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롱을 통해 본다
대롱을 통해 본다
  • 이강부 부국장
  • 승인 2007.03.0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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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하늘을 대롱을 통해서 보면 좁게만 보일 뿐이다. ‘그건 관견(管見)에 불과해’라고 할 때는 사물을 보는 안목이나 식견이 짧은 것을 말하지만 반대로 ‘나의 관견으로는…’이라고 할 때는 자신의 견해를 낮추거나 겸손해하는 말로 장자 추수편에 논리에 뛰어난 공손룡이 위나라 공자 모(牟)에게 장자의 도에 대해 묻자 공자 모가 대답에서 나온다.
공자 모가 탁자에 기대어 있다가 탄식하며 “지금 저 장자의 도는 아래로는 땅 밑의 황천(黃泉)을 밟고 있으며 위로는 하늘 끝까지 올라 있고 그곳에는 남쪽도 없고 북쪽도 없으니 망연히 자신을 잊고 사방으로 풀려나가 헤아릴 수 없는 곳에 잠겨있는 것이고 또 동쪽도 없고 서쪽도 없으니 현명(玄冥 우주의 근원인 깊고 그윽한 상태)에서 비롯하여 대통(大通 만물에 통하는 절대의 대도)으로 돌아가는 것임에도 그대는 지금 얄팍한 지식으로 그 도를 구하려 하고 어줍잖은 변론으로 그 도를 찾으려 하니 마치 대롱을 통해 하늘을 보면서 그 광활함을 측정하려는 것과 같으며 송곳으로 땅을 찔러 그 깊이를 측정하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최근 아산시의 한 농민단체에서 국비 지원으로 건설중인 친환경농업종합센터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도로 파손과 교량이 붕괴 위험에 빠져 있음에도 정작 지도 감독해야 할 아산시는 농민을 위한 시설이라는 이유만으로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
특히 농업과 농민을 위한다는 명분이 현행법을 뛰어 넘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터이지만 왜 그리 관대하게 방관만 하고 있는 것은 이 단체 구성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처사라는 등의 갖가지 상상과 의혹을 풍성하게 하고 있다.
물론 FTA 등으로 우리 농업과 농민들에게 올 어려움에 대해 사전에 준비하고자 하는 노력은 가상하다 하겠다.
그러나 그 또한 법이 정하고 있는 테두리 내에서 편리함을 제공해야 함에도 제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처사는 실로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이 이 시설이 국비와 도비는 물론 시비로 전체의 80%를 지원하는 사업임에도 지도 감독해야 기관이 방관만 하는 것은 ‘목적이 선하다 해서 과정은 악해도 된다’는 논리가 성립됨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농민을 위한 시설이라는 명분만으로 정당화하려는 일부 공직자의 처사는 대롱을 통해 하늘을 보면서 그 광활함을 측정하려는 것과 같으며 송곳으로 땅을 찔러 그 깊이를 측정하려는 것과 같다.
따라서 관계 기관은 각 사안마다 원인과 진상을 규명해 천명하고 철저한 책임을 물어 재발 방지를 위한 근간을 세우고 규정을 위반하는 파행이 아닌 진정으로 이 나라 농업과 농민의 미래를 위한 초석을 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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