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이제 그만 “~라면”
[충일논단] 이제 그만 “~라면”
  • 박경래 부장 금산주재
  • 승인 2014.05.06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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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서남수(62) 교육부장관은 ~라면을 먹어 민망하고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국회 법제사법부에 출석해 사과했다.
배고파서 먹는 컵 라면이니 하고 넘어 갈수도 있지만 그 배고품이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의 아픔이나 세월호 트라우마에 빠진 국민들의 심리적 충격이나 우울증 등 분노를 뒤로하기에는 너무나 어이없고 황당하고 기이한 행동이다. 배고픔을 조금만 참았더~라면…
세월호 침몰사고에 두고 수많은 가정(假定)을 한다. 우린 그런 가정 “~라면”이라는 아쉬움으로 표현한다.
사고원인 중 하나 인 중고선박 증축 안했더~라면, 무게중심을 아래로 향하게 밸런스를 맞췄더~라면, 청해진 해운같은 회사가 없었더~라면, 애초에 무리한 출항을 하지 않았더~라면, 적재화물을 단단히 고정해두었더~라면, 사고 직후 선장이 회사에 먼저 연락하지 않고 관할 해역에 신고만 했더~라면, 학생들의 신고전화를 얼빠진 질문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더~라면, 선장이 승객 안전을 내팽개친 채 팬티바람으로 달아나지 않았더~라면, 아니 달아날 때 달아나더라도 “선실에서 대기하라”는 잘못된 방송만 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마지막 순간 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입은 채 바다에 뛰어들도록 유도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참극은 빚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라면”의 대목은 널려있다. 선장이고 선원이고 제대로된 위기 안전교육을 제대로 받았더~라면, 승선자 명부를 제대로 기록했더~라면, 실종자 숫자를 놓고 오락가락하지만 않았더~라면, 평소 위기상황을 대비한 출항 전 구명보트 안전 점검을 제대로 했더~라면, 등 등 수없이 나열해도 끝이 없다.
더 통탄스러운 “~라면”의 순간은 사고발생 후가 한마디로 가관이다. 세월호가 반쯤 기운 모습으로 TV 화면에 나타났을 때 배 안의 사람들에게 현재와 같은 참극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 국민은 거의 없다. 노출되고 확인된 위험에는 대응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실마리 같은 희망의 ~라면이 있어서이다.
사고는 났어도 하늘에 헬기가 떠 있고, 사방에 구조 배가 몰려들던 상황이 전개되어 당연히 꺼낼 것이라 여겼고, 마땅히 그래야만 했다.
학생들은 선내 방송에 따라 너무나도 착하게 기다리다가 그만 사고를 당했다. 마지막 절규를 우리는 결과적으로 외면했다.
배가 완전히 뒤집히기 전 그 절체절명의 시간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안으로 들어갔더~라면 미안한 마음이 지금보다는 덜 들었을 것이다. 세월호 사고에서 “~라면”은 불가항력적 상황이 없다. 그때그때 마음만 먹었다면 모두 가정을 현실로 바꿀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소홀이 했다. 여기에는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정부의 무능함에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대목이다.
그만큼 원칙과 규정이 무시되고 부조리와 엉터리가 판을 치고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의 자세로 일관해오는 공직사회의 철옹성 같은 성이 무너지지 않고 영원할 것만 같은 두려움이 국민들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마 무슨 일이 있겠나 하는 설마주의, 적당히 하지 뭐 하는 대충주의, 돈만 최고로 여기는 배금주의,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무사안일주의, 끼리끼리 밀어주고 당겨주는 한통속주의가 만연한 현재의 시스템으론 재차 사고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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