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반토막 ‘아빠 어디가’… 왜?
시청률 반토막 ‘아빠 어디가’… 왜?
동시간대 예능프로그램 최하위… 시즌1 뛰어넘는 화젯거리 부족
  • 뉴시스
  • 승인 2014.03.2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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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는 세 번의 승부수를 띄웠다. 소치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상화·박승희·조해리를 출연시킨 것, 시즌1에 출연한 아이들이 다시 한 번 등장한 것, 그리고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송종국과 안정환을 활용해 축구 경기를 한 것이다.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 ‘아빠! 어디가?’는 시청률 반등에 실패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출연한 지난 16일 방송의 시청률은 9.0%(닐슨코리아)였다. 시즌1 출연자를 불러 모아 축구를 한 23일 방송은 9.3%를 기록했다. 모두 동시간대 시청률 최하위다. 23일 SBS TV의 ‘K팝 스타 시즌3’는 11.0%,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10.8%였다. 16일 ‘K팝 스타’ 9.5%, ‘슈퍼맨’은 10.0%을 올렸다.
‘아빠! 어디가?’가 같은 시간대 예능프로그램 시청률 최하위로 밀려난 것은 2월 16일부터다. 3월 2일에는 처음으로 한 자릿수 시청률로 떨어졌다.
‘아빠! 어디가?’는 시청률을 회복하기 위한 복안이 필요했다. 제작진은 과감하게 ‘아빠와 함께하는 여행’이라는 설정을 버렸다. 16일 방송은 아이들과 스케이트 선수들이 주인공이었다. 아빠들은 존재감이 없었다. 23일 방송은 축구선수 두 명이 주인공이었다. 아이들도 없고, 아빠도 없고, 여행도 없었다. 시청률은 움직이지 않았다.
시청률이 19.8% (2013년 7월 21일)까지 치솟았던 ‘아빠! 어디가?’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걸까.
아빠와 아이가 여행을 간다. 아이들은 여행지에서 미션을 수행한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성장한다. 어색했던 아빠와의 관계를 회복한다. 아빠들은 요리를 한다. 부자 혹은 부녀는 함께 잠을 잔다. ‘아빠! 어디가?’ 진행에는 특별한 게 없다. ‘무한도전’처럼 매번 콘셉트를 바꾸거나 ‘런닝맨’처럼 다양한 게스트를 초대하거나 또 ‘1박2일’처럼 독하게 진행할 수도 없는 구조다.
‘아빠! 어디가?’의 재미는 결국 아이들의 돌발행동과 아빠들의 어색함에 있다. 시청자들이 윤후에 열광했던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어른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엉뚱한 말과 행동을 한다는 점이다. 울고 있는 민국을 향해 “왜 나 때문에 그래요?”라고 묻거나 송종국에게 “지아 아버님”이라고 하는 모습에서 웃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은 없다. 심각한 얼굴로 “나 놀 기분이 아니야”라고 내뱉는 윤후를 보기 위해 TV 앞에 앉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시즌2에는 대중이 푹 빠질만한 매력을 가진 아이가 없다. 물론 시즌1에 이어 시즌2에도 출연하는 윤후를 비롯해 새롭게 출연하는 리환, 찬형, 성빈, 민율, 규원 모두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다. 하지만 시청률은 그것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어야 오를 수 있다. 윤후는 이제 ‘아빠! 어디가?’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아이가 돼 버렸고, 다른 아이들도 큰 매력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시즌1에서 모든 아이들이 화젯거리를 만들어냈던 것에 비해 시청자들은 윤후를 제외하고 누가 누구의 아들인지 조차도 정확하게 알기 힘들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슈퍼맨’의 추사랑이 차지해버렸다.
아빠들은 여행에 너무 빨리 적응해버렸다. 시즌1의 아빠들은 분명히 어설펐다. 음식 하나 만들기를 버거워 했고, 아들과 단 둘이 있는 시간을 어색해했다. 하지만 새로운 시즌의 아빠들에게서는 그런 모습을 찾기 힘들다. 김성주와 성동일, 윤민수는 이미 1년이 넘는 시간을 아들·딸과 여행했다. 누구보다 이 프로그램에 능숙하다. 아빠들에게서 재미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이미 반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김진표, 안정환, 류진은 보호자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가령 시즌1에서 성동일은 엄한 아버지, 이종혁은 자식을 방치하는 아빠, 송종국은 딸바보 캐릭터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또 다른 재미를 만들어냈다. 캐릭터가 반복되면 그만큼 재미는 떨어지는 법이다. 시즌2의 아빠들에게서는 새로운 모습을 전혀 찾을 수 없다. ‘아빠! 어디가?’를 보는 시청자는 똑같은 드라마를 반복해서 보는 것에 불과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시청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아빠! 어디가?’의 대체재가 생겼다는 점이다. ‘붕어빵’과 ‘1박2일’을 섞어 놓은 듯한 콘셉트의 ‘아빠! 어디가?’는 분명 새로운 프로그램이었다. 아이들이 주인공인 예능프로그램과 여행을 떠나는 콘셉트의 리얼 버라이어티는 따로 떼어 놓고 보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이 두 가지를 조합한 결과물은 ‘아빠! 어디가?’가 최초였다.
하지만 ‘아빠! 어디가?’보다 어린 아이들이 나오는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등장했다. 심지어 같은 시간에 방송한다. 어차피 아이들이 귀엽게 노는 모습을 보는 게 목표라면 두 프로그램 중 어떤 것을 봐도 상관이 없다. 앞서 말했듯 ‘슈퍼맨’에는 최근 가장 파괴력 있는 예능 캐릭터인 추성훈의 딸 추사랑이 있다. ‘아빠! 어디가?’가 가장 좋은 시청률을 보일 때의 딱 반이 ‘슈퍼맨’의 시청률이라는 점은 ‘슈퍼맨’이 ‘아빠! 어디가?’의 완전 대체재가 됐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이다.
대중문화평론가 이문원 씨는 “아이들이 등장하는 프로그램 시장이 애초에 협소하다.”며 “똑같은 주제의 프로그램이 모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굉장히 낮을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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