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노인빈곤 시대, 늙은이들이여 힘을 내라
[월요논단] 노인빈곤 시대, 늙은이들이여 힘을 내라
  • 임명섭 논설고문
  • 승인 2015.03.22 17:4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같이 북새통인 도심 지하철이 한낮에는 한산하다.
한산한 지하철에는 늙은이들로 자리가 메꿔지고 있다. 어디로 갈까? 노인들은 눈을 감고 깊은 생각을 한다. 공원으로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것일까? 아니면 좀 나은 늙은이는 지하철을 타고 관광지로 유명한 충남 아산온천을 향한다.
그 곳에가면 1만 원이면 목욕하고 국밥도 먹는 등 돈 적게 들이고 하루 종일을 즐겁게 보낼 수 있어 미니여행으로는 제격이다. 하지만 세상은 넓다지만 늙은이가 돈을 받고 할 일은 없다. 그래도 지하철을 꽁짜로 타며 택배업에 전념하는 노력형 건강한 늙은이는 돋보인다.
옛날에는 나이 먹고 할 일이 없으면 집에서 손주나 보는 팔자가 늙은이들 사이에는 부러운 존재였다. 하지만 지금은 손주들이 날이 밝으면 어린이집에다, 유치원으로 집을 나서기에 늙은이에게는 차례가 오지 않는다. 게다가 늙은이에게 손주를 맡기려는 자식, 며느리도 드물다.
필자의 부모가 살았을 때는 환·진갑만 지나도 장수했다고 했는데 지금은 80~90까지 사는 늙은이가 부지기수다. 그래서 흔히들 100세 시대라고 한다. 지금은 병원도 많고 약도 좋아 오래 살 수 있어 축복시대인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집도 돈도 없어 힘들게 사는 늙은이에게는 장수하는 것이 고통이 아닐 수 없다.
늙어도 사람은 사람이다. 늙고 죽는 것은 막을 수도 없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런데 늙은이가 무슨 ‘이쑤시개’인지 필요할 때만 쓰고 버리면 그만인 것이 오늘의 사회로 변했다. 모든 것들이 그렇지는 않지만 늙은이의 푸대접은 곳곳에서 느낄 수 있어 서글퍼진다.
최근 정책만해도 그렇다. 늙은이들이 잔뜩 기대했던 노령연금을 65살 이상 모든 늙은이에게 준다던 노인복지정책도 하루 아침에 꽝이 됐다. 20만 원이란 큰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늙은이는 사기당한 기분으로 마음이 아프다. 제 밥도 못 찾아 먹은 늙은이들은 분통이 터질 뿐이다.
늙은이들은 평생 어려운 생활 속에서 딸린 식구들을 먹여 살리느라 젊음을 모두 바쳤다. 자식들 공부 시키랴 가족 건강 추스리는 등 별의 별 험한 일과 싸우며 한 평생을 보냈다. 늙은이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이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정부에서 배신받고 집안에서는 자신의 존재가 점점 희미해져 늙은이가 쳐지고 있다.
물론 경제가 어려워 자식들도 저 먹고 저 살기 바빠서 늙은 부모 돌보기가 힘겨운걸 모를 바 아니다. 이처럼 꼴통이 된 천덕구리 늙은이들이 사회에서 외면받는 대상이 된지는 오래다. 그렇다고 늙은이라고 속이 없는 줄 아는가? 늙은이를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온종일 공원 양지 쪽에 앉아 누가 소주 한 잔 안 사주나 기다리며 졸고 있는 늙은이도 있다. 지하철을 타고 무작정 빙빙 도는 도심의 늙은이들, 아들 며느리 눈치보며 복지관 등으로 나도는 늙은이도 있다. 그래도 입장료 1000원인 소위 콜라텍에 가면 하루종일 춤추고 즐기는 늙은이는 그래도 부러운 존재다.
물론 동네마다 경로당도 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늙은이들이 마음 편히 쉴 곳이 마땅치 않다. 그런데도 우리시대 젊은이들은 늙은이들에게 진정한 효도는 찾기 힘들다.
젊은이도 나이 먹으면 마찬가지다. 물론 늙은이들도 어른스럽게 처신하는 자세도 두말할 나위가 없다.
사람이 오래 산다고 반길 사람 그리 많지 않다. 젊은이가 늙은이에게 지켜야 할 진정한 효도는 덕목인 줄 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최악이여 부끄럽고 서글프다.
국민 삶의 질이 이렇게 열악한데 정부가 그동안 뭘 했느냐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기초연금이 노인빈곤을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차상위 30%는 연금대상에서 제외됐다. 물론 여의치 않은 정부의 어려운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노인연금도 중요하지만 노인들의 소득원이 다양해야 한다.
일할 수 있는 늙은이에게 일자리를 확대해야 된다. 물론 정부가 늙은이를 위한 공공 일자리 마련에도 한계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하기를 원하는 늙은이에게 일자리를 발굴해 자발적 움직임이 소득으로 확산돼야 한다.
흔히 노인빈곤이 악재라고 볼지 모르나 100세 시대를 위한 우리의 노인복지 안전망은 일층이 아닌 다층 평면이 아닌 입체화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삶과 싸우다 지쳐버린 늙은이가 택하는 마지막 길인 자살로 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유달리 노인 자살률이 높아 인구 10만 명당 82명으로 OECD국가 중 1위로 부끄럽기 그지 없다.
그동안 경제발전이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 되묻게 한다. 노인빈곤은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결합되면서 갈수록 더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늙은이는 우리 사회의 현재를 있게 한 주인공들이다. 그만큼 사회적 배려와 대우가 있어야 한다. 때문에 사회에서 불안감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
안정적인 노후보장을 마련해 주고 늙은이에 대한 근본적인 사회보장제도가 시행되지 않는 한 우리는 낯을 들지 못하는 부끄러운 3류 사회로 밀려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입바른 2024-03-01 14:14:56
뒤져야지무신힘을내 제발좀 늟은쥐새끼들
다뒤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