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루저가 정말 그 주상욱 맞아?… ‘응징자’
이 루저가 정말 그 주상욱 맞아?… ‘응징자’
실장님 깨고 ‘가해자’로 돌아왔다… 양동근·이태임과 호흡
  • 뉴시스
  • 승인 2013.11.0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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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은 배우에게 늘 익숙한 것을 요구한다. 대중의 기호에 영합해야 하는 제작자들은 창조보다 대중의 욕구를 대변하기에 급급하다. 그 배우의 지난 성공들이 바로 그 익숙한 것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배우는 변신을 원하지만 ‘갑’인 대중과 제작자가 원하니 ‘을’인 배우는 갑의 뜻을 따를 뿐이다. 배우 스스로 그 동안 애써 쌓은 성을 무너뜨리기 싫어서 그럴는지도 모른다.
배우가 과감히 변신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액션 스릴러 ‘응징자’(감독 신동엽)의 주상욱(35)이 바로 그런 용감한 을이다.
극중 ‘준석’은 고교시절 성격이 여리고, 가정환경이 불우하다는 이유로 우등생에다 싸움도 잘하고 집안도 좋은 ‘창식’이 주도한 학교폭력에 시달린다. 심지어 준석의 여자친구마저 준석을 괴롭히려는 창식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자살하고 만다. 이후 준석은 스스로 학교를 떠난다.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 준석은 창식과 재회한다. 그리고 그만의 방식으로 창식을 응징하기 시작한다.
이 정도 줄거리라면 누구나 지금까지의 주상욱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주상욱이 준석이 아닌 창식을 맡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주상욱과는 이미지상 대척점에 있는 양동근(34)이 함께 주연을 맡았기 때문이다. 거꾸로 준석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도 사회적으로 대성공을 거둔 준석이 복수를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창식을 무너뜨려 가는 것을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다르다. 주상욱은 준석이고, 양동근이 창식이다. 또 준석은 고교를 자퇴한 뒤 사회부적응자로 살아온 반면, 창식은 부친의 후원으로 성폭행 혐의마저 교묘히 빠져나온 뒤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 간부사원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약혼녀는 미모의 의사 ‘지희’(이태임)다.
준석이 응징에 나서게 된 계기는 자신이 발렛파킹맨으로 일하는 음식점에 창식이 지희와 함께 왔는데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응징 방식도 그야말로 찌질하다. 자동차 바퀴의 나사를 빼서 창식을 위험하게 만들거나 창식을 일부러 자극해 폭행을 당한 뒤 폭행 당하는 장면을 인터넷에 올려 창식이 사람들의 비난을 받게 만든 뒤 혼자 낄낄댄다.
주상욱이 기존의 작품에서 보여준 ‘성공남’ 이미지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주상욱의 팬이라면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주상욱은 오히려 이런 준석의 ‘실패남’ 이미지나 구차스러운 복수극이 흥미로웠고 흡족했다.
“영화는 시나리오가 나와 있어서 준석이 어떤 인물이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창식에게 복수를 하는지를 저는 이미 알고 있었죠. 그런 것들이 부담이나 거부감을 들게 하기보다 오히려 현실적이라고 느껴졌어요. 제가 출연을 결정한 이유였고, 제가 보는 우리 영화의 장점이죠”
설명은 이어진다. “만일 준석이 복수를 위해 오랜 시간 칼을 갈고 준비를 한 뒤 일부러 만나서 복수한다면 멋있어 보일지는 모르지만 너무 영화적일 것 같았어요. 평소 복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마음 뿐이었던 준석이 우연히 시작한 복수 방식이 준석다워서 제가 멋있어 보이는 것을 포기하고 준석을 더욱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싶었습니다.”
주상욱은 그래서 창식보다 준석을 제안해준 것이 고마웠고. 준석에게만 집중했다.
“만약 창식을 제안했으면 거절했을 거에요. 창식은 제게 있어 너무 익숙한 인물이거든요. 물론 (양)동근이가 다른 분위기의 창식을 만들었지만 그건 똑똑하고 연기 잘하는 동근이가 했기 때문이죠. 제가 준석을 마음에 들어하면서 물어본 것이 ‘창식이는 누가 하느냐’였고, 동근이라기에 그것도 신선하고 좋아서 당연히 하겠다고 했답니다.”
주상욱은 그 동안 변신에 목말라왔음을 털어놓았다.
“사실 KBS 2TV 드라마 ‘굿닥터’의 김도한 교수를 연기하면서 ‘이런 연기하는 것 처음 봤다’는 얘기를 많이 듣기는 했어요. 그처럼 그 동안 다양한 작품들에서 비슷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하면서도 작은 변화를 추구하기는 했죠. 그렇지만 큰 변화는 없었던 것이 사실이에요. 그런데서 오는 목마름, 갈증은 정말 컸죠. ‘실장님 전문배우’라는 수식어가 제가 캐스팅되는데 있어서는 유리하게 작용했을 지도 모르지만, 저 스스로는 비슷한 분위기의 연기를 계속해야 하는 것이 지겨웠고, ‘나는 다른 것도 잘할 수 있는데…’라는 안타까움마저 들었어요. 그건 연기를 안 해본 분은 아마 모를 겁니다.”
그러나 주상욱은 그런 한계를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모두 제 역량이 그 정도밖에 안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게 그런 이미지를 넘어서는 역량이 있었다면 제작자가 저를 다른 이미지의 캐릭터에 캐스팅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죠”
그런 의미에서 주상욱은 변신을 허락해준 ‘응징자’가 고맙고, 앞으로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계기가 돼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응징자’를 통해 저는 ‘주상욱’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대중이 저에 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됐습니다. 어쩌면 제 역량이 어느 정도 커졌다는 의미도 되죠. 대중이 제 변신에 어떤 평가를 내려줄지 궁금합니다. 냉정한 평가 아래 성공한 변신이 될 수도, 실패한 변신으로 남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배우로서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돼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꼭 변신할 수 있는 작품만을 찾아서 하지는 않겠지만 매 작품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응징자’는 비수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 중소규모 배급사(인벤트디)의 작품인만큼 흥행성적은 답보 상태다. 그러나 주상욱은 대성공에 기여하며 스스로도 대중의 찬사를 받은 ‘굿닥터’의 김도한보다 ‘응징자’의 준석으로 수상하기를 더욱 바라는 마음으로 ‘응징자’에 대한 애정을 대신한다.
“‘굿닥터’의 주원이, (문)채원이 다들 정말 잘했잖아요? 그러니 연말 KBS 연기대상은 그 친구들에게 양보하고. 저는 ‘응징자’로 영화제 신인상을 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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