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춘식 칼럼] 윤달에 하면 좋은 일과 나쁜 일
[최춘식 칼럼] 윤달에 하면 좋은 일과 나쁜 일
  • 최춘식 국장 논산주재
  • 승인 2014.10.3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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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에는 9월이 윤달이다.
윤달은 12개의 태음월로 만들어진 순 태음력의 1년 길이는 354.3671일로 1태양년의 길이 365.2422일보다 약 11일이 짧다. 따라서 3년이 지나면 음력 날짜는 태양의 움직임과 약 33일, 한 달 차이가 나게 돼 날짜와 계절의 차이가 많아진다. 음력에서는 이 차이를 없애주고, 날짜와 계절을 맞춰주기 위해 가끔 윤달을 도입해 1년을 13달로 한다. 음력은 태양의 움직임과 3년에 약 한 달의 차이가 나므로 윤달은 대체로 3년에 한 번 들게 된다. 좀 더 정확하게는 19년에 7번의 윤달이 든다.
음력에서 윤달을 도입하는 방법은 앞에 설명한 24절기의 12중기에 의한다. 24절기의 각 사이는 대체로 15일이므로 한 달에는 한 번의 절기와 중기가 들게 된다. 음력에서 어떤 달의 이름은 그 달에 든 중기로 결정한다.
즉 어떤 달에 1월에 1월 중기 우수가 들면 그 달은 1월이다. 마찬가지로 음력 11월에는 반드시 11월 중기 동지가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절기만 한 번 들고 중기가 들지 않는 달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그 달의 이름을 결정 할수 없으므로, 그 달을 윤달로 삼고 달 이름은 전달의 이름을 따른다.
이와 같이 중기가 들지 않은 달 무중월 을 윤달로 하는 법을 ‘무중 치윤법’이라한다. 간혹 1년에 두 번 무중월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처음 달만 윤달로 택한다.
윤달에는 아무런 재액(災厄)이 없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하더라도 거리낌이 없다고 믿어왔다. 그래서 통속적으로 결혼 하기에 좋고, 관(棺)을 준비하거나 수의(壽衣)를 만드는 것도 좋다고 한다. 전남지역에서는 수의를 먼 곳으로 갈 때 입는 옷이라 하여 ‘머능옷’이라 하며, 죽을 때 입는 옷이라 하여 ‘죽을매옷’이라고도 한다. 경북 안동지방에서는 수의를 ‘미농’이라고 하며 명주나 삼배로 짓는다.
이처럼 윤달에는 수의를 짓기도 하지만 수의를 지을 옷감을 준비해두기도 한다.
전북 진안에서는 집에 노인이 있으면 윤달에 수의를 짓고 널(棺)을 짜서 그 속에 수의를 넣어 두기도 하며, 미리 수의를 준비해 놓은 집에서는 윤달이 오면 꺼내 손질한 다음 다시 보관해둔다.
그런가하면 윤달에는 집짓기를 시작하거나 집을 수리하기에 좋다고 하고, 이사를 마음대로 해도 좋으며, 조상의 묘를 이장하는 것도 좋다고 여긴다. 예전에는 변소를 고친다든가 그 밖에 집수리를 함부로 하지 않으며 장독대도 함부로 옮기지 않았다. 이처럼 윤달에는 부정이나 액이 없다고 믿어 집수리 이사와 같은 평소에 각별히 조심해야 하는 일들을 마음 놓고 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의하면 광주(廣州) 봉은사(奉恩寺)에서는 매양 윤달을 만나면 서울 장안의 여인들이 다투어 와서 불공을 드리며, 돈을 탑 위에 놓는다. 그리하여 그 윤달이 다 가도록 끊이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극락세계로 간다고 하여 사방의 노파들이 분주히 달려와 다투어 모인다.
서울과 그 밖의 절에서도 대개 이런 풍속이 있다. 동국세기의 기록과 같이 윤달에는 절에 가서 부처님께 공양을 드렸음을 알 수 있고, 지금도 민가에서는 윤달이 든 해는 절에 세 번만 가면 모든 액이 소멸되고 복이 온다고 믿고 부녀자들은 이름 있는 절을 찾아 불공을 드리러 가는 삼사순례(三寺巡禮)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전북 고창에서는 윤달에 성돌이(성밟기)를 한다. 성돌이를 하면 극락세계로 갈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자와 아이들이 모여서 했다.
사찰에서는 윤달에 예수제(預修濟)를 올리기도 한다. 예수제는 글자 그대로 사후의 복을 살아서 미리 닦는 제로 그동안 지은 죄를 씻고 사후에 극락왕생하기를 기원한다. 지금도 태고종에서는 예수제 를 성대히 지내며 조계종에서도 특히 서울 보문동 충청도에서는 장승제를 지내기도 한다.
이와 같이 윤달에는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 조상들은 윤달에 산소 또는 대문 그 밖에 함부로 손을 대지 못했던 일들을 마음 놓고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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