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훈 칼럼] 성범죄와 교직윤리
[길상훈 칼럼] 성범죄와 교직윤리
  • 길상훈 부국장 공주 주재
  • 승인 2014.08.25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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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를 일으킨 공직자가 여과없이 현직을 수행한다는 지적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더욱이 교육분야 종사자라면 할 말이 없다. 성범죄를 저질러 징계를 받고도 버젓이 학교 교단에 서는 초·중·고 교사가 무려 115명. 이 중 33명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전력을 갖고 있다.
이런 사실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민현주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성범죄 관련 비위교사 현황 자료에서 드러났다.
지난 2009년부터 올해 6월까지 최근 5년간 성범죄를 저지른 교사는 모두 240명이며 이 중 47.9%인 115명이 현직에 몸담고 있다. 교사 신분에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교사도 108명이다. 이 중 75명은 교직에서 퇴출됐지만 33명은 여전히 교단을 지키고 있다. 나머지 132명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교사들이다.
제자인 학생을 대상으로 추행 등의 성범죄를 일삼고도 교사직 유지가 가능하다는 게 우리 교육계 현실이라니 학부모 입장에선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교실이 더이상 성범죄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들에게 관용이 필요할까.
문제는 성범죄 전력 교사에 대한 관대한 처벌로 학생의 피해는 날로 커지고 있다는 것인데 아동·청소년 대상 교사의 성범죄는 2009년 9건에서 2010년 20건, 2013년 29건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교사들이 학생들에 대해 몹쓸 짓을 해도 성폭력과 같은 중대 범죄가 아닌 추행의 경우 대부분 감봉과 정직 등의 가벼운 처벌을 받고 있어 이런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일례로 경남의 한 공립고 교사는 자신이 근무하는 고교의 2학년 여학생에게 ‘만나자’고 문자를 보내 차량에 태운 뒤 바닷가 오솔길로 데려가 강제추행을 했음에도 고작 정직처분을 받는데 그쳤다. 또한 전북의 한 고등학교에선 여학생을 성추행하고 경고를 받은 한 남자교사가 또다시 여학생 2명을 성추행하는 일도 있었다. 지하철에서 여성의 치마를 걷어올려 신체를 만지고 몸을 밀착시키는 등의 변태행위를 한 교사도 퇴출되지 않고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사제지간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과 도덕성, 건강한 정신상태를 갖지 못한 교사가 도대체 누구를 위해 계속 교단에 머물러야 하는지 기가 막힐 따름이다.
피해자보다 가해자 위주의 솜방망이 처벌이 개선되지 않는 한 어린 학생들의 피해사례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교사가 저지를 수 있는 어떤 유형의 비리보다 성범죄가 가장 최악이라는 사실을 교육당국은 철저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절름발이 교육이라 하여 학교교육의 고질적인 병폐가 세계언론에 지적받아 왔지만 비위공직자를 그대로 교육일선에 방치하고 있다는 사실이 문제의 학교교육을 더욱 실감케 한다.
흔히들 교육이야말로 노마십가(駑馬十駕)라고 한다. 이는 둔한 말이 열흘 동안 수레를 끌고 다니다라는 뜻으로 곧 재주 없는 사람이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훌륭한 사람에 미칠 수 있음을 비유한 것이다. 그만큼 교육을 통해 전인적 인간을 만드는 일은 어렵다.
더욱이 요즘처럼 맞벌이가 일상화 된 시대에 거의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곳이 학교교육이다. 그러나 정신나간 교육자가 가르치는 학교가 있는 이상 우리 자녀들의 희망을 기대할 수 없다.
심각한 것은 성범죄 교사에 대한 재발방지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부는 전체 교원에 대한 성범죄 예방교육은 의무화했지만 성범죄 전력 교원에 대해선 이를 의무화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문제의 교사들이 적절한 재발 방지교육을 받지 않은채 복직하고 있다. 교사로서의 자격에 치명적 결함이 생겼는데도 사후 관리를 이처럼 허술하게 하고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현행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아동·청소년·성인 대상 성범죄로 실형 또는 치료감호가 선고된 자에 한해서는 10년간 학교나 학원 등 아동.청소년 관련 시설에 취업을 제한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이처럼 재판까지 가지 않아도 시도교육청의 징계위원회에 정식 회부돼 처분을 받았다면 교단에 서지 못하도록, 영구 퇴출시키는 처벌방안이 마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범죄의 경우 재범률이 높고 학교라는 공간의 특성상 교사와 학생의 접촉빈도가 워낙 잦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범죄를 저지른 교사가 학교로 돌아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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