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6·4 지방선거를 바라보다
[충일논단] 6·4 지방선거를 바라보다
  • 서중권 편집이사
  • 승인 2014.06.0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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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적 참사인 ‘세월호’의 ‘블랙홀 현상’ 속에 치러진 이번 선거가 민심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일까.
정가의 반응은 대부분 그렇다고 보고 있다.
최대 승부처이자 정국의 풍향계로 불리는 수도권 성적표가 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25개 구청장 가운데 20곳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을 선택한 것은 서울의 민심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는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물어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매서운 회초리를 들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지사, 유정복 인천시장의 당선은 야당입장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중지란 속에 야당 역할을 제대로 못한 새정치민주연합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로 현 정부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데도 ‘뒷북대응’으로 일관하며 분노한 민심을 대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지방선거는 박근혜 정권의 집권 초기 선거인 데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도 고공비행을 거듭, 선거전 초기에는 여당이 압승할 것으로 보여 ‘하나 마나 한 선거’라는 말까지 나왔다.
선거 말미에는 세월호 참사라는 돌발 변수의 등장으로 새누리의 ‘선거참사’까지 예견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민심은 절묘한 선택으로 균형의 추를 맞췄다.
어쩌면 여당입장에서 이번 선거는 수많은 악재를 이겨낸 것일 수도 있다.
‘수첩인사’ 만기친람(萬機親覽)으로 상징되는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 부산·경남(PK) 편중인사에 대한 비난과 세월호 참사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한 대응,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의 과도한 전관예우에 따른 수임료 의혹과 낙마파동이 그것이다.
여기에 북한 무인항공기 청와대 상공선회 등 안보불안도 있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국민담화 발표와 눈물은 반전의 계기를 제공했다.
결과적으로 경기·인천에서 여당의 승리는 여당이 잘해서라기보다는 ‘선거의 여왕’인 박 대통령을 내세워 얻은 결과라 할 수 있다.
여당의 선거공약이나 인물을 보고 투표를 했다기보다는 ‘박 대통령의 눈물’ 때문에 승리를 했다는 얘기다.
선거결과 여당은 커다란 숙제를 안게 됐다. 텃밭이라 자부하던 부산·대구에서 크게 고전하면서 다음 선거를 기약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국정수행을 발목 잡는 야당을 견제해 달라는 ‘박심’ 마케팅을 무기로 막판에 보수층인 집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지만 수도권 고전에서 보듯 중도층의 이탈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원의 표심이 걸린 충청에서 열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세종시의 여당의 패배는 공무원들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 그 의미가 사뭇 크다.
세종시장은 물론 시의원 13석 중 8석을 새정치민주연합이 거머쥐었다.
그동안 이 지역에서 진행된 지방선거에서 보수정당 후보가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석권했던 것과 비교할 때 대조적인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새정치는 조치원 4개 선거구와 신도시 3개 선거구 모두를 이겼고, 취약지역인 금남면까지 승리하는 이변을 이뤘다. 새누리당은 읍·면 지역 3개 선거구에서만 이기는데 그쳤다.
반면 야당의 참패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반사이익에만 지나치게 의지한 나머지 민심을 제대로 끌어안지 못한 제1야당의 책무에 대한 민심의 실망에서 비롯됐다.
선거가 끝나자 여당은 물론, 야당도 선거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말한다. 과거에 비춰볼 때 이 말은 ‘작심삼십일’이 못 가는 경우가 많았다.
언제 그랬냐는 듯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으로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고 ‘편가르기’를 하며 싸우기 일쑤였다.
민심은 항상 옳다. 다만, 이를 곡해하는 정치권이 문제다. 민심과 호흡을 함께하지 못하는 정당에는 미래가 없다는 준엄한 민심의 경고를 잊지 말아야 한다.
승자의 겸허한 마음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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