
김해숙은 “두 영화가 같은 날 개봉하게 될는지는 꿈에도 몰랐는데 이렇게 돼 송구스럽다. 배우로서 다양한 모습, 새로운 연기를 선보이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는 것이 관객에 대한 예의라 생각하고 노력하는 일환으로 받아들여줬으면 한다.”며 “두 영화 모두 좋은 작품이고, 나도 주조연을 떠나 최선을 다한 작품인만큼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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