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규제와 개혁의 변곡점
[충일논단] 규제와 개혁의 변곡점
  • 한내국 편집국 정치행정팀 부국장
  • 승인 2014.03.19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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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가 암덩어리와 싸워나가는 과정을 들여다 보면 한 편의 영화같다. 그만큼 픽션이 많고 또 고비에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문제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마치 작가의 의지대로 희극이나 비극을 의도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불행하게도 작가없는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작가로 나선 주최측은 규제를 혁파하기 위해 작가로 나서기는 했지만 정작 희비극을 예단할 수 있는 작가적 의지나 심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드라마는 이렇다. 어려운 시절을 정신력과 오기로 버티며 부를 일군 장년이 이제 먹고 살만 하니까 몸에 병이 찾아왔다 끔찍하게도 암(악성종양)이다. 이 장년은 이제 암과 맞서 싸울 것을 결의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암을 퇴치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 할 경우 자신의 생명을 빼앗겨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는 공포에 가깝다.
얼마전 대통령은 규제를 가리켜 암덩어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암은 대통령 자신의 아버지 시정을 겪으면서 만들어 진 것이다. 암이라는 것이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면 오랜 과정에서 만들어 졌고 이제 그것때문에 내 생명이 빼앗길 만큼 공포로 다가왔다.
얄궂게도 자신의 아버지시절 만들어진 규제가 이제 대통령이 된 자식이 벗겨내야 하는 얄궂은 운명이 됐다. 하지만 이 암덩어리를 발견한 것만으로도 큰 성과다. 문제는 자신이 하지 못할 경우 누군가는 해야 한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이 덩어리를 제거해야만 건강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만큼 절박감이 컸으며 그 절실함때문에 ‘암덩어리’라고 표현했지 않을까.
문제는 정의된 바 규제가 ‘쳐부술 원수’, ‘제거해야 할 암 덩어리’ 등에 비유되며 규제 혁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여전히 기업 현장에서 느끼는 규제개혁 체감도는 낮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산업간 융합을 저해하는 규제들이 시급히 개선되어야 하고 시대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불합리하거나 낡은 규제 틀을 깨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규제개혁을 위한 규제개혁시스템 마련이 필요하고 이제는 기업, 국민 등 피규제자가 규제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 국가적 차원에서도 저성장 경제를 탈피하기 위한 과감한 규제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 옳다. 하지만 문제는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이냐 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대통령 자신도 깊은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듯 하다. 하여 기업인들을 불러모아 함께 개혁을 위한 공론을 해볼 참이다. 이정도 만으로도 해답을 찾게 된다면 참 다행이다. 아니 나아갈 방향만이라도 찾게 된다면 말이다.
과거 어느순간부터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져 온 규제들이 미래를 여는 문을 가로막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통령은 국정운영 초기부터 창조경제를 주창해 왔다. 이 창조경제는 미래를 여는 열쇠고 미래를 보장하는 열매와 다름없다. 하지만 미래로 가는 문까지 다가서려 하니 앞에 놓인 퍼즐이 가시처럼 엉켜있어 곤혹감을 갖게 한다. 이것이 규제다. 이를 풀어야만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면 이 숙제는 반드시 풀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매우 어려운 사슬이 가로막혀 마치 ‘암덩어리’처럼 어려움을 주는 것이다.
지금은 산업과 산업, 산업과 문화 등이 융합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과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융·복합 시대다. 따라서 기업 활동이나 제품들은 더 이상 한 산업, 한 품목에 국한되지 않고, 서로 다른 경영방식과 기술 등이 결합되어 신시장이 창출되고 있다.
그러나 규제는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여전히 산업간, 품목간 영역이 따로따로 구분된 채 규제들이 적용되고 있다.
구시대적 요소도 발목을 잡고 있다. 1996년 해외여행자 1인당 면세금액은 400달러 이하로 정해졌다. 반면 그동안 1인당 국민총소득은 81%, 소비자 물가는 68% 상승했으나, 면세한도는 그대로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불 시대, 2013년 기준 내국인 출국자수가 1484만여 명이나 되는 상황에서 1인당 면세금액 400달러라는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규제는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한다.
규제혁파는 우리에게 불행하게도 지속성도 없었다. 그동안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규제개혁을 추진했지만 정권 하반기에는 동력이 약화되어 오히려 규제 수가 증가하는 등 지속적인 규제개혁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통제받고 행동에 제약을 받는 규제에 대해 어느새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규제를 받지 않고 국민 스스로 자유롭게 사고하고 연구, 행동하는 것이 국민의 권리이다. 창조경제란 개개인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성장엔진이 되는 경제이다. 생활 속 혁신의 주체인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내 아이디어를 가로막는 규제에 대해 보다 관심을 가지고 국민 스스로 권리를 누리기 위한 규제개선 노력을 해야 한다.
남은 것은 이제 국가적 차원에서 저성장 경제를 탈피하기 위한 과감한 규제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규제개혁은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복지다. 규제개선이 이루어지면 기업 투자가 이루어지고 이는 즉시 일자리 창출로 직결된다. 이처럼 기업이 체감하는 규제개혁은 국민에게도 이어져 새로운 가치와 동력의 창출로 이어지므로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큰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과감한 규제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래로 가는 변곡점에 규제가 놓여있는데 이는 풀기 어려운 퍼즐로 다가와 있다. 열쇠를 가지고 문을 열기 위해 남겨진 가시밭길을 뚫어내는 고통이 지금 필요하다. 우리는 그 역사의 변곡점에 규제라는 이름을 앞에놓고 마주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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