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처세술(處世術)
[충일논단] 처세술(處世術)
  • 최춘식 국장 논산주재
  • 승인 2013.12.16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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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 ‘멍청하면 꾀라도 있어라’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멍청 한 사람이 무슨 꾀가 있겠는가.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어울리는 처세술에 대한 어원을 찾아 보기로 하자. 과연 처세술이란 무엇을 의미하며 또 처세술이란 필요악인가, 아니면 지탄받을 아부인가. 내가 하면 능력이고 남이 하면 아부라고 말하지만 삶은 곧 요령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적지않다.
주변에서 승승장구하는 지인들을 좋지 않은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의 말 “그 사람은 별 볼일 없는 사람인데 아부로 출세(出世)했어”라는 식의 비아냥 거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너는 왜 못하고 만년 그 자리만 지키냐”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시대별로 통용되었던 아부(flattery)의 뜻이 10개나 적혀 있다. 고대 그리스인은 아부에 대해 사회적 질서를 무너트리는 심각한 도덕적 타락으로 정의하였다. 중세에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고 잠재적으로 사회를 동요시키는 요소를 보았다. 르네상스시대에 이르러 보다 인간중심적이고 활동적으로 변화함에 따라 아부에 담겨 있는 경멸적인 뉘앙스의 농도가 점점 엷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아부는 최악이 아닌 세상 어디서나 존재하는 애교섞인 결점 정도로 인식되었다.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아부라는 단어에 대한 조롱의 강도는 비로소 약해졌다. 옥스퍼드 사전의 마지막 열 번째 항목은 실수를 그럴 듯 하게 얼버무려주고 완화시켜주는 것, 나아가 대범하고 관대한 행위로까지 설명하고 있다.
아부가 먹혀드는 이유를 생리학적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아부는 세로토닌(포유동물의 혈액 속에 있는 신경전달 물질)의 작용으로 요약된다. 아부는 매우 기분 좋은 생화학 반응을 뇌에 일으키게 하는데 침팬지나 인간이나 동일한 반응을 일으킨다. 힘이 약한 침팬지로부터 등을 긁어 주는 아부를 받은 우두머리 침팬지의 세로토닌 수치가 증가하듯 아첨꾼이 허리를 굽히고 속삭일 때 아첨을 받는 우두머리는 세로토닌은 요동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부란 자기 자신이 유리한 입장에 놓이도록 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높이는 일종의 현실조작이자 미래의 기대하고 행하는 의도적인 거래이다.
아부와 권력은 늘 밀월관계이다. 조금도 불평없이 클린턴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며 8년 간이나 2인자의 자리를 지킨 고어는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점지될 수 있었다.
아부만큼 뛰어난 최음제가 없다고 믿은 헨리 키신저는 닉슨 대통령에게 살살 녹는 아부를 받쳤다. 카터 행정부에서 교육 복지장관을 지낸 조세프 켈리파노는 다른 관료보다 훨씬 많이 ‘대통령, 각하’라는 말을 문장 속에 삽입하는 능력을 통해 성공가도를 달렸다.
어느 시대든 백악관에는 아부의 드림팀이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에도 아부드림팀이 존재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말하자면 자잘한 아부는 조직이나 사회를 하나로 묶는 요소가 된다.
우리가 원하는 사회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일상적인 예이다. 허나 사람의 처세술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지만 바른 행동으로 공익을 위한 일이라면 꼬집어 아부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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