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눈뜨고 아이들 잃는 나라
[충일논단] 눈뜨고 아이들 잃는 나라
  • 고일용 경제부장 편집국 부국장
  • 승인 2014.04.17 1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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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조간신문의 한 제목이다. 눈 뜨고 아이들 잃는 나라… 허탈과 절망이 엄습한 대형여객선의 어이없는 침몰과 한심한 어른들의 대응을 두고 이 땅에서서 일어나는 일을 표현한 것이다.
갑작스런 사고에 준비할 마음도 대처할 시간도 갖지 못하고 꿈을 꾸던 아이들을 살려내지 못한 통곡이 사고 하루 뒤 전국을 적시고 있다. 아이들은 휴대폰 메시지에 ‘아빠 큰일났어… 배가 기울어…’ 문자를 보내고 이후 소식이 끊겼다. 긴박하고 다급한 상황을 표현할 길 없는 아이들 수백명이 물 속에 가라앉았지만 그 시간 배를 책임진 선장과 선원들은 모두 달아나 목숨을 부지했다.
애타게 아이들을 향한 부모들의 절규가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전국이 통곡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 과정을 가리켜 ‘3류정부’라 불렀다. 대응도 처리도 모두 엉망이다. 그러니 이 땅의 어른들이 ‘3류 어른’이나 다름없다.
3류 어른들이 다스리는 한국은 최근 잇따른 대형참사로 피같은 수많은 자녀를 잃었다. 갓 대학입학을 하고 대학축제와 같은 오리엔테이션을 받다가 천정이 무너져 자식들을 저 세상으로 보낸 어른들은 얼마나 됐다고 이제 수백명의 자녀들을 다시 물 속에 갈아 앉히고 말았다.
속말로 ‘천벌을 받을 일’을 어른들이 저질렀다. 이 원죄를 이제 어떻게 갚아나가야 하나. 일손이 잡히지 않은 수많은 부모들은 밤새 방송전원을 끄지 못하고 단 한명이라도 더 살아나기를 고대하며 밤 잠을 설쳤다.
이전 일도 인재다. 초기 대응만 철저히 했더라면 더 많은 생명을 지켰을 것이기 때문이다. 작금의 현실은 그만큼 이 땅에서 기본기가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3류어른들은 아이를 잘 가르쳐 보려는 욕심으로 ‘입시지옥’을 만들고 그 울타리에 아이들을 가둬놓고 있다. 그런가 하면 폭력을 막자면서 경찰을 학교안에 들여 놓고 아이들을 잘 훈육(?)하고 있다고 한다.
교권이 무너지고 학생들은 부족한 잠을 학교에서 메꾸는 나라. 앞서가는 학생 뒤에서 뒤떨어진 공부를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나라. 그 곳이 우리 어른들이 꾸며놓은 학교의 모습이다.
이런 곳에서 달리 선택의 길이 없는 부모들은 그러나 학교를 아직도 훌륭한 곳으로 믿고싶어하는 나라. 그 나라에서 이번에도 또 3류방식으로 아이들의 절규를 묵살했다.
“진도 여객선 사고의 원인도 정부의 안전불감증 때문입니다. 지난해 우리 아이가 해병대 캠프에 갔다가 안전사고로 숨졌을 때도 허술하게 관리·감독한 태안군청, 해경 등에 대해서는 처벌을 하지 않았어요. 경주 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로 부산외대생들이 참변을 당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업체 관계자만 구속했죠. 사고 때마다 정부는 재발 방지대책을 내놨지만 말뿐이었습니다.”
지난해 7월 태안군 안면도 해병대 사설캠프 사고로 아들 이준형(당시 17세 고교생) 군을 잃은 어머니 문광숙(47) 씨는 16일 진도 사고 소식을 접하고 분통을 터뜨렸다. 자신의 아들과 같이 꽃다운 나이의 고교생들이 희생당하는 사고가 또 터졌다며 안타까워했다.
문씨는 “후진적 사고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키려면 인허가 및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담당 공무원들을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전남 진도군 병풍도 북쪽 해상에서 대형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는 사고가 일어나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오른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을 포함한 승객들이 참변을 당했다. 올해 2월 17일 부산외국어대 학생 등 10명이 숨진 경북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사고가 일어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이번에는 많은 고교생들이 희생됐다. 경주 사고 직후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새 학기를 앞두고 많은 행사가 예상되는데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하라”고 주문했지만 말뿐이었다.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사람만 280여 명으로 이 중 240여 명이 단원고 학생들로 집계되어 대규모 희생이 우려된다. 이날 사고현장에서 친구를 구하려다 숨진 단원고 2학년 정차웅 군의 어머니는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온 아들을 보고 넋을 잃었다. 학교로 달려온 한 할머니는 “생때같은 우리 손주 바닷속에서 얼마나 추울까”라며 절규했다. 해군 해난구조대(SSU)가 수중 구조작업에 나섰으나 사고 해역의 유속이 빠르고 시계가 나빠 어려움을 겪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래층 객실에 있던 학생들의 구출 가능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지켜보는 사람들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이제 이 사태를 누가 누구에게 탓할 수 있을까. 그저 하늘만 쳐다보는 민초들 가슴엔 5000년의 한이 내려앉아 그저 목놓아 넋을 빼앗고 있다. 눈 뜨고 이이를 잃는 나라… 이곳이 한국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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