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노역자와 근로자 일당, 하늘과 땅
[월요논단] 노역자와 근로자 일당, 하늘과 땅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6.07.10 1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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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일당이 얼마인데 누구는 일당 400만 원이라니 이게 말이나 되는가’라는 언론 보도를 볼 때 분노를 일으켰다.
당연히 분노할 일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내년도 근로자의 최저임금 협상을 놓고 ‘시간당 1만 원 인상’을 강력히 주장하는데 비해 경영계는 ‘현 수준(시간당 6030원)으로 동결’을 굽히지 않는 싯점에서 법정협상기한(6월 28일)을 넘겼다.
이런 와중에 권력자나 재벌의 노역에 대한 몸값과 근로자 임금과는 비교조차 할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하늘과 땅만큼 이나 엄청났다.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 차남 재용씨와 처남 이창석씨가 노역장에 유치되는 몸값을 재판부가 하루에 400만 원으로 따져 산정했다.
이들은 탈세 혐의로 재판부로 부터 40억 원씩의 벌금을 선고받고도 내지 않했다. 그래서 노역장에 유치돼 벌금만큼을 몸으로 때우게 하는 처벌을 택하게 됐다.
문제는 재판부가 법 근거 따라 노역 일당을 정했지만 하루 일당이 400만 원이라는 사실이다.
노역액은 벌금을 내지 않은 경우를 가정해 법원이 법에 따라 정하는 일당이다. 하지만 노동계가 최저임금을 놓고 노사 간 싸움판이 벌어지는 속에서 일반 상식으로는 도무지 수긍하기 어려운 일당액이여 헤아려 보지 않을 수 없다.
‘귀족 노역’이라는 비난이 나온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 이들은 지난해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고 판결 후 분납키로 한 벌금납부를 이행하지 않했다. 너무 황당스런 일이다.
연봉으로 환산한다면 14억6000만 원 수준이다. 보통 사람들의 근로(품팔이) 일당이 최고 10만 원에 비교해도 어떻게 이런 높은 수치가 나올 수 없다. 그렇다고 일당이 높은 만큼 더 힘든 노역을 하는 것도 아니다. 겨우 봉투 접기나 제초 작업 같은 일로 시간 때우기 정도다. 사실상 노역장은 민간 위탁이 많아 세월만 보낸다 한들 제재 방안도 없다. 수십억 원의 양도소득세 등을 포탈한 죄질이 무거운데도 몸값은 보통 사람보다 80배나 높게 우대해 줘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나?
더 기막힌 일은 재작년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노역장 유치 일당은 5억 원이였다. 온 나라가 떠들썩 했었다. 허씨는 벌금을 대신할 노역을 일당 5억 원씩으로 산정해 50일을 선고했다.
허씨는 탈세·횡령 혐의로 재판부로 부터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 원을 선고받았다. 법원 마음대로였던 노역 셈법에 여론이 들끓자 법원은 등떠밀려 환형유치 제도에 손을 봤었다.
벌금액 1억~5억 원은 300일 이상, 5억~50억 원은 500일 이상, 50억 원 이상은 1000일 이상을 유치 기간으로 정했다. 그리고 노역장 유치일은 아무리 길어도 3년을 넘기지 못하도록 됐다.
벌금액이 높아지면 일당 수천만 원짜리 황당한 노역이 여전히 가능한 구조다. 게다가 노역장 유치기간 중 토·일요일,국경일 등을 빼면 실제 노역장에서 일하는 기간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노역장은 사실상 말만 노역이지 구금에 불과할 정도다. 벌금 미납자의 노역은 통상 일용 근로자의 일당에 해당되지는 못할 망정 근로자가 상응할수 있는 액수로 산정하는 것이 당연하다.
일반인이 상상하기 조차 힘든 관대한 노역 유치 일당 판결에 놀라울 뿐이다. 벌금 미납에 따른 처벌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 벌금액을 제대로 환수하고 범죄 재발을 막을 수 있으려면 법제도의 구멍을 막아야 한다.
헛점이 빤한데도 방치하는 일은 용납될 수 없다. 못 내겠다고 버티는 벌금형의 십중팔구는 횡령이나 세금포탈 등 고의성 악질 범죄다. 벌금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장 3년으로 제한된 노역장 유치일도 무기한으로 바꿔야 한다.
위법의 대가는 누구나 똑같이 치르게 하는 법 정의를 세워야 사법부의 신뢰도 회복될 것이다. 10 만원 정도의 막노돈 최고 일당으로 일 하는 숱한 사람에게는 무엇이라고 변명하겠는가?
사법정의가 과연 살아 있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누가 보더라도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재판부의 재량이라고 노역 일당을 사람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면 공정한 법치라고 할 수 있겠는가?
노동계가 최저임금 몇 푼을 올리려면 수도 없는 집회와 정부와 사측간 반복적인 줄다리리가 이뤄져야 가능할까 말까 하다. 차제에 사법부는 깊이 반성해 볼 일이다.국민의 반감을 사는 재벌 총수와 권력층의 노역장 유치제도가 개선돼야 한다. 기존의 노역장 유치는 재벌과 권력층을 봐주기 위한 것임을 다시 입증한 셈이 됐다. 20대 국회에서 노역장 유치 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안인 이른바 ‘전재용 방지법’이 발의됐다.
이 법이 만들어제 고액의 벌금형을 받는 재력가등의 벌금 탕감책으로 악용되는 ‘황제 노역’ 논란이 사라지길 기대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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