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이승훈이 18일 오후(현지시각)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만m경기에서 레이스를 마치고 숨을 고르고 있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 남자 1만m에서 13분11초68로 결승선을 통과해 4위에 머물면서 아쉽게 메달을 놓친 이승훈(26·대한항공) 이야기다.
지난 8일 남자 5000m에서 12위에 그쳤던 이승훈은 이날 한층 나아진 컨디션을 선보였으나 네덜란드의 강세에 밀려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마지막 3바퀴에서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진 것이 이승훈이 메달을 놓친 이유다.
이날 장거리 강자 스벤 크라머(28·네덜란드)와 한 조에서 레이스를 펼친 이승훈은 초반에 크라머와 대등한 레이스를 펼쳤다.
첫 400m를 천천히 통과한 이승훈은 이후 4000m까지 400m 구간기록이 30초대를 유지했다. 당시 기록도 선두를 오갔다.
4000m를 지나면서부터 이승훈의 페이스는 다소 떨어졌다. 4400~4800m를 31초31로 통과한 이승훈은 이후 400m에서 30초74를 기록했으나 이후 다시 400m 구간기록이 31초대로 떨어졌다.
계속해서 31초대를 유지했다면 동메달을 노려볼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승훈의 랩타임은 계속해서 떨어졌다. 그래도 7200m까지는 400m 랩타임이 31초대로 유지됐으나 7200~7600m 구간에서 32초12를 기록하더니 이후 구간기록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마지막 3바퀴에서는 더욱 아쉬웠다.
8800~9200m·9200~9600m·9600~1만m까지 400m 랩타임은 모두 33초대였다.
결국 초반에는 크라머를 따라 페이스를 잘 끌어올리다가 막판에 힘이 떨어진 것이다.
이승훈은 “연습 때 페이스가 좋아 5000m 이후 속도를 끌어올리려는 작전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초반에 오버페이스를 한 탓인지 뜻대로 레이스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을 이끌었던 김관규 대한빙상경기연맹 전무이사 또한 “마지막 3바퀴가 아쉬웠다. 거기서 400m 랩타임이 32초대만 나왔어도 동메달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승훈이 초반에 크라머를 따라잡겠다고 지나친 오버페이스를 한 것은 아니다. 초반에 페이스를 끌어올리지 않았다면 이도저도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전무이사는 “이승훈이 100% 탔다고 봐야한다. 그렇다고 초반에 느리게 갈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크라머를 보내고 25바퀴를 홀로 탔다면 더욱 힘들었을 것”이라며 “초반에도 승부를 걸지 못하고 막판에도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승훈 또한 “초반에 강하게 가면 후반에 약해지는 것 같다. 그렇다고 초반에 강하게 가지 않으면 승부를 할 수가 없다. 막판 레이스를 생각하면서 초반에 천천히 갈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막판까지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숙제로 남는다. 초반에 승부를 걸고도 막판까지 버틸 수 있어야 메달권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승훈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막판까지 버티는 것이 숙제인 것 같다. 초반에 스피드를 올리고 막판까지 버틸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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