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선 칼럼] 향교(鄕校), 현대화와 전통문화 보존(Ⅱ)
[윤영선 칼럼] 향교(鄕校), 현대화와 전통문화 보존(Ⅱ)
  • 윤영선 삼성제약 대표/전 관세청장
  • 승인 2015.04.15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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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향교(鄕校)는 국가의 인재 양성 교육기관이었다.
인재(人才)양성은 모든 국가뿐 아니라 기업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인재를 키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재 양성의 수단이 학교인데 이미 중국은 3000년 전인 주나라에서 전국에 5개 학교를 세워서 유능한 인재를 양성했다.
2500년 전 고대 그리스에서도 소크라테스, 플라톤 같은 학자들이 아카데미라는 학교를 만들어서 청년들을 교육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아카데미는 그리스의 학교를 의미한다. 우리나라도 고구려의 태학, 신라의 국학, 백제의 박사제도를 통해서 삼국시대부터 인재 양성에 중점을 뒀다.
고려시대에는 국자감과 향교, 조선시대에 성균관과 향교라는 인재 양성 교육기관을 뒀다.
조선시대의 향교는 시, 서, 부와 같은 문학, 유가(儒家)의 사서오경 등 인문학을 가르치는 공립학교였다. 일제 강점기부터 향교의 교육기능이 없어지고, 과거 위대한 성현에 대한 제례 의식만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향교는 청년, 장년에게서 멀어지고, 유림 회원도 70대와 80대로 고령화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논어(論語)에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라는 말이 있다. 옛 것을 공부해 새롭게 발전시킨다는 뜻이다. 이런 차원에서 향교를 새롭게 발전시켜 전통문화의 보존과 청·장년들의 관심을 끌 필요가 있다.
우선 향교에 청·장년들이 모이게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 지자체에서 각종 교양 및 교육 프로그램을 많이 실시하고 있다. 향교에서 유능한 강사를 모셔다가 우리의 동양고전에 대한 교양 강좌를 주기적으로 개최하는 것이다.
유능한 강사는 성균관대학의 유학대학 또는 대학원을 졸업한 분들 중에서 취업이 아니 된 사람, 아니면 동양고전에 박식한 선생님들, 아니면 현직에서 은퇴해 쉬고 있는 분들을 발굴해 강사로 사용할 수 있다.
지방의 청년, 장년층, 학생, 주부 등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주말 또는 주중에 몇 시간씩 동양고전을 배우는 과정을 개설하는 것이다.
유가(儒家)의 공부 외에 소학, 다산 선생의 목민심서, 천자문 등 과거 우리 선조들이 공부했던 과목들도 알기 쉽게 가르치는 것이다.
이러한 동양고전 학습 과정이 개설되면  지방의 공무원, 선생님, 회사원, 주부 등 청·장년들이 많이 수강할 것이다.
자연스럽게 향교가 전통문화의 보존 장소로 역할을 하게 되고, 향교에 출입하는 연령층이 현재 70대 고령층에서 청·장년층으로 대폭 낮아질 것이다.
다음은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서구의 교육시스템은 경쟁과 성적 순위를 통한 체제다.
최근 치열한 경쟁에서 많은 중·고등학생이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해 문제 학생으로 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모든 학생이 공부를 1등 할 수는 없다. 향교에서 서구식 교육경쟁에서 탈락해 마음의 상처를 입고, 가정에서도 적응하지 못하는 도시의 중·고등학생들에게 향교에서 건강한 인성교육을 시키는 방안이다.
보령시에 위치한 남포향교는 향교 주변에 2만여 평에 달하는 임야와 밭을 보유하고 있다.
향교에서 숙식을 제공하면서 농사도 가르치고, 주변 임야에서 운동을 통한 체력단련도 시키고 가끔은 동양의 고전과 역사에 대해서 인성교육을 시키면 새롭게 태어나는 중·고등 학생들이 많을 것이다.
물론 합리적인 수준의 교재비와 학습비, 숙박비를 받아야 할 것이다.
다만, 향교에 머무는 동안 문명의 이기인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시키고, 인터넷 사용이나 텔레비전 시청은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은 야산에 가서 칡도 캐 보게 하고 산책도 시키면서 친자연적으로 청소년들을 교육하는 것이다. 고구마와 콩 재배, 벼농사, 토마토 재배 등 육체 노동 겸 농사도 가르친다.
청소년들에게 잊혀져 가는 있는 우리의 전통놀이를 가르쳤으면 한다. 땅에서 사금파리 갖고 하는 땅따먹기, 여름에 나무그늘에서 했던 고니놀이, 겨울철 들판에서 했던 자치기(30여 센티 자와 메뚜기 사용놀이), 팽이치기, 공기돌놀이 등도 알려주고 가르친다.
연날리기 대나무와 창호지로 방패연, 가오리연 등도 만들어 본다), 제기차기, 실뜨기, 고무줄놀이 등도 함께 해본다. 기마전, 말타기 놀이도 함께 해본다. 일본말로 가이생 놀이, 한자어로 개전(開戰))도 즐겁다(리을자 가이생, 오징어 가이생). 구슬치기, 딱치 치기, 숨바꼭질도 해본다. 보름날 밤에는 달맞이 놀이도 좋다.
향교에서 두세 달씩 숙박하며 농사도 짓고, 짬짬이 동양의 고전도 공부하고, 전통 놀이도 체험하며 도시의 문명에서 떨어져 생활하게 되면 마음의 병이 모두 치유돼서 씩씩한 중·고등학생으로 거듭 태어날 것이다. 스스로 마음을 치유해 가정과 학교로 복귀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향교가 보유하고 있는 임야와 전답을 활용해, 향교를 현대식 교육기관으로 개조해 중·고등학생, 청·장년, 주부들이 찾아오는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지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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