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중 칼럼] 4대강 개발과 가뭄 재앙
[김강중 칼럼] 4대강 개발과 가뭄 재앙
  • 김강중 선임기자
  • 승인 2015.10.06 19: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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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가 종식되자 다시 가뭄재앙이다.
K-water, 식수는 물론 농·공업 용수를 책임지는 물 관리 독점 공기업이다. 수자원공사는 ‘물 자연 그리고 사람’을 외치고 있다.
번드레한 수사(修辭)가 아닐 수 없다. 그 이유를 따져 보자. 올 가뭄으로 물의 질은 커녕 양(量)도 확보하지 못해 난리다. 충남 서북부권 8개 시·군이 제한급수를 받는 고통이 겨우내 지속될 전망이다.
수공은 친환경을 말하지만 18개 다목적 댐, 14개 용수댐 등 30여 개가 넘는 댐을 축조했다. 이 처럼 콘크리트댐을 만들면서 자연파괴를 앞장 선 기관이 다름 아닌 수공이다.
댐 보유는 세계 일곱 번째이나 국토 면적당 댐 밀도는 세계 1위 ‘댐 공화국’이다. 댐은 많으나 댐 가동률은 턱없이 낮다.
또 사람을 중시한다지만 수자원공사는 국민의 뜻을 저버리고 이명박 정부의 하수인 노릇을 자처했다. 영혼 없이 멀쩡한 4대강 개발에 주구 노릇을 하면서 우량기업을 망쳐 놨다.
20년 전 쯤였을까. 1990년대 중반 수공을 출입하면서 물 관리 문제를 놓고 한 간부와 설전을 벌인 일이 있다.
당시 슬로건은 ‘맑고 넉넉한 물 수자원공사’였다. 공채 1기인 이모 홍보실장과 한담을 나누며 벌어진 일이다. 필자는 사무실에 걸린 슬로건을 가리키며 맑은 물은 커녕 부족한 물이라도 제대로 해결하라고 농(弄)을 던졌다.
빈정댐으로 받아들인 실장은 발끈했고 잘못된 얘기도 아니지 않냐며 기싸움을 벌인 적이 있었다.
20여 년이 지난 오늘, 용수 공급의 양조차 가늠을 못하면서 보령, 홍성 등 충남 8개 지역이 제한급수 사태를 맞았다. 물 부족 국가만 강조했을 뿐 변한 게 없다는 얘기다.
충남 서부권의 극심한 가뭄으로 보령댐 저수량이 2500만 톤, 사상 최저인 22.5% 저수율을 보여 ‘고갈’의 사단이 벌어졌다.
금강 수계 다목적댐인 대청댐, 용암댐 수위도 예년에 비해 각각 7.3m, 13.7m로 낮아졌다 이미 지난 8월부터 농업용수는 감량에 들어갔다.
수공은 이를 유례없는 가뭄 탓으로 돌리고 있다. 따져보면 담수 및 댐 관리에 허점을 드러낸 결과다.
지난해 강우량과 댐 저수율을 비교하면 더욱 명백해진다. 용수 공급이 ‘심각’ 수준인 보령댐은 지난해 797.6㎜의 비가 내렸다. 올해는 지난 5일 현재 674.8㎜의 강우량을 보였다. 이는 전년에 비해 122.8㎜의 비가 부족했을 뿐이다. 용수 수급이 빗나가면서 22.5% 최악의 저수율을 기록했다. 충남 서북부권 물 사정을 어렵게 만든 요인이다.
국내 연간 강수량에서 가을철 비중은 20%(260㎜)가 안 된다. 게다가 가을 강수량의 60%(163㎜)를 차지하는 9월 강수량도 부족했다. 이달에는 이 보다 적을 것으로 예측된다. 명석하고 출중한 인재들이 많은 수공에서 이를 간과한 것이다.
‘침대도 과학’이라는 시대가 아니던가. 기상청 장기예보 정확도를 감안하면 댐 관리에 대한 실패는 수공 책임이 크다. 공업용수 부족으로 충남 서북부권 공장의 손실이 막대하다.
보령댐 뿐만이 아니다. 보령댐 처럼 관리가 안 된 다목적댐들도 문제다. 이 중 3200만 톤의 섬진강댐은 가관이다. 올해 전국 평균 강우량 643㎜ 보다 많은 678㎜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그런데도 고작 6.9%의 저수율을 보이고 있다.
충청권 젖줄 대청댐 저수율이 37%, 금강 발원지 용담댐 29.6%, 군위댐 29.8%, 횡성댐이 29.5%로 역대 최저를 보이고 있다.
수공이 장기예보를 면밀하게 검토했다면 대처가 가능했던 일이다. 세계 유수의 물관리센터를 갖고도 과학의 힘과 통계를 유용하게 활용 못한 결과다.
또 통계를 무시한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용 가능 수자원량 74%는 7~8월에 편중돼 있다. 그래서 가뭄이 들면 이용 가능 수자원량이 평년의 45%로 떨어진다.
다시 말해 물 이용량 증가와 가뭄 시 이용가능 수자원 부족이 물 부족의 원인이라는 건 상식이다. 그렇다면 보령댐 물 부족은 수공이 직무를 유기한 셈이고 안이한 근무태도가 빚은 인재(人災)다.
수공은 매년 홍수관리에만 치중하다가 가뭄에 취약한 면을 보이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이 뿐인가. 세상은 격절스럽게 변하는데도 내부 정서나 근무기강은 추호도 달라질 기미가 없다.
반생동안 수공을 지켜 본 필자는 공기업의 생리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부·처장에 오르면 자신의 안위에만 몰두한다. 국민도 기업도 물 고민도 없다. 차·과장 시절 소신과 원칙은 팽개치고 입신에만 열심이다. ‘80년도 이전 입사자는 물론 공채 1기부터 현재 상임이사에 오른 10기 까지 모두가 그러했다.
한심한건 충남 서부권 가뭄대책에서 수공은 지자체와 제한급수에 따른 협력을 다짐했다. 참고 견디라는 ‘공동 결의문’으로 가뭄이 해결될 일이 아니다.
선언적 ‘사후약방문’ 보다 현실적인 대책은 평균 30%에 달하는 지자체 상수도 누수율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정부는 금강 살리기를 하면서 보(洑) 만들기, 지류정비 등 홍수대책에만 치중했다. 정작 4대강으로 확보한 물을 농경지와 주변 댐으로 잇는 수계관리가 소홀했다.
보령댐의 바닥으로 산업벨트 서북부권이 피해를 입자 정부와 수공은 때늦은 호들갑이다. 내년 2월까지 625억 원을 들여 백제보∼보령댐 상류 구간(21㎞)을 잇는 관로(1.1m)를 매설키로 했다. 이중의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수공은 4대강 사업으로 8조6552억 원의 사채(社債)를 발행해 부실기업을 자초했다. 오는 ‘18년까지 만기사채 3조3300억 원을 돌려막는 ‘공기업(空企業)’으로 전락했다.
이것이 ‘건강한 물 공급, 스마트 물 관리기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세계 최상의 물 전문 기업으로 거듭나겠는 의지는 공허하다. 이 겨울을 어떻게 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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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yong 2015-10-07 23:16:17
이런 기자 많이 키우자

이충진 2015-10-07 12:10:12
넘 시원하게 잘 쓴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