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중 칼럼] ‘자화자찬(自畵自讚)’의 대전시장
[김강중 칼럼] ‘자화자찬(自畵自讚)’의 대전시장
  • 김강중 선임기자
  • 승인 2016.06.2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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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이면 대전시 권선택 시장의 민선 6기 전반기가 마무리 된다.
권 시장은 취임하면서 선거법 소송에 휘말려 마음고생이 컸을 것이다. 무릇 선거법이 그렇듯 ‘왜 나만 갖고 그래’란 심정이어서 그의 억울함이 짐작된다. 시장의 직책이 걸린 문제여서 스트레스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짚어보면 역대 시장에 견줘도 권 시장의 이력은 부족함이 없다. 그는 중구 목달동 농가에서 태어나 대전고를 나온 뒤 성균관대에 입학한다. 재학 중 만 21세에 최연소 행정고시를 수석 합격한 수재였다. 공직에 들어와 충남도청과 내무부 기획관리실·대전시 기획실장·대전시 정무·행정부시장·행자부 자치행정국장 등을 두루 거쳤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인사비서관으로 발탁됐다. 많은 비서관 중 유일의 공무원 출신이어서 인사관리가 출중했음을 보여줬다. 그랬던 그가 2003년 장관 성적표 누출 파문의 책임을 지고 청와대를 떠나게 된다. 차관직 목전에서 낙마하고 절치부심 국회의원을 준비한다. 대전 중구에서 당시 5선인 강창희 전 국회의장을 두 차례(17·18대)나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화려하게 정계에 입문한다.
국회에 입성한 권 시장은 대덕R&D특구 특별법 통과를 주도하며 정치력도 발휘했다. 선진당 원내대표를 지내면서 ‘중재의 달인’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에서 당의장 인사특보·원내기획 부대표 등을 지냈다.
2006년, 2010년 열우당과 선진당에서 대전시장에 도전했으나 염홍철 전 시장에게 공천에서 밀렸다. 마침내 2014년 새민련 대전시장 후보로 나선다. 그는 새누리당 박성효 후보에게 초반 열세를 딛고 박빙의 승리를 거둔다. 승인(勝因)은 염 전 시장의 지지세로 막판 역전승을 거둔 것이다.
‘호사다마’라 했던가. 취임 초기 공직선거법 위반의 소송이 그의 발목을 잡게 된다. 이유는 선거캠프 공신들의 알력이 단초가 됐다고 한다.
당시 여성정무부시장 적합의 논란이 빌미가 된 것이다. 염 전 시장과의 협력은 당선 후 정무부시장 할애에 부담이 됐다. 장고 끝에 악수라 했던가.
여성부시장이란 공약을 이행했지만 보은인사 논란이 일었다. 여성단체들도 ‘역량을 발휘하기에 경험과 전문성이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신승의 당선이었기에 옵션의 강도가 컸던 모양이다. 그러자 화려한 컬러 뒤의 실루엣처럼 ‘팽’당한 세력은 선거자료를 검찰에 건넸다고 한다.
인사로 인해 인생의 고비를 맞게 된 셈이다. 이뿐인가. 대전도시공사, 대전도시철도 사장, 대전문화재단 대표, 정무부시장 인선 철회 등 난맥은 여전했다.
그래서일까. 조직 장악력은 떨어지고 시정의 모멘텀도 약화됐다. 어느 조직이든 집권 초기는 서슬이 퍼래서 알아서 기는 게 공직의 생리다.
하지만 이런 기류는 감지되지 않고 행정의 역동성은 날로 떨어졌다. 임기 전반기 내내 시청 안팎에서 식물, 반쪽시장이라고 빈정됐다. ‘행복한 대전’을 표방한 본인이 '불행한 시장'이 된 것이다.
임기 중 국방신뢰성시험센터 등 국비 및 민자사업을 유치했으나 떠나는 기업이 더 많았다. 상생을 외쳤던 대전은 세종시의 블랙홀로 인구가 줄기 시작했다. 호남 고속철 개통은 서대전역 KTX마저 떠나 도심은 활기를 잃었다. 사람과 기업, 기차도 떠나는 위기의 대전시가 된 것이다.
권 시장의 송사 2년으로 시정은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었다. 간부회의 때마다 국.과장들이 일을 안 한다며 매번 다그쳤다. 산하단체장도 임기보장을 못한다면서 닦달했지만 ‘약발’은 없었다.
이렇게 임기를 보낸 권선택 시장의 전반기를 결산하는 성적은 판이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권 시장의 업무평가는 ‘긍정적’으로 조사됐다. 시가 리얼미터에 1500만 원을 들여 의뢰한 여론조사였다. 시민 77.1%가 ‘긍정’이라고 답했다. 넷 중 세 명은 업무평가를 ‘긍정’으로 여긴다는 결과다. 하지만 한 달 전 5월 리얼미터가 실시한 17개 광역단체장 평가는 크게 달랐다. 이 조사에서 권 시장이 일을 잘한다는 ‘긍정’은 고작 40.8%에 그쳤다. 전달 43.8%보다 3% 포인트 하락했고 전국 17개 광역단체 중 최하위권였다.
이것을 정리하면 단체장 평가에서 1위를 달리는 김관용 경북지사의 4월 평가도 전월비 3.4% 포인트 내린 68%를 기록했다. 안정적인 시정을 펼치는 김기현 울산시장도 4.4% 포인트 하락한 60.6%로 3위를 기록했다. 수위권 단체장 성적도 68%, 60.6%였으나 권 시장은 한 달 새 43.8%에서 36.3%가 급등한 77.1%를 기록했다. 놀라운 반등이고 자화자찬이다.
이 정도면 통계나 설문조사의 맹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설문 내용과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작위(作爲)가 작용했을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는 세대·지역, 직업군 등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게 마련이다. 이런 문제가 감안한 신뢰와 표본오차가 최소화됐는지가 관건이다. 이것을 ‘리블리 증후군’이라 지적하면 견강부회가 될 것인가. 이처럼 도시철도 2호선 자기부상열차 방식을 뒤집은 것도 다름 아니다. 트램공약을 제시해 설문조사 결과로 당위성을 확보한 것이다.
변경했다면 트램 건설을 위한 ‘예타’ 통과와 법제정은 언제 될 것인지, 착공 일정을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
대법원의 공개변론도 마친 터라 권 시장에 대한 최종 판결이 있을 것이다. 당선 무효형 유무에 따라 임기 중 도시철도의 착공과 변경 여부도 가름날 것이다. 아무튼 권 시장이 기대하는 판결이 나와 흔들리는 시정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함께 민선6기 후반기의 성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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