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헌혈, 나눔의 미학으로만 다뤄서야
[충일논단] 헌혈, 나눔의 미학으로만 다뤄서야
  • 박해용 부국장 편집국 경제행정팀
  • 승인 2014.07.1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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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하면 그저 그런 것쯤으로 인식되는 일반적인 흥미만으로 부족한 수협수요를 대체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졌다. 하지만 무엇인가를 나눈다는 뜻으로 벌이는 헌혈에 대한 나눔의식은 그렇게 활성화되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정부가 나눔문화 확산 대책을 올 한 해 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임에도 불구하고 나눔문화 특히, 헌혈의 일반화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백혈병이나 악성림프종 등 혈액종양관련 질환자들은 지속해서 수혈을 받아야 한다. 이 경우 기증받는 헌혈증이 있으면 치료비에서 혈액비가 공제돼 환우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때문에 헌혈을 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헌혈증을 기증하는 것이 더불어 보편화돼야 한다.
하지만 일상이 바쁜 현대인에 있어 이런 헌혈의 생활화가 쉬운 건 아니다. 그런만큼 이를 견인할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어떻게 하면 헌혈이나 연구용에 필요한 혈액을 쉬운 방법으로 얻을 수 있을까.
배아복제줄기세포 연구에 난자가 필수불가결하게 필요한 것처럼, 의학의 다른 연구 분야에서도 인체로부터 얻어지는 시료가 필요한 경우가 매우 많다. 이러한 시료는 건강한 사람으로부터 얻어질 때도 있고, 특정한 질병에 걸린 환자로부터 얻어질 때도 있다.
이러한 시료들 중, 가장 쉽게 얻어지고 가장 많이 이용되는 것이 바로 혈액이다. 다 알다시피 채혈은 난자기증과는 비교도 안 되게 매우 쉽고 부작용도 없다. 하지만, 연구 분야에 따라서는 필요한 혈액을 충분히 얻기 힘든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왜냐하면, 필요한 만큼의 혈액을 기증해 줄 자발적 기증자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환자의 혈액이 의학연구에 필요함을 설명해도, 많은 경우 자기 자신에게 해로울 수 있는 것으로 막연히 여겨 꺼림칙해 하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실험용 혈액의 경우 미국은 매우 일반화된 쉬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연구를 목적으로 설립된 병원이 있다. 이 병원은 철저히 연구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연구에 필요한 환자들만을 진료하고 입원시킨다. 이러한 환자들은 미국내 각지의 일선 의사들에 의해 소개되어 모집되기도 하고, 광고를 통해 모집되기도 한다.
실제로 지하철 열차안이나 무료 신문에서는 심심치않게 이러한 모집 광고를 볼 수 있다. 이렇게 모집된 환자들은 새로운 진단법이나 치료법의 임상시험 대상이 된다. 
한국에서는 환자로부터 10~20 ml 이상의 혈액을 연구용으로 얻기가 매우 힘들다.  만약 연구자가 어느 특정 환자의 혈액을 매우 많이 얻기를 원한다면 백혈구분리반출술(leukapheresis)을 시행하여 혈액 300~400 ml에 해당하는 만큼의 백혈구만을 선택적으로 얻을 수도 있다.
심지어 미국의 경우 이렇게 얻어진 혈액을 클리닉에서 연구실로 배달하는 것을 전담하는 직원들도 있다.
이런 쉬운 방법으로 용이하게 환자의 시료를 얻을 수 있는 분위기는 한국에서는 꿈도 꾸기 힘들다.
엄청난 연구비나 우수한 연구 인력과는 별도로 미국의 앞선 의학연구를 뒷받침하는 하나의 축이 바로 혈액수급이다. 물론, 이러한 모든 임상시험과 혈액채취가 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의 심의를 통과한 후에 시행되는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한국에서의 혈액도 마찬가지다. 연구용으로도 또 수혈용으로도 혈액은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새로운 방식의 체계화 된 접근이 없이는 혈액수급의 악순환을 벗어날 수가 없다.
미국처럼 의료비가 비싼 나라에서 이러한 혜택은 매우 큰 것으로, 환자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환자들의 자발적인 협조에만 호소할 것이 아니라, 정부나 의료보험관리공단이 주축이 되어 의학연구 협조환자들에게 경제적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면, 우리나라 의학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경제적 혜택은 사례비의 형태보다는, 진료비에서 본인부담금의 경감 같은 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더 이상적이다.
연말연시나 등장하는 구세군을 등장시켜 캠페인처럼 벌이는 헌혈동참운동만으로 필요한 혈액을 원활하게 수급할 수 없다.
이같은 현실에서의 헌혈동참 캠페인을 개선하려면 다른 방식의 혈액수급방식을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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