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선 칼럼] 가정의 달, 대가족(大家族) 시절의 향수
[윤영선 칼럼] 가정의 달, 대가족(大家族) 시절의 향수
  • 윤영선 삼성제약 대표/전 관세청장
  • 승인 2015.05.2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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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5일), 어버이 날(8일), 입양의 날(11일), 가정의 날(15일), 성년의 날(18일), 부부의 날(21일) 등 가족을 위한 기념일이 많이 있다.
사람의 행복은 행복한 가정에서 출발하고, 사회와 국가가 안정되기 위해서는 행복한 중산층 가정이 두터워야 한다.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행복한 중산층 만들기에 사회가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한다.
불행스럽게도 우리나라 이혼율이 세계 1위 국가라고 한다. 2012년 이혼건수는 11만4건이며(결혼 건수는 약 32만6000건), 이혼 등으로 인한 한 부모 결손가정은 2012년 약 168만 가구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결손가정으로 인한 할아버지, 할머니가 키우는 손자들도 급증하고 있어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국제기구에서 세계의 각 나라의 주민들에게 본인이 행복한지에 대해 조사해보면 우리나라가 OECD 선진국가 중에서 행복지수가 멕시코 다음 최하위에 속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30년 전만 해도 우리의 표준가정은 ‘할아버지 부부, 아버지 부부, 그리고 두세 자녀’가 한집에 함께 사는 것이었다.
자녀의 인성교육과 예절교육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경험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생활하면서 부모와 손자의 갈등을 중간에서 해결해주고, 밥상머리에서 손자에 대한 교육 등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또 많은 형제들끼리 스스로 어깨너머로 눈치껏 배우며 살아갔다.
한 지붕 3대 대가족 생활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갈등은 가족의 소중함과 행복을 가져다 주고, 때로는 웃음꽃이 만발하고, 때로는 눈물과 애환을 가져다 주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산업사회, 지식사회로 발전하면서 요즈음 표준 가정은 ‘젊은 부부와 한 자녀’ 가족으로 변했고, 할아버지 등 3대 거주 가정은 TV 드라마에서만 볼 수 있는 흘러간 전설처럼 됐다.
그런데 핵가족 사회의 주인공은 젊은 부부들이 ‘자녀 키우기’가 매우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한 자녀만 키우는 가정들이 무척 많다.
소득과 학력은 크게 높아졌고 한 자녀만 키우는데도 주민의 행복지수는 크게 낮아졌다.
물론, 기성세대에 비해 경제적 문제, 주택구입, 맞벌이 부부 등 과거보다 어려운 점이 많다.
우리의 자녀들도 과거에 비해 매우 행복지수가 매우 낮아졌다. 북유럽 초등학생들은 90퍼센트 이상이 행복하다고 답변하는데 우리나라 초등학생은 60퍼센트 수준만 행복하다고 답변한다고 한다.
또 한 자녀를 과잉보호 속에서 키우면서 자녀들이 타인에 대한 배려심 부족, 참을성 부족, 사회성 부족 등 우리나라 가정의 큰 문제로 됐다.
많은 문제가 산업사회와 핵가족 사회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청소년들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생활하는 기회가 거의 없어졌고, 이로 인해 전통적인 가정생활의 법도와 문화를 배우기가 어렵다.
아기 때부터 보육원에 맡겨서 키운다. 중·고등학생이 되면 학원가기, 중간고사, 기말고사 시험 등 이유로 할아버지 집에도 거의 안 간다.
각종 제사, 명절 조차도 조부모 집에 안 가므로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만나서 얘기할 기회가 거의 없다.
할아버지 세대의 인생 경험과 지혜가 손자들에게 전달이 단절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가 급격히 모계(母系) 사회로 변화하면서 결혼한 아들은 처갓집 식구들과 자주 어울리고, 친족 식구들과는 교류범위가 적어지고 있어서, 친족 집안의 문화와 가풍이 후세들에게 전달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요즈음 스마트 세대인 30대, 40대 부부들은 매우 똑똑하다. 할아버지 세대와 비교할 때 공부도 많이 했고, 소득수준도 높고, 정보통신, 인터넷 사용방법도 잘 알고 있다.
나의 경우에도 휴대폰으로 영화표 예매, 호텔과 항공권 예약, 기차표 예매, 인터넷 쇼핑 등 서툴러서 항상 아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가끔 아들한테 아버지는 이런 쉬운 것도 모른다고 핀잔도 듣기도 하고, 무시당해서 자존심을 상하는 경우도 많다.
요즘 인터넷 세대들은 인터넷 실력만 믿고 ‘컴맹’인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를 무시하기도 하고, 약간 과장이지만 컴맹세대를 ‘원시인(原始人)’에 비유하기도 한다.
문제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문제인 ‘자녀 키우기’, 가정의 소중함, 삶의 지혜를 인터넷으로 배울 수 없다는 점을 젊은 세대들이 모른다는 점이다. 인터넷에서 얻는 지식과 인생의 지혜는 명백히 다르다.
과거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는 근대식 교육도 못받고 단순히 농사를 짓는 세대들이지만, 자녀들을 훨씬 잘 키우셨다.
내 생각에 이는 한 집에서 3대, 4대가 함께 살면서 인생의 지혜를 전수받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행복한 가정 만들기를 생각하면서, 과거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대가족 문화의 좋은 장점을 계승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요즈음 한 자녀로 자란 청소년들을 잘 키우는 것은 우리 사회의 미래다.
건실한 청소년을 키우기 위해 과거 대가족 문화인 3대가 자주 만나고, 소통하며 살아가는 범국가적인 가족문화 운동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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