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논단] 충청의 도시에도 자유로운 공기를
[수요 논단] 충청의 도시에도 자유로운 공기를
  • 류근찬 의원
  • 승인 2007.02.27 1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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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기 암흑기를 벗어나서 역사의 대 전환을 만들었던 르네상스의 중심지는 이탈리아였다. 프랑스어로 부활, 재생을 의미하는 르네상스는 원래 그리스, 로마의 고전문화를 재생하여 인간성이 풍부한 인본주의, 자아존중의 합리적 사고를 추구하는 14세기부터 16세기에 걸쳐 일어난 문화운동이었다. 그런데 르네상스 운동은 거대한 국가가 아닌 도시공국 이탈리아에서 일어났다. 작은 도시국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당시 이탈리아는 강력한 중앙집권적 국가가 아니라. 수많은 도시 공화국, 공국(公國), 교황령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러나 중앙에 막강한 권력이 없었기 때문에 각 도시공화국내의 상업귀족과 시민들의 활동이 활발했고 귀족들이 무역과 상업을 장려했다. 아울러 귀족과 시민들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교황과 교회의 권위에 대항하는 힘을 만들어 나갔다.
지리적으로도 이탈리아는 십자군의 운송거점으로 지중해를 경유하는 동방무역의 중심지였다. 이탈리아 사회가 시민들 중심으로 르네상스 운동을 벌이자 교황조차 이를 지원하는 후원자가 되었다. 로마시대의 문화적 유산이 풍부했던 이탈리아는 동로마의 비잔틴 제국이 멸망한 1453년을 전후하여 많은 학자들이 모여들고 이슬람 제국과의 접촉을 통해서 세계관을 확장시켰다.
필자가 이렇게 서두를 길게 설명한 이유는 ‘지방도시의 공기는 자유로워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17세기 이래 절대주의를 넘어뜨린 주체는 무역과 상업으로 성장한 시민계급이었다. 르네상스에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예술을 창조했던 원동력은 바로 강력한 중앙집권적인 권력이 아니라 시민들의 창조성과 개성, 자유로운 상업 활동과 도시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이었다. ‘도시의 자유로운 공기’가 경제와 문명을 낳은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지방도시는 어떠한가? 말 그대로 황폐화 직전이다. 정부의 행정난맥상 때문이다. 벌써 결정을 내렸어야 할 장항산업단지 사업은 정부가 사업 백지화의 명분과 이유를 찾느라 18년간 끌어오면서 꼬일 대로 꼬이고 말았다. 이 와중에 서천 인구는 15만 명에서 6만5천으로 쇠락했고, 주민들은 지역도시 재생을 요구하며 집회시위와 단식 투쟁 등 인간이 용기로 맞설 수 있는 수단이란 수단을 모두 동원했다. 18년간의 국가정책이 이 모양이 될 때까지 국가의 정책집행절차는 한마디로 가관이었다.
사업추진 주체인 건교부와 토지공사 그리고 환경부와 해수부는 환경단체의 뒤로 몸을 감춰버렸고, 국가지도자는 정책을 변경할 경우에는 구체적인 사유가 있어야 한다며 명분을 찾아내려는 시그널을 보냈다. 마치 장애물이 있어서 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는 주장과도 같다. 지역균형발전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정부치고는 국책사업에 대한 자세가 너무나 치졸하지 않은가!
장항산단이 호남이나 영남에 위치했던들 18년이나 표류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광주보다 인구가 많은 대전의 지하철 2호선 건설은 안 돼도, 대전보다 규모가 작고 타당성이 더 떨어지는 광주 지하철 2호선은 된다. 대구지하철은 3호선까지 추진할 예정이다
충청의 도시공기는 무슨 이유로 자유롭지 못한 것인가? 국책사업의 결정 주체가 중앙의 권력집단이기 때문이다. 광주, 대구 도시 주민들은 권력을 배출해준 보답으로 중앙이 내려 보내는 나라 예산을 고스란히 챙기며 지역의 공기는 자유롭다고 느끼고 있다.
노무현정부는 임기가 다 가기 전에, 아니 국무총리 퇴임 이전에 그간의 과오를 바로잡고 장항산단을 비롯한 충청지역의 왜곡된 국책사업 결정을 원위치로 되돌려 놓아야할 것이다. 작은 공국 피렌체에서 르네상스의 불길이 솟아올랐듯이, 작은 도시의 번영이 나라 경제를 지탱하는데 도움 되는 환경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충청의 해안 도시 서천에서도, 국토중심부 대전에서도 번영과 성장의 자유로운 공기를 맛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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