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복의 孝칼럼] 소극장 휴지와 칸타빌레
[최기복의 孝칼럼] 소극장 휴지와 칸타빌레
  • 최기복 대전하나평생교육원장·성산 효대학원 교수
  • 승인 2014.12.25 0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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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2월은 한 해의 가는 모습과 새해의 다가오는 모습을 지켜보는 송구영신의 문턱에 서서 지나온 시간들을 성찰하는 시기다. 모임 장소에서는 자신들을 향한 반성이나 미래를 향한 새로운 의지를 다짐하기보다는 소주와 맥주를 타 마시며 스트레스를 푼다.
건배하는 잔의 부딪치는 소리가 스산하기만한 연례행사가 되었다. 얻을 것도 잃을 것도 딱히 없는 노년의 인사들은 불러 주는 사람도 갈 곳도 없다. 지인이 2만 원을 내라고 한다. 디너를 겸한 음악회 입장권을 준다. 갈마동 소재 ‘휴지’라는 소극장에 갔다.
첫 무대는 백석 시인과 김영한(자야)의 사랑 이야기로 시작되었고 내레이터와 출연 배우들은 모두 지인들이었다. 대전에서는 내노라하는 시 낭송가들이었고 재능인들이었다. 그리고 국내 톱수준의 춤꾼과 가수와 연주가들이 차례로 등장하였다. 특히 자야로 분한 시 낭송가 홍승숙 님의 목소리 연기는 단연 압권이었다.
무대 위의 열기와 관객의 호흡이 하나 되는 순간 무대 위에서는 장학금 전달식이 순서로 삽입 되어 있었다. 금액의 과소를 떠나 연말의 의미를 되새기는 순간이었다.
소극장의 관객을 150명으로 해도 총액은 300만 원이다. 전액을 장학 기금으로 전달한 것이다. 국내 톱 수준의 배우, 가수, 연주자들 모두는 재능을 기부한 것이고 주최자는 저녁 식사를 대접한 것이다. 몇 번이나 차려진 음식상 사이를 오가며 맛있게 드시라는 주최측들의 마음도 따뜻했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자. 특히 사회 지도층 인사들과 졸부든 거부든 부자들의 일상에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드물다.
인간의 지혜는 누군가 사랑하고 사랑 받는데서만 태어난다. 돈을 모으고 쓸 줄 모르는 사람.  필자처럼 평생 돈을 모으지는 못하면서 항상 쓸 궁리만 하는 사람. 돈의 노예가 되어 비실대고 사는 사람들이 1년에 단 한 번이라도 나만 못한 이웃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선을 베풀어 보는 것은 어떨까?
어떤 성격의 공연인지 누가 주최인지, 공연의 질은 어떠했는지를 따지기 전에 죄지은 심정으로 음식점을 나왔다. 2만 원의 기부가 장학금이 되고 감동의 공연을 만들고 따뜻한 이웃들과  만남의 장을 이루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직 우리사회에 따뜻한 온정의 샘이 마르지 않았다는 것을 갖게 해 준것이다.
인성은 역지사지다. 그들의 마음을 읽고 나도 한몫 끼는 것 그것이 지혜다.
신이시여!
윤리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신의 뜻이 무엇인지 모르고 돈의 노예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마비된 인성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새해에는 사람 사는 지혜를 주옵소서.
돌아오는 시간은 눈이 멈춘 회색빛 하늘이었다.
내년에는 나도 꼭 한몫 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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