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얘들아 생명의 끈을 놓지말고 버텨다오”
[충일논단] “얘들아 생명의 끈을 놓지말고 버텨다오”
  • 금기양 부장
  • 승인 2014.04.20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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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을 앞두고 몇 일 전부터 옷과 신발을 사고 장기자랑을 준비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잠을 설치던 사춘기 고교시절 추억을 성인이면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4월 16일 오전, 안산 단원고 학생 475명의 수학여행이라는 부푼 기대와 설레임을 실은 제주도행 세월호가 ‘쾅’ 소리와 함께 진도 앞 바닷속으로 몸체를 감췄다.
실종자 대부분이 꽃다운 열일곱의 고등학생들이다. 실종된 학생들의 부모는 물론 온 국민이 분노했고 오열했고 통곡했다. 엊그제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고등학생 자식을 둔 부모로서 가슴속 깊은 곳으로부터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왔다. 사고 발생 후 몇 일 지나도록 희망적인 소식은 안들리고 피말리는 시간만 흐르고 있다.
어이없는 분노를 어디에 대고 뿜어댈까? 도대체 누가 이런 희대의 비극을 만들었는가? 상식을 벗어난 참사의 책임을 선사 직원 몇 명에게만 물을 수 없을 것이다.
조각조각 작은 실수들과 무관심, 도덕적 불감증 등 총체적 부실이 이런 대형참사를 불렀을 것이다. 작게나마 희망봉처럼 보였던 뱃머리 하단마저 물속에 잠겨 시야에서 사라졌다. 생존해 있을 것이라는 실날 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몇 날 몇 일을 뜬눈으로 지새고 있는 가족에겐 인정하고 싶지않은 주검과 비보들만 현장에서 날아들고 있다.
아직도 아이들이 차디차고 칠흑같은 바닷속에서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을 것만 같아 늦은 밤임에도 구조현장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학교수업에다 야간자율학습에 학원에 고단한 하루일과를 끝내고 곤히 잠들어 있는 같은 또래 아들놈이 바로 그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몇 일을 제대로 자지도 먹지도 못하고 절규하고 넋을 잃고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나가는 그들 부모가 나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똑 같은 심정이기 때문이다.
잠자고 있는 아들을 보면서 나는 속으로 외쳤다. “하느님 제발 이 아이들이 구조될 때까지 살아 있도록 생명줄을 단단하게 묶어 주십시오. 얘들아 그때까지 생명의 끈을 놓지 말고 버텨라. 너희가 죽으면 이 나라의 꿈과 희망도 사라진다. 기적을 보여줘라”
멀리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바닷속에 잠긴 깜깜한 배안의 모서리에서 살고자 발버둥치며 몰아쉬는 숨가쁜 소리가 파도에 실려 내 귓전을 때리고 있어 전신이 시리고 아프다. 타임머신이라도 있으면 사고 즉시로 날아가 내가 마신 산소 한 방울이라도 아이들 한 입 한 입에 나눠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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