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못한 그대의 말 못할 사연, KBS ‘대변인들’이 대신해줍니다
안녕 못한 그대의 말 못할 사연, KBS ‘대변인들’이 대신해줍니다
  • 뉴시스
  • 승인 2014.03.17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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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전국 각지의 대학에는 ‘안녕들하십니까’로 시작하는 대자보가 나붙었다. 보는 이의 ‘안녕’을 묻는 이 자보에는 작성한 사람의 ‘안녕하지 못하다’는 내용이 담겼고 이를 본 다수의 사람이 반응했다. 반향은 오래, 크게 일었다.
KBS 2TV가 새롭게 선보이는 파일럿 프로그램 ‘대변인들’은 대자보 ‘안녕들하십니까’를 TV로 옮겨온 프로그램이다. 단순 토크쇼를 넘어서 갑을관계, 상하관계, 수평관계의 맞수, 라이벌 등 평소 소통하지 못했던 이들이 서로의 입장을 역지사지하는 기회의 장을 펼친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가진 게스트의 소통을 이끌어 내는 코너 ‘당신의 입이 되어드립니다’, 당사자가 직접 말하기 힘들었던 ‘을’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을트라맨’ 코너로 구성된다.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전수영 PD는 “각 ‘대변인들’이 안녕하지 않은 삶을 사는 이들의 입이 돼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MC 김구라(44), 가수 성시경(35) 등 두 진행자를 비롯해 전 SBS 아나운서 유정현·전 MBC 아나운서 오상진·KBS 아나운서 조우종·개그우먼 김지민·개그맨 조세호·영화배우 방은희·문화평론가 김도훈 등 7명의 패널이 출연한다. 이들은 ‘톡 까놓고 이야기하는 7인’을 뜻하는 ‘까7’으로 활약한다.
“누구나 예상하는 조합이 아닌 의외의 조합을 염두에 뒀다. ‘역지사지’ 콘셉트인만큼 전혀 다른 인물을 모아놓으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았다. 이전 프로그램과는 다른 프로그램이 될 것 같다.”(전수영 PD)
종합편성채널 JTBC 토크프로그램 ‘썰전’ ‘마녀사냥’ 등을 보는 듯한 기시감이 드는 구성이다. 하지만 ‘대변인들’은 예능국이 아닌 교양국에서 만든다는 점에서 변별력을 가진다.
재미도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유정현·오상진·조우종 등 지상파 3사 전현직 아나운서를 한 자리에 모아 경쟁구도를 완성했다. 이들은 “각사를 대표하는 아나운서들이 아니다. 나만 KBS를 대표하고 있다. 다른 분들은 회사를 나온 분들이다.”(조우종), “조우종 아나운서는 내가 현역 아나운서 때 들었던 말 중 하나인 삼류 아나운서의 전형이다.”(유정현) 등 프로그램 녹화 전부터 으르렁거리며 재미를 더하고 있다.
조우종 아나운서와 개그우먼 김지민이 함께 출연한다는 점도 볼거리다. 두 사람은 KBS의 각종 프로그램에 나란히 출연하며 ‘핑크빛 기류가 돈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
“조우종이 나오는 줄 몰랐다. 3사 아나운서가 나온다길래 조우종만 아니길 바랐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가 러브라인이 아니라 철저히 일적인 관계라는 걸 보여주겠다.”(김지민), “부끄러워하는 거 같다. 나중에 따로 밝히겠다.”(조우종)
‘당신의 입이 되어 드립니다’의 첫 번째 게스트는 올 상반기 ‘섹시’ 경쟁으로 주목받았던 ‘레인보우’의 지숙, ‘달샤벳’의 수빈, ‘스텔라’의 가영 등 걸그룹 멤버들이다. 대한민국에서 ‘걸그룹으로 살아남는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실제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출연, 청소년들의 심한 사춘기를 일컫는 ‘중2병’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진다.
‘을트라맨’에는 개그맨 조세호가 대한민국 ‘을’들의 대표 조장이 돼 시청자들의 사연을 전한다. AI 사태로 피해를 입은 양계농가 주민, 말도 안 되는 배송 요청사항 때문에 고충을 겪고 있는 택배기사, 웃지 못할 사연으로 남성 역차별을 주장하는 만19세 남자공무원들의 이야기다.
유정현은 “대변을 한다는 건 약자를 대변하는 거다. 잘난 사람들은 대변할 필요가 없다. 약자의 어려움 등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지만 귀기울여 주는 게 쉽지 않다. 대충은 알지만 구체적으로 알수록 마음이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그런 불편한 진실을 다른 토크, 시사 프로그램보다 겸손하게 들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4월 1일 화요일 8시 55분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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