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周易)으로 본 세상] 진정한 개혁과 산풍고괘(山風蠱卦)
[주역(周易)으로 본 세상] 진정한 개혁과 산풍고괘(山風蠱卦)
  • 김재홍 충남대학교 교수
  • 승인 2016.07.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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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치 분야는 언젠가부터 개혁이 화두이다. 무엇을 개혁하고, 누구를 위한 개혁인지 모호한 점은 있으나 개혁을 한다니 좋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개혁의 내용과 방향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고 나만 살기 위한 개혁은 위기만 벗어나고자 하는 것은 분명 편협한 소인배의 소치일 것이다.
주역의 산풍고괘(山風蠱卦)의 고(蠱)는 벌레 고(蠱)字로 부패(腐敗)와 혼란을 의미한다. 만물이 모두 오래되면 부패, 무질서, 혼란 등이 일어나는 것이다.
태평세월도 오래 계속되어 사람들이 그 편안함에 안주하게 돼 나라 안이 문란해진다고 한다. 또 어떤 제도이던 간에 오래되면 폐단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개혁, 변화, 수정, 보완하기 위한 원칙과 방법을 주역의 ‘산풍고괘’에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부패와 혼란은 현실에 안주하고, 아첨하며 직언을 하지 않는데서 나온다. 산풍고괘의 괘상(卦象)을 보면 상괘에는 간괘인 산이 있고, 하괘에는 손괘인 바람이 있다.
이것은 산 밑에서 바람이 불고 있는 상(象)이다. 그 의미를 살펴보면 먼저 바람이 산에 부딪혀 산천초목 어지럽게 흔들리는 무질서와 혼란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상괘의 산은 일을 하지 않고 머물며 쉬고 있는 상(象)이며, 하괘의 바람은 순종하는 상으로 위에 있는 상괘와 다투는 일이 없다. 즉 이 말은 위에 있는 군주는 쉬고 일을 하지 않으며, 아래에 있는 신하는 오직 윗사람에게 유순하기만 하여 직언하는 일이 없는 상이다. 이렇게 두면 국가의 기강은 점점 문란해지고 정치는 날로 어지럽게 되어 결국에는 양들의 저항에 부딪치게 된다는 것이다.
개혁은 반드시 순리로써 만사가 형통하고 천하가 올바르게 다스려진다. 
주역 산풍고괘에서는 “고(蠱)는 크게 형통하다.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다”라고 한다. 고(蠱)는 일이 오래되면 태만과 방심으로 폐단이 생긴다. 이것을 바로 잡기 위해서 천도로서 일을 주관하면 크게 형통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어려운 일도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개혁은 현재 폐단의 원인을 과거에서 찾고, 미래를 헤아려라. 이것이 하늘의 운행법칙이다.
주역 ‘산풍고괘’에서는 현재의 무질서와 혼란은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면 해결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을 바로 잡을 방법을 모색하는데 과거의 병폐에 대한 원인을 살펴서 오늘(갑甲=현재)을 고쳐서 대비하면서 후일에 세상을 새롭게 하라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오늘의 문란함을  바르게 고치면 금후 수년 또는 십수 년 동안에 어떤 결과가 올 것이라는 것을 신중히 고려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세상을 풍파에서 일신하려면 지나온 며칠 또는 몇 달, 몇 년, 몇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지금의 나쁜 풍습이 오게 된 원인을 살피고 고쳐나갈 지를 정한다. 또 오늘의 개혁으로 생길 앞날의 결과를 고려해서 단행해야 된다는 것이 주역에서 말하는 개혁의 원칙과 방법론이다. 
그러므로 지금이 지금까지 있었던 규율이 문란해져서 새로운 기강을 세워야 할 변화의 시점이 된 것이다. 군자는 이것을 본받아 사람들을 격려하여 떨치고 일어나도록(형이상학적인 세계로 나아가도록)하며, 덕(德)을 기르도록 하라고 말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오래되면 폐단이 생긴다. 모든 일을 주관함에 있어서 과거와 현재의 관계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어떤 일에 있어서 오래전부터 문란과 부패한 일이 있었다고 해도 그것이 반드시 과거의 사람들의 잘못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본다. 왜냐하면 아무리 그 당시에는 좋은 방법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오래 지속되면 시간과 공간적인 차이로 인해서 반드시 무질서와 혼란한 일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어떤 좋은 제도라도 오래가면 문제점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때때로 이것을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혁신한 새로운 제도도 역시 오래가면 역시 폐단이 생긴다. 그래서 또 혁신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만일 현재의 사람들이 선대로부터 내려온 일을 올바르게 주관하면 과거의 사람들의 허물까지 없게 된다고 한다.
개혁을 사람의 생각으로 지나치게 하지 말라고 한다. 개혁을 주관함에 있어서 천도에 대해서 곧은 마음을 가지고 바르게 추진하라고 한다. 흔히들 과거의 일을 주관하여 개혁하는데 너무 지나치게 하는 결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람의 마음으로 너무 지나치게 개혁을 시도함을 경계하고 있다. 유약한 백성들을 상대로 개혁을 할 때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완곡하게 일을 잘 처리하라는 것이다.  
개혁은 시의성에 맞게 해야한다. 세상 폐풍을 제거하려면 과거의 일을 헤아려 현재의 문란과 부패를 개혁하되, 너무 지나치게 겸손하고 유약하게 하면 오래 동안 쌓인 폐풍을 제거할 수는 없다. 또 문란과 부패를 개혁하는데 태만하거나 방심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왜냐하면 개혁을 앞두고 우유부단하면 나중에는 손도 댈 수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개혁은 후일에 명예를 남기도록 하라고 한다. 주역에서는 개혁의 현실적인 여건이 매우 열악해도 진리에 대한 믿음과 덕을 가지고 과거의 좋은 뜻은 이어받고, 현재의 문제점은 개혁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지혜로운 사람들을 신임하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 올바르게 개혁을 추진해간다면 과거로부터 내려온 어떤 폐습도 일신할 수 있다. 나아가 그것으로 인해 큰 명예도 얻게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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