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선 칼럼] 초등학교 입학, “행복 끝, 불행 시작”
[윤영선 칼럼] 초등학교 입학, “행복 끝, 불행 시작”
  • 윤영선 삼성제약 대표/전 관세청장
  • 승인 2015.03.11 19:04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년 3월은 입학식의 계절입니다. 특히, 초등학교 입학은 어머니 품에서 자라던 어린이들이 사회공동체인 학교에 첫 발을 내딛는 행사로서 각 가정에 매우 뜻 깊은 행사입니다.
요즘 부모는 한 자녀만 키우는 가정이 많다 보니 초등학생 입학식은 부모,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등 온 집안의 축복 속에서 입학하게 됩니다.
그런데 요즘 어린이는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행복 끝, 불행 시작”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많습니다. 어머니의 극성으로 입학과 동시에 학원으로 끌려 다녀야 하는 고된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상당수 초등학생이 새벽에 집을 나갔다가 방과후 2~3개 이상 학원을 마치고 파김치가 되어 밤 늦게 집에 들어온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생활이 행복한지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행복하다고 답변한 사람이 50% 안팎으로 낮은 반면, 유럽의 초등학생 어린이들은 90% 이상이 행복하다고 답변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가장 행복한 시기를 보내야 할 초등학생이 입학과 함께 불행의 시작이라니 우리나라의 미래가 큰 걱정입니다. 최근 인성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기사가 자주 보도 됩니다.
이러한 원인에 대해 성장과정에서 인성교육이 잘못 되고, 초등학교 어린이부터 고등학생까지 입시위주의 사교육에 치중한 데에 기인한다고 분석합니다.
저는 1962년 3월에 보령시 해안가에 있는 벽지의 초등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는 30여년 이전에 폐교되고, 현재는 인접 학교로 통합되었습니다.
입학식 날 왼쪽 가슴에 명찰과 콧수건을 옷핀으로 달고 입학식에 갔던 기억이 생각납니다. 당시는 콧물 흘리는 애들이 많아서 명찰 옆에 하얀 천을 접어서 만든 콧수건을 옷핀으로 달고 다녔습니다.
지금 어린이들은 영양 상태와 의복이 좋아서 초등학교 일학년 어린이들이 콧수건을 매달고 다니는 것을 상상도 못 할 얘기입니다.
옛날 얘기지만 초등학교 시절 방과 후에 들판으로 뒷산으로 바닷가로 노는 게 전부였습니다.
농번기에 부모님이 일을 많이 시키기도 했습니다. 뜨거운 햇볕 아래서 밭도 매고, 모내기도 했습니다. 모내기 때 거머리들이 달라붙어서 떼어낼 때 붉은 피가 흐르던 징그럽고 무서웠던 기억들이 생생합니다. 여름철 저녁 무렵 풀이 많은 뚝생이에 소 풀 먹이러 돌아다니고, 가을철 들녘에서 참새 잡으러 대나무 몽둥이 들고 지루하게 서있던 시간들이 생생합니다.
어린 초등학생 시절 많은 시간을 자연 속에서 어울려 살았습니다.
얘기가 길어졌는데 내가 말하고자 하는 취지는 어린이들은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자라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미국, 유럽의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방과 후에 축구하고, 농구하고 주말에는 부모와 함께 근처 공원에서 산책 등 자연과 함께 성장합니다.
이렇게 자란 어린이들에게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물어보면 자기 아버지라고 답변합니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에게 존경하는 사람을 질문하면 아버지라고 답변하는 아이들이 거의 없습니다. 아버지와 어린이가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아니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재정경제부 과장때 미국 위스콘신대학교로 유학을 갔는데 미국 초등학생들은 내 어린 시절처럼 자연과 함께 자라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렇게 자연 속에서 자란 어린이가 성인이 되어서 창의성을 발휘하여 노벨상도 받고 빌게이츠 같은 세계의 초일류기업도 창업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초등학생의 어머니들은 아이들을 좋은 대학으로 보내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학원과 과외 등으로 떠미는 게 부모의 임무로 잘못 알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천진난만하게 보내야 할 시간에 부모의 과잉기대 때문에 공부 스트레스로 고생합니다. 학교성적이 아니라 각자 개인의 개성으로 어린이를 평가해야 합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고 가장 잘 하는 것을 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어른들이 도와주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유교 문화권의 사농공상이라는 유산이 뿌리 깊게 남아 있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의 대학입학을 꼭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매우 많습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고등학생 졸업생의 대학 진학율이 가장 높습니다. 몇 년전만 해도 고교 졸업생의 80%이상이 대학에 진학하였고, 지금도 70%이상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문제는 사회의 수요보다 대학 졸업생이 많은 것도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우리 사회에 생산직 근로자, 육체 근로자, 사무직 근로자 등이 골고루 필요한데 모든 부모들이 자녀들을 사무직으로 만들기 위해 대학에 보내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목표가 자기의 소질과 개성을 존중받으며 행복하게 사는 게 목표라면 대학졸업을 아니하여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어린이들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금년에 입학하는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자연 속에서 행복하게 미래의 꿈을 키우면서 본인의 적성이 무엇인지 스스로 깨우치며 자라는 어린이들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나는엄마 2016-05-13 00:15:42
불쌍한.. 한국~ 의 아이들...과 그부모...

김기환 2016-01-25 06:25:02
난이제 초등학교 졸업하는데 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