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복의 孝칼럼] 격대교육의 향수
[최기복의 孝칼럼] 격대교육의 향수
  • 최기복 대전하나평생교육원장·성산 효대학원 교수
  • 승인 2015.03.12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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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대교육이란 대가족 제도에서만 존재하는 것이었다.
쉽게 말하면 부모보다 조부모를 통해 가르침을 받는 것이다. 
할아버지를 섬기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효를 배우고 따라 하기가 문화가 돼 있던 대가족 제도가 붕괴되고 나서 조부모는 가족이라는 개념에서 제외됐다.
격대교육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사촌 형제까지도 함께 어울려 살던 시절 집안의 웃어른은 절대적인 가권(家權)을 쥔 최고 지위에 있었다.
가정의 절대적 통수권자인 할아버지는 가부장의 역할과 재산의 분배권을 한 손에 쥐고 있었다.
때문에 생존 그 자체였다. 사대부가에서의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곧 모든 행위의 지표가 됐고 그의 명령은 절대 복종을 의미했다.
그 근엄했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자식 대에서와는 달리 손자 대에 와서는 유연한 관계였고 응석을 받아 주는 인자한 모습으로 우리는 기억 한다.
또 가정의 결정적 어려운 사안 부분을 손자가 할아버지에게 건의해 풀어 주기도 했다.
사도세자를 뒤주 안에 들어가라는 할아버지 영조 대왕 앞에 도열했던 문무백관이 단 한마디도 감히 목숨을 거두는 것만은 거두어 달라는 간청을 못하고 입을 봉했을 때 손자 정조는 할아버지에게 아버지를 살려 달라고 읍소 했었다. 조손 간의 관계를 입증해 주는 격대교육의 역사적 고증이기도 하다.
격대교육이란 할아버지를 통해서 가르쳐 지는 손자교육이다.
현대적 개념의 효 교육에서 가장 바람직한 본보기 교육이 사라져 가고 있다.
되돌릴 수 없을까를 생각 해 본다. 어른이 없는 가정으로 전락돼 가정교육은 의미를 상실 해 간다.
독일에서는 할아버지 대여 사업을 한다고 한다. 가정교육의 근간을 되살리자는 취지로 시작 돼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핵가족 시대에서 나노가족 시대로, 한지붕 아래서 살면서도 하루 한 끼 식사도 함께하지 못하는 가족구성원 간 소통도 단절되고 가족애도 실종돼 가고 있는 우리에게 독일의 할아버지 대여제도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는 시대가 됐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미명하에 효가 문화의 핵을 이루고 살았던 대한민국이 근대화라는 이름하에 대가족 제도가 무너졌고,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인류의 중심 사상이 될 것이라는 효 사상이 무너져 버렸다.
할아버지는 경노당의 뒷방 늙은이로 전락 됐고 대한민국은 패륜의 왕국이 돼 간다.
할아버지를 대여 받을 필요없이 할아버지와 함께 살던 옛날에는 패륜도 패역도 없었다.
복지제도도 재검토 해야겠고 노인문제도 다시 거론 돼야 할 것 같다.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할 할아버지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이 손자를 보면서 봄 햇살처럼 활짝 펴지는 모습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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