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용 칼럼] 흡연 핑계 곳간 채우려는 정부
[박해용 칼럼] 흡연 핑계 곳간 채우려는 정부
  • 박해용 부국장 편집국 경제행정팀
  • 승인 2014.09.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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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구멍난 세수 메우려고 간접세만 인상하는 방법으로 담뱃값을 2000원 올리는 방안이 발표되자 금연대책을 둘러 싼 잡음이 커지고 있다.
이를 둘러 싼 논쟁은 하반기 국회를 뜨거운 감자로 몰아 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 것인데 우리 정부는 10년 동안 2500원에 묶여 있던 담뱃값을 2000원 올리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가격을 올려 흡연율을 떨어뜨리겠다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구멍 난 세수를 메우려는 의도가 더 큰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담뱃값 인상은 곧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과 각종 부담금을 올리는 것이다. ‘국민 건강 보호’ 차원에서 보면 정부의 명분이 충분하지만 ‘우회 증세’ 논란도 피할 수 없다. 법인세, 소득세 등 조세저항이 심한 직접세 대신 담배나 술에 붙는 속칭 ‘죄악세’를 올리는 사실상의 증세를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때문에 국회의 관련 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가격 정책 이외에 담뱃값에 흡연을 조장할 수 있는 각종 화려한 디자인이나 문구 삽입을 금지하고 대형 흡연 폐해 경고 그림 등을 넣은 ‘비가격 정책’도 병행하기로 했다.
정부 안대로 2000원의 담배 세금을 올릴 경우 담배소비세,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지방교육세, 부가가치세, 폐기물 부담금이 각각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담뱃값을 2000원 올리면 담배 수요가 줄어도 연평균 3조6000억 원의 세수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정부입장에서만 보면 흡연율이 낮아지고 세금수입도 늘어나면서 말 그대로 1석2조의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하지만 담배를 애용하는 대다수의 국민들은 풍요를 누리는 계층과는 거리가 멀다. 이는 담배가 갖가지 해악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서민들이 애용하는 상품인 까닭이다. 하지만 금연을 이유로 들면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값(70%)을 크게 밑돈다는 이유 등을 들어 한번에 62.5%를 올리는 것 자체가 논란이 불가피 하다.
우리 정부는 지난 10년동안 기회가 닿을 때마다 담뱃값을 올리기 위한 노력을 해 왔지만 모두 성사되지 못했다. 심지어는 공중파 방송에서 정부관계자와 소비자간 끝장토론까지 벌이면서 가격인상을 꾀했지만 저항이 커 성사시키지 못했다.
그런 정부가 이번에도 같은 식의 인상을 강행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뜻대로 될 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국회 승인이 필요하고 더구나 야당이 국민부담을 이유로 이를 반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쉽지 않아 보인다.
세계가 담배로 인한 해악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으며 담배가 지닌 나쁜 성분이 흡연자 자신과 주변에까지 큰 피해를 주고 있다는 사실도 이미 인지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배를 끊지 못하는 현실에서 담뱃값 인상만을 이유로 금연이 증가할 수 있다는 논리 자체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정부는 늘어난 세수만큼이나 금연을 위한 정책에 투입하겠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국민은 없다. 교통범칙금 부과금으로 교통관련 애로를 풀고 있다는 당국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으로 모든 국민들이 믿고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불공평의 사회분위기 때문에 ‘먹고 살기 힘들다’고 표현하는 대다수의 샐러리맨(월급쟁이)들은 ‘너무 많은 돈이 세금으로 뜯겨 나가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것이 요즘이다.
그런 시기에 국민금연을 줄이자며 담뱃값을 올리겠다는 정부의 발상을 보면 ‘이들이 진정 국민건강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인가’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인상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먼저 신뢰부터 회복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 한 야심찬 담뱃값 인상이 도로아미타불될 것이 또한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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