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 꽃으로도 때리지마라… 상처 끝의 ‘득도’
김희애, 꽃으로도 때리지마라… 상처 끝의 ‘득도’
영화 ‘우아한 거짓말’ 가슴 먹먹한 이야기, 따뜻하게 풀어내다
  • 뉴시스
  • 승인 2014.03.12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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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애(47)는 영화 ‘우아한 거짓말’(감독 이한) 시사회가 끝나자마자 눈물을 쏟았다. 자신의 연기에만 몰두하며 영화를 보다가 뒤늦게 감동이 밀려왔다. 함께 고생한 고아성·김유정·김향기의 연기도 대견스러웠다. “내가 제일 (연기를) 못한 것 같다.”고 울먹이자 도미노처럼 어린 배우들도 눈물을 글썽였다.
눈물의 의미에 대해 김희애는 뒤늦게 멋쩍은 웃음으로 답했다. “당시 긴장이 풀리면서 눈물이 나왔다. 촬영 때 힘든 내색을 안 하고 자기가 해야 할 부분을 집중해서 해낸 아역배우들이 신통하고 고마웠다. 어린 나이에 어떻게 저런 감수성을 가질 수 있을까 감탄스럽다. 영화도 감동적이었다.”
김희애 역시 열여섯 살에 데뷔했다. 어린 연기자들이 더욱 애틋하게 느껴졌다. “향기나 유정이는 내 아이들 또래다. 큰 아이를 보면 언제 철이 들까 싶은데 유정이는 같은 나이인데도 감정조절을 잘하고 침착하게 자기 연기를 해냈다.”고 칭찬했다.
“내가 일찍 데뷔해서 어린 시절 활동을 시작하는 게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공부, 가정에서 보호받고 친구들도 사귀어야 하는 나이다. 어른이 돼서 치러야 할 상처 등을 빨리 받아왔기 때문에 마음의 병이 생길 수도 있는 나이다. 직업은 성인이 돼서도 결정할 수 있는데 이른 나이에 꽃을 피우는 게 걱정이 됐다.”
“하지만 이건 다 내 기우였다. 세대가 달라졌더라. 요즘 아역배우들은 일 자체를 즐긴다. 프로처럼 일하는 모습에 자극을 많이 받고 배울 점도 많았다.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생활도 하면서 건강하게 삶을 살고 있다.”며 기특해했다.
영화는 ‘학교폭력’을 주제로 한다. 김희애는 학교에서 당한 따돌림을 참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막내딸 ‘천지’(김향기)의 엄마 ‘현숙’을 당차게 표현했다. 큰 슬픔을 겪은 후 첫째 딸 ‘만지’(고아성)와 덤덤한 척 살아가지만 죽은 딸의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되면서 죄책감에 고개를 떨구게 된다.
열여섯 살, 열네 살 아들을 둔 엄마이기에 더 공감했다. “이 영화는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뒤에서 얘기하길 좋아하고 상처 주는 말을 하는 어른들에게도 필요한 이야기”라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고 배우로서 이런 영화는 피하고 싶었다. 연기할 자신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사건·사고는 인생의 한 부분이 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우리가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담담하게 풀어가는 모습이 따뜻했다. 피하고 싶어도 피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그렇다면 담담하게, 흥분하지 않고 연기하고 싶었다.”는 마음이다.
김희애는 “사실 나도 주위에 상처를 주고 힘들게 한 적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촬영장에서 일하는 게 힘들어 불평·불만을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촬영은 해야 하고 달라지는 건 없다. 오히려 가는 말을 곱게 하니 주위가 다 행복해졌다. 연습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불의를 못 참는 게 용기가 아니라 주위사람의 기분을 맞춰주고 배려해주는 것도 소소한 용기”라는 것이다.
“사람은 모르는 사람보다 가까운 가족, 친한 친구에게 더 상처를 받는다. 주위에서 함부로 내뱉는 말이 상처가 된다. 그래서 일부러라도 더 조심하고 더 아끼고 소중하게 대해줘야 한다. 언젠가 사람은 이별하게 된다. 그러면 같이 사는 동안 이왕 돈 안 드는 것, 말로 행복을 주고 살아가는 게 좋다. 그게 시너지가 돼 돌아온다. 말로 화살을 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희애는 “학교폭력과 같은 문제는 강압적으로 얘기해줘서 해결되는 게 아니다. 마음의 터치가 있어야 움직인다.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라도 태도의 변화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내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 우리 아이들도 같이 영화를 보고 나면 느끼는 게 있을 것 같다.고 추천했다.
“흥행은 중요하지 않다. 관객이 많이 든다고 능사가 아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마음을 울리는 그런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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