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보기 신화와 미술의 오디세이 4
엿보기 신화와 미술의 오디세이 4
악타이온과 아르테미스 그 속죄 신화 (4)
  • 서규석 박사
  • 승인 2007.02.27 1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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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 여신은 트로이 전쟁에서 그리스군의 총지휘자였던 아가멤논 장군이 자신이 기르던 사슴을 죽였을 때도 어김없이 복수를 해서 그의 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받치게 만들었다.
이 복수의 스토리는 이렇게 전개된다.
트로이 전쟁을 준비하는데 2년씩이나 걸리게 되자, 아가멤논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어느 날 수렵을 나갔다가 실수로 아르테미스 여신에게 봉헌된 수사슴을 죽이고 말았다.
이를 알게 된 아르테미스는 그에 대한 복수로 그리스 군대에 질병을 퍼트리고 배가 출항하지 못하도록 바람을 일으켰었다.
아가멤논의 군대는 옴짝달싹 하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이 때문에 그리스 군에 동요가 일어나자 아가멤논은 결국 처녀신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한 예언자를 데려왔다.
예언자인 칼카스는 아가멤논의 첫째 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받치지 않고서는 처녀신 아르테미스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없다고 말했다.
아가멤논은 예언자의 말을 승복하기 어려웠지만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때 오디세우스는 아가멤논에게 절묘한 방법을 제안했다.
그녀의 어머니 클리템네스트라에게는 아킬레우스와 결혼시키기 위해 이피게네이아를 데려간다고 말하고, 이피게네이아에게는 디오메데스를 보내서 설득하기로 했다.
이야기를 들은 클리템네스트라는 매우 기뻐하며 딸과 함께 아가멤논이 정박하고 있는 흑해연안의 아울리스 항구로 향했다.
그녀와 어머니가 아울리스에 도착했을 때, 거기에는 결혼식은 마련되어 있지 않았고 곧 벌어질 죽음의 공포감에 떨어야 했다.
아킬레우스는 이피게네이아를 속이고 자신의 명예를 더럽혔다며 아가멤논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
그러나 아가멤논은 애원하는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받치지 않을 수 없었고, 이를 지켜보던 아르테미스 여신도 그제야 화가 풀려 그의 딸을 데려가서 신전을 관리하는 사제가 되게 했다.
64B.C-17A.D 혹은 서기 200년경 스페인 혹은 알렉산드리아 태생의 라틴어 작가로서 그리스 신화의 13%를 쓴 가이우스 J. 하지누스의 ‘패블라((Stories)’ 가운데 69번째로 등장하는 이피게네이아의 시를 인용한다.
“이피게네이아가 아울리스에 도착했을 때 아버지 아가멤논은 그녀를 제물로 바치기로 했네.
아르테미스(디아나) 여신은 그녀에게 연민을 느껴 안개를 뿌려주었네.
그리고 이피게네이아를 암사슴으로 만들고 구름으로 몸을 가려 타우리스로 데려갔네.
이피게네이아는 아르테미스(디아나)의 신전 여사제가 되었네”
이처럼 신화에서 여신의 미(美), 여신의 영역은 즐거움을 느끼는 대상이 아니다.
아르테미스 여신에서 볼 수 있듯이 미는 바로 파괴의 권한을 가진 위험한 자격(資格)이며, 여신이 가진 권위는 순수함을 지키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도덕적, 사회적인 힘이다.
따라서 여신을 엿본 자는 항상 트랩에 걸려 죽게 되는 비극의 대상임을 현대인에게 경고하고 있다.
미의 트랩에 관해서는 다음 회에 논의된다.

서규석 씨는 중앙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사회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자치경영개발원에 재직하면서 대학에서 문명사를 강의하고 있다.

<사진>그림은 아르테미스의 분노로 혼란에 빠진 병사들이 예언자의 말대로 아가멤논의 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치는 장면을 담은 1세기 경 로마의 프레스코 벽화. 왼쪽 그림의 왼쪽 기둥 위에 두 마리의 개와 함께 서 있는 조그만 형상은 디아나(아르테미스) 여신상이며, 이피게네이아의 제례를 주재하는 것을 상징한다. 또한 그 뒤에 사슴뿔을 잡고 있는 것도 디아나(아르테미스) 여신이다. 이피게네이아는 엘렉트라(1962), 트로이의 여인(1977)이란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했고, 유리피데스의 희곡으로 완성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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