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울고 후련하고… 영화 ‘노브레싱’
웃고 울고 후련하고… 영화 ‘노브레싱’
수영 소재로 젊은이들의 꿈·우정·사랑 그려
  • 뉴시스
  • 승인 2013.10.3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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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요즘 한창 각광 받는 20대 핫스타들의 이미지를 팔고, 그들의 인기에 묻어가는 그저 그런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물건도 이런 물건이 없다.
여기저기, 이곳저곳에서 수시로 터지는 웃음 폭탄부터 가슴을 찡하게 하기도 하고 포근하게 감싸주기도 하는 감동 물결, 해묵은 체증을 내려주는 속시원함에 새로운 에너지를 갖게 할 정도의 쾌감 충전까지 그야말로 만족 종합선물세트다.
30일 개봉한 이종석(24) 서인국(26) 유리(24)의 스포츠 휴먼 드라마 ‘노브레싱’ 이야기다.
실력, 외모, 집안 등 모든 것을 갖춘 엄친아로 올림픽 금메달이 유력한 국민 마린보이 ‘우상’(이종석)은 해외 대회 참가 중 폭력사건을 일으켜 수영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당한다. 복귀를 노리는 우상은 명문 대한체고에 편입해 훈련하며 여론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기로 한다. 같은 시기 또 다른 수영선수가 대한체고에 편입한다. 초등학교 시절 수영 천재로 불렸으나 어느 순간 사라졌던 ‘원일’(서인국)이다. 부모를 모두 여읜 원일은 수영선수였던 아버지의 코치이자 동료인 ‘재석’(박철민)의 종용으로 억지로 수영을 다시 시작한다. 우상과 원일은 어린 시절 라이벌 사이였다. 아니, 원일이 우위에 있었다. 그러나 원일이 물을 떠난 7년여 사이 우상은 쉬지 않고 물과 싸워 국내 1인자가 돼 있었고 원일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물을 기피하고 있었다.
‘노브레싱’은 수영을 소재로 젊은이들의 꿈과 도전, 우정과 사랑을 그린다. 수영이 소재이다 보니 일단 그림이 좋다. 국내 실내외 수영장과 필리핀 디바오 로케이션 현장에서 주연 이종석, 서인국은 물론 대한체고 수영부원으로 나오는 조연 신민철, 김재영까지 상반신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깡마른 것으로 여겨졌던 이종석이 근육질까지는 아니지만 탄탄하고 매끈한 몸매를 가졌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나 서인국의 등근육이 명품이라 부를 정도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수확이다.
하지만 이종석과 서인국의 ‘몸’에만 정신을 파는 것은 영화를 반도 안 보는 것이다. 그 동안 SBS TV 드라마 ‘시크릿가든’(2010), MBC TV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2011), 영화 ‘R2B: 리턴투베이스’(2012), ‘코리아’(2012), KBS 2TV 드라마 ‘학교2013’(2012), SBS TV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2013), 영화 ‘관상’(2013) 등을 거치며 연기력을 검증 받은 이종석은 신뢰를 저버리지 않았다. 가수 출신이지만 KBS 2TV 드라마 ‘사랑비’로 연기를 시작해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2012), MBC TV 드라마 ‘아들녀석들’(2012), SBS TV 드라마 ‘주군의 태양’ 등을 통해 연기자로 거듭난 서인국은 연기를 이렇게 잘하나 싶을 정도로 능글능글한 코믹 연기부터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정 연기까지 자유자재로 펼쳐 보인다.
우상과 원일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가수 지망생 ‘정은’으로 스크린 데뷔한 유리는 수영복 신이 전혀 없지만 신나는 노래와 상큼발랄한 외모로 남성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준다. 특히 털털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의 정은은 새침해 보이는 유리의 평소 이미지나 SBS TV 드라마 ‘패션왕’(2012)의 ‘최안나’의 어두운 분위기와는 전혀 달라 유리의 자연스러운 연기에 감탄하는 동시에 새로운 재미까지 느끼게 한다.
여기에 서민적 코믹 연기의 달인 박철민(46)과 많은 TV드라마에서의 ‘멋있는’ 역할에서 벗어나 맛깔 나는 감초 연기에 도전한 ‘장 코치’ 박정철(37)의 콤비 플레이는 영화의 재미를 한껏 높여준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영화는 스포츠 영화다. 다행히도 ‘노브레싱’의 시나리오 집필과 연출을 모두 책임진 신예 조용선 감독은 스포츠 영화가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지에 충실하다. 2009년 849만 관객을 모은 하정우(35)의 ‘국가대표’(감독 김용화)가 하늘을 나는 스키 점프를 통해 벅찬 감동을 줬다면 ‘노브레싱’은 우상과 원일, 이종석과 서인국이 시원스럽게 가르는 물살을 통해 울컥하고 치밀어 오르는 희열을 느끼게 한다.
우상과 원일이 각기 아들의 성취만을 다그치는 ‘아버지’(선우재덕)와 아들보다 수영을 선택한 ‘아버지’와의 갈등과 대립을 끝내고 이뤄내는 화해와 포용을 통해 가족애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기회다.
일부 영화전문가는 이 영화가 ‘너무 오글거린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어차피 세상은 심각하고 처절한 데다 그런 영화들로 차고 넘치지 않나. 가끔은 누구나 소년, 소녀로 돌아가 함께 울고 웃는 것도 좋을 것이다.
118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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