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국회 통과 이틀만에 헌재에 청구된 김영란법
[월요논단] 국회 통과 이틀만에 헌재에 청구된 김영란법
  • 임명섭 논설고문
  • 승인 2015.03.0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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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통과되자마자 위헌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원안을 만든 장본인인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조차 “당초 공무원을 대상으로 했는데 적용 범위가 확대돼 당혹스럽다.”고 말하는 등 적잖은 후폭풍이 불 전망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잉크도 마르기 전 이틀만에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변협은 법의 제정 취지에는 공감하나 위헌적인 요소와 정당성에 문제가 있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 소원은 한국기자협회와 대한변협신문 발행인 측을 대리해 변협이 청구했다.
헌법소원을 낸 이 법을 구성하고 있는 일부 조항 가운데 ‘불법청탁’ 유형의 일부 규정과 처벌 대상에 대해 위헌이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하지만 헌재는 법이 아직 공포도 되지 않았고 시행이 1년 6개월이나 남았기에 헌법소원 대상이 될 수 있을 지부터 검토해봐야 한다는 견해다.
정부가 제출한 이 법의 원안에는 공직자의 불법청탁 행위를 문제 삼았는데 정무위를 거치는 과정에서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까지 포함시켰다. 하지만 정작 국회의원 낙선운동 등 직접적인 압력을 행사하는 시민단체와 19대 국회의원, 변호사, 의사 등을 제외시킨 것은 형평성 논란에 부딪혀 비판론이 거세지고 있다.
뜨거운 감자로 논란이 큰 이 법은 국회의원 재석 247명 중 찬성 226, 반대 4명, 기권 17표로 압도적으로 가결됐다. 이 법은 2011년 공직자와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처벌을 피해간 ‘벤츠 여검사’ 등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들의 여론 악화가 되면서 발의됐다.
그래서 공직자들의 막강한 권력을 규제하자는 취지에서 이 법을 만들었다. 당초에는 고위 공직자들의 부패를 차단하자는 취지였는데 국회 통과 과정에서 졸지에 전 국민 부패방지법으로 둔갑되는 법으로 바꿔졌다. 그래서 법의 적용 대상이 교직원, 언론사 기자 등으로 확대되는 물타기로 불어났다.
어찌해야 좋을까? 이 법이 통과됐기에 앞으로 시행이 되면 피해는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튈 것으로 우려된다. 이 법의 적용 대상자는 300여만 명에 달해 앞으로는 선물도 식사 접대도 골프도 금지되게 돼 있어 내수경기가 위축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 법은 앞으로 법제처 심의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되면 1년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내년 10월부터 시행하게 된다. 때문에 공직자와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와 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장과 이사 등은 직무와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본인이나 배우자가 100만 원을 넘는 금품 또는 향응을 받으면 형사 처벌을 받게 됐다.
하지만 공직자가 금품을 받아도 허용되는 일부 예외 조항도 있다. 상조회, 동호인회, 동창회, 향우회, 친목회의 구성원 등 지속적인 친분관계의 공직자에게 위로 명목으로 제공하는 금품이나, 공직자 직무와 관련된 행사에서 주최자가 통상적인 범위에서 제공하는 교통, 숙박, 음식 등은 수수금지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그리고 공직자가 돈이나 접대를 받더라도 ‘사교나 의례’에 해당하면 처벌(8조3항)되지 않게 했다. 또 공직자 배우자가 금품을 받아 반환 또는 인도하거나 거부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 또는 과태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처럼 법에 포함해야 할 부분은 배제한데 비해 포함시켜선 안 될 부분까지 끌어 들인 것은 모순이라는 주장이다.
민간 영역까지 포함시켜 가면서 원안의 핵심인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부분은  물타기로 쏙 뺐다. 물론 민간의 부패도 당연히 척결 대상이지만 공직 반부패법이 일부 국민들까지 포괄적으로 적용케 한 것은 위헌 및 과잉 입법이라는 지적이다. 법의 시행도 미룬 것은 19대 국회의원 임기가 내년 5월 말이여 의원들은 이 법을 피하자는 속심까지 보여줬다.
이처럼 기형화된 이 법을 진정한 ‘공직자 반부패법’으로 바로 잡으려면 시행 전에 반드시 손질을 해야 한다. 공공성만을 이유로 이 법의 적용을 확대하려면 의사나 변호사도 포함돼야 당연하다. 또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민간 방산업체도 빠질 수 없다.
민간 영역의 자율성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위헌논란까지 낳고 있는 이유가 이때문이다. 과잉 입법과 위헌시비를 털고 가지 않으면 당초 취지가 퇴색된다.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법은 자칫 아무도 지키지 않는 법이 될 수 있다. 여야 합작으로 위헌 소지가 분명한 법안에 합의한 진짜 이유가 뭔지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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