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국내 대형건설사에 과징금 폭탄
[충일논단] 국내 대형건설사에 과징금 폭탄
  • 고일용 경제부장/편집국 부국장
  • 승인 2014.07.3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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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 입찰에서 대형건설사들의 담합이 벌어진 가운데 국내 주요 건설사 대부분이 가담한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2009년 발주한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의 입찰 담합 혐의로 28개 건설사에 대해 43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들은 13개 공구를 3개 그룹으로 나눠 각 공구별로 낙찰 예정자를 선정하고, 나머지 입찰 참가자들은 공구 분할에는 참여하지 않는 대신 들러리를 서주고 다음 사업에 우선권을 주는 낡은 수법을 구사했다.
공정위가 이번에 건설사들에 부과한 과징금은 지난 2010년 E1, SK가스 등 6개 액화석유가스공급회사들에 부과한 6600억원에 이어 역대 2번째로 큰 금액으로 건설업계 입찰담합 징계 중 가장 큰 액수다.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는 총 길이 184㎞의 철도망을 구축하는 공사로 총 사업비만 8조35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지난 2006년부터 추진돼 올해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350억 규모의 호남고속철도 전력선 입찰에 참여한 전선회사들이 조직적으로 담합한 사실도 드러났다.
전력선 입찰 과정에서 중국산 저가 전력선을 국산으로 둔갑해 납품하거나 성능검사 성적서를 조작하는 등의 수법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것이다.
이들 업체는 공단 직원의 입회하에 납품자재 샘플을 채취, 공인시험기관에 시험을 의뢰해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지만, 성능검사의 일종인 불가분성 시험을 실시하지 않고도 마치 정상적으로 검사가 이뤄진 것처럼 일부 보고서를 허위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체들은 4대강 살리기 사업, 인천도시철도 2호선, 대구지하철 공사, 경인운하 사업 등 대규모 정부 발주 공공공사에서 계속 담합 판정을 받고 경영에 타격을 받고 있다.
과징금 부과가 확정되면 건설업체는 부정업체로 지정돼 일정기간 국내 공공공사 입찰 참가가 제한되며, 해외에서도 부정한 업체로 수주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담합이 범죄라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며, 시장 경제의 근간인 자유로운 경쟁의 법칙을 깨기 때문이다. 공공입찰의 경우 국가재정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기 때문에 철저히 조사해 합당하게 처벌하는 건 당연지사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건설사의 부정으로만 몰고가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는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공공공사 입찰에 적용되는 최저가 입찰제의 수익률은 지나치게 낮기 때문에 채산성을 맞출 수 없어 건설사들은 웬만해선 공공공사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할 정도다.
결국 4대강 사업 등 공공공사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1개사 1공구로 수주가 제한돼 있고, 최저가 입찰제로 입찰해야 한다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자연스럽게 입찰 담합의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공정위는 공정한 경쟁 질서를 저해하고, 국가 재정에 피해를 주는 공공 입찰담합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감시를 강화하고 담합이 적발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제재해 나갈 입장을 밝혔다. 
최근 한국건설경영협회가 주관한 건설공사 입찰담합 근절 및 경영위기 극복 방안 토론회에서 대형건설사 사장들은 건설업계의 공정경쟁과 준법경영의 실천 의지를 엄숙하게 선언한다며, 발주기관 원·하도급업자 등의 상생협력을 강화하고 공정관리 합리화와 적정공사비 확보 등의 환경 조성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정부는 건설사들의 과거 당연한 관행인 입찰담합도 문제지만, 발주기관의 최저가낙찰제와 공공공사 동시발주, 공기단축 등 제도적 문제점도 함께 개선돼야 하며, 새 경제팀의 기조대로 건설업계도 전략을 확장적으로 짤 수 있도록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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