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선 칼럼] 무상복지(無償福祉)의 위기
[윤영선 칼럼] 무상복지(無償福祉)의 위기
  • 윤영선 박사 삼성제약 대표/전 관세청장
  • 승인 2015.03.18 18: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필자는 경제학을 전공했다. 경제학 이론에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최근 몇 년간 ‘無償급식, 無償보육, 무상의료, 신혼부부 무상주거, 무상교육, 무상교통’ 등 온갖 無償 정책이 선거공약 등으로 발표되고, 일부는 그대로 실시되고 있다.
무상(無償)은 우리말로 ‘공짜’라는 말이다. 댓가를 받지 아니하고 거져준다는 뜻이다.
무상복지가 꼭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독자적으로 생존이 어렵거나 외부지원이 필요한 주민에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공적인 지원은 꼭 필요하다. 무상의 지급대상을 잘 선정해서 ‘무상(無償), 반(半)무상, 유상(有償)’으로 구분해서 지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 고구려, 고려, 조선시대에도 흉년이나 기근이 심할 경우 관청의 비축용 또는 군사용 양곡을 헐어서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는 궁휼사업을 제도적으로 운영했다. 때문에 필요한 곳에 무상(無償)으로 복지를 제공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다만, ‘무상(無償)’에도 당연히 댓가가 따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 우리 속담에 ‘공짜면 양잿물도 먹는다’라는 말이 있다. 공짜면 독약도 먹는다는 뜻으로 공짜에 대한 인간의 탐욕과 욕심을 잘 표현한 속담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무상(無償)의 부작용 사례를 살펴보자. 교통이 혼잡한 도심지역의 시영주차장을 시장 또는 군수가 인기를 얻으려고 지역주민에게 무상으로 주차장을 사용토록 할 경우 차량을 시내로 끌고 나오는 사람이 증가하여 교통 혼잡을 가중시키고, 주차비용 부담이 없으므로 수일 또는 장시간 주차하는 양심 없는 사람 때문에 정말로 꼭 필요한 주민이 주차를 못하여 손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한다.
따라서 주차 수요가 많은 지역에 위치한 공공주차장의 주차행위에 대해 합리적인 가격을 부담시키는 것이 사회적 비용 발생을 줄이고, 사회 전체적으로 복지가 증대되게 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역학관계를 잘 계산해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부과하면 불필요한 주차수요를 줄일 뿐 아니라 여기서 조달한 수입을 가지고 혼잡한 다른 지역에 주차장 건설 등 주민에게 추가적인 복지를 제공할 수도 있다.
경제학적 개념으로 정부나 지자체가 무상(無償)으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발생하는 가장 나쁜 부작용은 자원배분에 모럴헤저드와 낭비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공짜니까 받지 않아도 될 사람까지 공짜를 선호하고, 필연적으로 과잉 복지와 자원 낭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불필요한 재정낭비에 대한 부담은 선량한 국민이나 기업이 고스란히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지금처럼 나라 살림을 세금 징수액보다 훨씬 크게 펑펑 쓰게 되면 지금 당장의 무상 수혜자는 좋지만 그 빚은 후손들이 내는 세금으로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서울 강남지역의 부유층 자녀에게는 점심급식을 無償대신 有償으로 제공하고, 절약된 재원으로 학교시설 개수, 선생님 처우개선, 원어민 영어강의 등을 하면 그 혜택이 중산서민층에게 더 큰 효과가 돌아가게 된다.
무상(無償)의 유혹은 달콤한지만 그 댓가는 매우 혹독하다는 사례를 우리는 최근의 그리스, 스페인, 남유럽 국가들에서 목격하고 있다. 무상복지를 통해서 국가재정이 거덜 나고, 재무상태가 안 좋으므로 국가 신인도가 떨어져서 더 이상 추가적인 빚을 빌리기도 어렵거나 높은 이자를 지불해야 된다. 무상복지는 정치인들이 당선을 위해 표를 의식하고 도입했지만, 결국 모든 국민이 공짜 점심의 댓가를 치르게 된다.
금년도 우리나라의 정부예산은 375조 원이다. 이 중에서 복지비 예산은 116조 원으로 전체 예산의 약 31%를 점유하고 있다. 교육비 예산비중이 전체의 14%, 국방비 예산이 전체의 10% 규모와 비교해 보면 최근 몇 년 사이 복지비 지출이 가파르게 증가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복지비가 최근 급증한 이유 중의 하나가 수급자의 소득이나 재산 상황 등 고려하지 아니하고 획일적으로 무상 복지를 지급한 것도 원인 중의 하나라고 본다.
2014년 지난해 경기부진으로 세금 징수액은 당초 예산액보다 11조 원이 부족하게 징수된 반면, 무상복지비 지출 증가 등에 따른 부족한 예산액은 나라가 빚을 얻어서 적자로 운영하고 있다. 개인이나 기업은 짧은 기간만 적자가 발생해도 파산조치 되는 데 반해, 정부는 신용을 가지고 빚을 빌리고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므로 매년 국가의 빚이 급증하고 있다. 증가하는 나라의 채무를 어떻게 상환할지가 양식있는 국민들의 관심사항이다. 
필자는 무상복지 개혁이 아직 늦기 않았다고 생각한다. 무상복지 도입의 초기인 현시점에서 전국민에 대한 무차별적인 ‘보편적 무상복지’를 폐지하고, 지원이 꼭 필요한 주민에 한정하여 지급하는 ‘맞춤형 복지제도’로 정책을 대전환해야 한다.
복지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과정에서 일부 복지혜택이 현재보다 축소되는 사람들의 경우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기도 하지만 국가의 지도자나 정치인들이 복지제도 개혁 필요성을 잘 설득해야 한다.
나라가 지금처럼 빚으로 살림을 계속하게 되면 눈덩이처럼 증가한 나라빚은 후손들이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 나라의 빚이 계속 증가하게 되면 매년 이자를 갚는 것도 벅찰 뿐 아니라, 종국적으로 원금까지 갚는다는 것은 더욱 어려워지므로 지금부터 나라 살림을 미리미리 절약해야 한다고 설득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악의 저출산 국가로서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반면, 세금을 납부하는 경제활동인구(15세~65세 사이의 인구 숫자)는 3년 후인 2018년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로 변하게 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현상으로 지금부터 15년 후인 2030년에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25%를 차지할 전망이다. 그런만큼 빠른 시일 내에 복지제도를 대수술해서 우리의 아들, 손자들에게 현재 어른들이 만든 빚을 넘겨주지 말아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