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국민 이불 속 개입한 ‘간통죄’ 족세가 풀렸다
[월요논단] 국민 이불 속 개입한 ‘간통죄’ 족세가 풀렸다
  • 임명섭 논설고문
  • 승인 2015.03.01 1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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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형법상 간통죄에 대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란 판단을 했다.
간통죄 처벌 규정이 제정된 지 62년 만에 간통죄가 폐지됐다. 간통죄란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배우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성관계를 가진 경우 그 사람과 상간자를 처벌하기 위한 법 조항으로 배우자의 고소로 성립되는 친고죄다.
형법 241조는 ‘배우자가 있는 자가 간통한 때는 상간한 자와 함께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했으며 벌금형은 없다는 점에서 간통죄가 엄하게 다뤄졌다. 배우자가 없는 사람이라도 상대자가 배우자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간통하면 처벌받게 됐다.
배우자를 간통죄로 고소하려면 이혼소송을 전제하고 이혼소송이 취하되면 간통죄 고소도 자동 취소되게 됐다. 또 간통사실을 인지 후 6개월이 지나면 고소가 불가능했다. 우리 형법은 간통죄는 아내가 간통을 행한 경우 남편의 고소로 아내와 그 상대 남성이 처벌됐으나 남편이 이를 행한 경우에는 그 상대가 유부녀가 아닌 한 처벌되지 아니했다(단벌죄).
그 후 남녀평등(헌법 제11조)에 규정한 정신에 따라 남녀 쌍방을 처벌하는 쌍벌죄를 바꿔졌다. 우리는 이 같은 간통죄에 대해 헌재는 헌법상 기본권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고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 침해라고 판단했다. 우리 형법이 제정된 이후 62년(1953년)만에 간통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헌재는 간통죄에 대해 재판관 9명 중 7명이 위헌 의견을 2명이 합헌 의견을 내놓았다.
찬성한 재판관은 다수 의견으로 “국가가 간통을 형벌로 다스리는 것이 적정한 지에 대해 더 이상 국민의 인식이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게 됐다.”면서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지 형벌을 통해 타율적으로 강제될 수 없다.”고 위헌 판정을 했다.
물론 간통이 비도덕적인 행위라 할 지라도 본질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에 속하고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그다지 크지 않거나 구체적 법익에 대한 명백한 침해가 없는 경우에는 국가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게 현대 형법의 추세다. 반면 재판관 소수 의견은 간통죄 존치를 주장했다.
이는 “간통은 일부일처제에 기초한 혼인이라는 사회적 제도를 훼손하고 가족공동체의 유지, 보호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 영역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간통죄 폐지로 혼인관계에서 오는 책임과 가정의 소중함이 더 할 것 같다.
자신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자유만 앞세워 수많은 가족공동체가 파괴되고 가정내 약자와 어린 자녀들의 인권과 복리가 침해되는 사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2008년 10월 30일 이후 간통 혐의로 기소되거나 형이 확정된 5400여 명은 공소취소나 재심 청구로 구제받게 됐다.
하지만 간통죄 폐지로 형사처벌은 사라지는 만큼 이혼소송으로 정신적 손해배상(위자료) 등 민사상 책임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간통죄는 그동안 4차례의 헌재 결정에서 합헌과 위헌 비율에 못미쳐 살아 남았지만 이번에는 위헌 의견에 해당되는 7:2로 위헌이 확정됐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간통죄를 둘러싸고 존치·폐지론으로 치열한 논쟁 계속됐다. 그럴 때마다 일부일처주의 유지, 가족제도 보장, 여성 보호 등의 근거를 내세워 간통죄는 존치를 주장해 왔다. 하지만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 자유를 위해 간통의 폐지 주장과 팽팽히 맞섰다.
헌재의 합헌으로 간통죄가 폐지되긴 했으나 사회적 합의가 완전히 이뤄졌다고 보기는 이르다. 간통죄의 폐지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부부와 가족관계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사회적 충격 완화를 위해 법 폐지에 따른 보완책의 마련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위자료나 양육비가 형편없이 적은 상황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배우자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은 물론 자녀 양육권이나 양육 비용을 물리게 하는 법적 장치도 필요하다. 때문에 간통죄 폐지에 따른 성 관념 등 가치관의 혼란도 우려된다.
게다가 불륜이 늘 것이라는 우려도 사실이다. 건전한 성 의식과 책임감으로 법(法)없이도 가정을 지켜 낼 수 있도록 하는 일은 국민 개개인의 몫이 됐다.
한 때 간통죄 위헌 결정의 불똥이 주식 시장으로 튀기도 했다.‘불륜 테마주’라는 콘돔 생산의 한 코스닥 업체 주가와 피임약 제약사의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주가의 흐름은 장기적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간통죄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형벌로 됐었다. 그래서 구약성서의 십계명에도 7번째(간통 금지)계명으로 들어 있을 정도로 귀한 도덕성이 좌지우지 했다. 하지만 이제는 국가가 ‘국민들의 이불 속’을 개입해 벌을 주는 시대는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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