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유병언 수사 그리고 일주일
[충일논단] 유병언 수사 그리고 일주일
  • 길상훈 부국장 공주 주재
  • 승인 2014.07.30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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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73·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의 변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수사본부 구성 일주일여가 지났지만 유 씨의 사인을 명확히 할 만한 행적을 찾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자수한 운전사 양회정 씨 역시 “유병언 5월 24일 마지막으로 봤다.”며 유 회장의 사인을 규명할 만한 단서를 내놓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은 지난 22일 순천경찰서에 수사본부를 꾸리고 유씨가 머물렀던 송치재 별장 '숲속의 추억'과 유씨의 변사체가 발견된 매실밭, 인근 도로와 야산 등을 정밀수색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안경 두개와 지팡이로 보이는 나무막대, 비료포대, 술병을 발견했을 뿐 유씨와의 연관관계 및 유씨의 이동경로를 확인할 만한 단서는 발견하지 못한 상태다.
결정적 단서가 될 뻔했던 안경도 유씨의 것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으며, 지팡이도 경찰이 수거과정서 분실했던 것과 일치 여부를 확인 중이다.
유 전 회장의 시신은 지난 6월 12일 순천시 서면 학구리 야산 매실밭 풀숲에서 농민 박모 씨에 의해 발견됐으나 40여 일간 유병언인지도 확인되지 않은 채 단순 변사사건으로 처리됐다.
순천경찰서는 13일 1차 부검하고 곧바로 DNA검사를 의뢰 했으나, 주변의 유류품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부실 수사 논란에 휩싸였다.
변사사건은 서장과 형사과장이 임장해야 하지만 이 또한 규정대로 하지 않은 오류를 범했다. 검찰도 변사지휘를 하면서 유 전 회장이 마지막 머물렀던 송치재 인근이라는 점을 주목하지 않아 결국 대검찰청의 감찰대상이 됐다.
이런 가운데 DNA분석도 문제로 제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별장에서 수거한 DNA와 시신대조가 안됐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종합하면 검찰도 경찰도 또 국과수의 결과도 모두 신뢰감을 잃은 상태에서 국민들로 하여금 믿음을 주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그동안 쌓아 온 검경과 공권력의 추락이 시신발표후 일주일동안 남겨진 것들이다.
남겨진 의혹들을 들여다 보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위험한 상태에 놓여있는 지를 느끼게 한다.
맹자 등문공하편에는 혼자의 힘으로 어진 정치를 하기 어렵다는 재미있는 일화가 나온다. 전국(戰國)시대 송(宋)나라의 대부 대불승(戴不勝)이 강왕을 도와 인정(仁政)을 실시해 보려고 설거주(薛居州)를 시켜서 왕을 보필하게 하였다.
이 소식을 듣고 송나라를 방문한 맹자는 대불승을 만난 자리에서 그에게 묻는다.
“어떤 초(楚)나라 대부가 자기 아들에게 제(齊)나라 말을 배우게 하려는데, 제나라 사람을 시켜 가르치는게 낫겠습니까? 아니면 초나라 사람을 시켜서 가르치는 게 낫겠습니까?” 대불승은 “당연히 제나라 사람을 시켜서 가르쳐야 겠지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맹자는 이렇게 말했다. “제나라 사람 한 명이 가르치는데 많은 사람들이 말을 듣지 않고 떠들기만 한다면 매일 매 때리며 제나라 말을 하라고 강요한다 해도 배우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를 몇 년 동안 제나라의 번화한 길거리에 데려다두고, 배우게 한다 할지라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맹자는 대불승 혼자의 힘으로는 어진 정치가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던 것인데 곧 학습 환경이 좋지 않고 방해가 많아 일에 성과가 없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유 전 회장의 변사체 발견 시점이 세월호 참사보다 '먼저'라는 마을 주민들의 증언이 국회에서 공개됐고 이와 함께 변사체 발견 장소가 민가 인근이었음에도 주변에 있던 개가 짖거나 사체의 부패 냄새가 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경찰이 현장을 보존하지 않고 변사체 발견 장소 주변의 풀을 모두 베어버렸다는 의혹도 제기됐으며 ‘사체 바꿔치기’, ‘DNA 결과 조작’ 등 다양한 의혹과 음모론이 인터넷을 통해 꼬리를 물었다.
시신발견 장소 인근 주민들도 처음엔 유 전 회장으로 믿을 수 없다고 보는 견해가 많았다. 국과수의 최종 감식결과도 유 전 회장인 것으로 확인된 지금도 인터넷상은 ‘유 전회장의 시신이 아닐 것이다’, ‘시신이 바뀌었다’, ‘거대한 음모론’ 등 다양한 의혹이 떠돌고 있다.
국민들의 절반이상이 국과수 발표결과를 믿지 않는다고 조사됐고 다양한 의혹들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새로운 불신의 늪을 이제 어떻게 빠져나올 것인가는 이 사고의 처리를 맡은 정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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